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리틀 포레스트

끈적이는 땀과 지쳐가는 몸, 더러워진 옷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by Scarlet

농사를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게 있어 농사란, 엄마가 짓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거들어야 하는 일에 불과했다. 세탁이 편하고 통풍이 잘 되는 몸빼바지는 못생겼고, 챙 넓은 모자는 아저씨들이나 쓸 것 같았다. 그래서 항상 농사를 지으면서도 불만에 차 있었다. 아직까지 이런 옜날 방식을 고수해야 하는지 늘 투덜거렸다. 허리가 아프고, 덥고, 끈적거리는 게 불쾌했다. 내게 농사란 그런 이미지였다. 흙냄새와 거름 냄새 가득 담긴 옷을 입고 긴 장화를 신고, 털레털레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초라함.


그런 내게 이 영화는 몹시 신선했다. 아, 내가 본 건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다. 한국판도 보긴 했는데, 어쩐지 그 땀냄새가 좀 덜한 느낌이 들어서 나는 일본판을 좀 더 좋아하는 편이다. 처음 보고선 신기했다. 내가 농사를 지으며 느꼈던 그 힘겨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영화가 있었다는 게. 그리고 두 번째로 보니 어쩐지 재밌어졌다. 세상 어느 지역에서건 농사란 결국 사람 손이 닿아야만 가능한 것이구나, 라는 사실을 느끼게 만들어줘서. 아무튼 이 영화는 내게 대단한 인상을 남겨버렸다.


물론 몇 가지 신기한 장면이 있긴 했다. 벼베기가 그 예다. 일본은 아직도 벼를 낫으로 베서, 차곡차곡 잘 쌓아 말린 다음에 탈곡을 하는 것 같다. 우린 그런 게 없으니까. 다만 비 안 오고 마른 땅일 때 날을 잘 잡아 콤바인이 한 방에 벼베기+탈곡을 다 해 줄 뿐이다. 그래서일까, 처음에 벼베기를 보고 저 지역에는 아직도 콤바인이 들어가지 않는 거냐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쌀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뿐, 다른 건 부지런히 기계를 쓰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트랙터는 없으면 안 되겠지.


사실 리틀 포레스트는 농사를 가장한 요리 영화다. 처음 나오는 아마사케(감주)는 정말 맛있어 보였다. 밤조림은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몇 번이고 열심히 보기도 했다. 와인을 넣고, 혹은 설탕을 넣고 끓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조리법이 있어서, 보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핫토! 나는 그걸 수제비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 <마이코상네 행복한 밥상>에서도 비슷한 게 나와서 굉장히 반가웠다. 아오모리 지방에서는 '힛츠미지루'라고 불렀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이 다른 곳에서 나오면 굉장히 반갑다. 아는 친구를 우연히 만난 기분!


사실 나도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우와, 저런 것도 경험할 수 있어?" 라고 생각했던 게 많다. 예를 들어 닭고기구이 같은 경우가 그렇다. 닭을 잡고, 깃털을 뽑고, 굽는 그 장면을 보면서 어쩐지 소름마저 돋았다. 우리 동네도 옛날에 큰 행사가 있을 땐 돼지나 염소를 잡곤 했었다. 물론 나는 모른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도축하는 곳 근처도 오지 못하게 막았으니. 하지만 어쩐지 그 때 생각이 나서 신선했다. 일본판이 좀 더 날것의 농촌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훅 들어온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끝없이 일을 한다. 잡초를 뽑고, 밤을 줍고, 직접 요리 베이스를 만드는 그 모든 과정은 다 일이다. 일이지만 일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은 이후 내 몸과 하나가 될 준비를 한다. 먹고, 먹고, 먹으면서. 어찌 보면 리틀 포레스트는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흘린 땀, 우리가 보낸 시간, 우리가 한 노력들이 모두 우리 입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그러니 내가 한 노동은 그저 덧없는 것이 아니라, 매우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농삿일을 나쁘게 보는 버릇을 없앴다. 농삿일은 여전히 힘들다. 쫑대 뽑기는 고되고, 마늘 뽑기는 지치고, 논에 비료를 흩뿌리고 관리하는 일은 대다. 그래도 이 일이 결국 돌고 돌아, 내 입으로 들어오는 무언가가 된다는 사실을 이제 몸으로 깨닫게 된다. 나는 더럽거나 힘든 일을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아주 큰 의미의 요리를 하는 사람이다. 아주 넓은 의미의 요리. 어찌보면 내 행동들은 국을 끓이기 위해 채소를 다듬거나, 계란을 깨는 수준과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땀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다.

즐겁고 유쾌한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농사짓는 일이 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