[일상 이야기] 나의 소비생활 단속을 시작한다

미니멀을 버린 나 자신을 반성하며, 다시 시작하는 미니멀!

by Scarlet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나는 미니멀 라이프에 푹 빠져 있었다. 그래서 나의 미니멀 라이프 일기를 브런치에 쓰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다. 물론 도통 뭘 써야 할지 몰라서, 오락가락하다 그만두긴 했지만. 그래도 브런치에 올린 초반 글들은 보통 그런 내용이다. 뭔가를 비웠다거나, 버렸다거나, 혹은 정리했다거나 하는 잡다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은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던지는 하나의 메시지다. 너는 과연 이 때의 각오를 얼마나 남기고 있는가? 하는. 그렇다, 지금 내 삶을 뒤돌아볼 때가 되었다.


그렇게 둘러본 내 집은 빼곡했다. 과연 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했나 싶을 정도로. 옷은 옷장에 터질 만큼 가득했고, 가방은 가방들 사이에 우겨넣은 채로 엉망진창으로 던져져 있었다. 책은 의자에 가득 쌓여 있고, 잡동사니는 아일랜드 가득했다. 나는 대체 이 사이에서 뭘 원한 걸까, 잠시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하나하나 바라보면 내가 원했던 것들이지만, 둘러보면 내가 진정으로 원한 게 이거였을까 싶은 망설임이 가득가득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느새 나는 '갖고 싶었던' 물건들에 파묻히는 삶을 살게 되었다. 무시무시하다. 물론 모두 갖고 싶었던 것들이지만, 모두 가진 내 삶은 왜 이렇게나 답답한지. 다시 또 버리기 병이 도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째서 나는 항상 후회할 행동을 하는 것일까? 물건을 사고 버리고, 그리고 사고 버린다. 나는 대체 무엇을 사고 싶었던 것일까. 이제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자동으로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무엇'이라는 것보다 '산다'는 행위에 매몰된 내 마음은 도통 '어째서'라는 질문을 받을 줄 모른다. 나는 결국 어머, 이건 꼭 사야해! 라는 외침과 함께 물건을 산다. 정말이지, 답답하다.


물건을 살 때마다 바란 나의 삶이 있다. 나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꿈꾼다. 카세트 테이프를 듣고, 편지를 쓰고, 일기를 쓰는 그런 삶을 말이다.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으면 그런 삶을 이룰 수 있을 줄 알았다. 현실은 아니었다. 플레이어는 자리를 차지하고, 나는 그 공간만큼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을 느끼고야 만다. 이 감정은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카세트 플레이어를 틀 때에도 내가 상상한 만큼의 기쁨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자리에는 내가 저걸 왜 샀을까, 싶은 후회만이 가득하다. 몇 번이고 손보고 손질한 플레이어인데도, 그만큼의 애착과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답답하다.


나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사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싶지만서도, 그럴 수 없는 게 삶이다. 또 무언가를 사려 발버둥치는 게 삶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있는 것 중에서 최선을 다해 밸런스를 맞추는 게 내 삶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신중히 버릴 것을 선택하고, 다시 내 삶을 비움으로 맞추는 것이다. 대신 신중해야 한다. 이번에 버릴 것을, 또 다시 사고 싶어하면 안 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애증의 카세트테이프는 나와 지속적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또 사고 싶어질 게 분명하니까!


문득 버리고 싶어진 건 디지털 카메라다. 중고로 샀던 것인데, 그 때는 어쩜 그렇게 디카가 갖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유튜브를 내가 다시 시작하거나 사진을 찍더라도 휴대폰으로 하지, 절대 이 구식 디카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디카를 정리하려고 한다. 이렇게 물건을 하나하나 고민하고 있다. 네일 관련 물건도 많이 정리해서 몇 개만 남기려고 한다. 너무 많은 네일이 있어봤자 고민거리만 많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잡동사니 중에, 어떤 것을 정리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하는지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이제는 기준이 조금 달라진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분명히 내가 다시 욕심낼 것은 버리지 않는다' 는 것. 최근에 유카타를 그렇게 정리하고 싶었는데, 내 마음이 백 퍼센트 다시 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나는 저런 옛날 의류에 약하다) 버리지 않을 것이다. 한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가 다시 입지 않을 스포츠 브라 같은 것은 의미가 없다. 운동할 때도 입지 않는데, 언제 입겠는가. 버릴 목록에 하나가 더 추가되는 순간이다.


물론 버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사지 않는 것이다. 최근에 관련 책을 이것저것 읽기 시작했다. 나의 소비 습관을 반성하면서, 앞으로 내가 물건을 살 때 어떻게 하면 그 횟수를 줄일 수 있을지를 알려줄 좋은 가이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잡동사니 함을 정리하고 싶다고. 한 달에 한 번 열어볼까 말까 한 잡동사니함에 들어있는 물건들도 정리해야겠다. 괜히 과거를 붙들려 모아둔 것들에, 너무 마음쓰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나의 소비생활 단속을 시작한다.

내 삶의 단도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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