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배우고 싶다는 열망, 오랜만에.

잠깐일까, 오래 갈까, 궁금한 나의 열망

by Scarlet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견딜 수 없어진다. 그게 얼마나 무의미하든, 한번 해 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를 않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충동에도 나는 결국 두 손을 드는 쪽을 택했다. 그게 훨씬 내게 편했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은 쇼핑으로 스트레스나 충동을 해소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나는 결국 샀다. 기모노. Kimono. 일본의 한복. 그렇다. 내가 푹 빠진 건, 기모노다. 그리고, 오늘의 일상 이야기는 아마 기모노로 점철될 것이다. 제목은 '배우고 싶다' 였는데 주제가 빠졌던 이유는 하나뿐이다. 보통 기모노라고 하면.... 부정적이니까!


우리 부모님은 한복조차도 불편하게 여기시는 분이셨다. 한복을 좋아하는 나에게, '너는 참 유달스럽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셨는지 모른다. 그래서 한복조차도 설이나 추석 때밖에 입지 않았는데, 그것조차도 잔소리를 들어가며 입었더랜다. 그런 내가 기모노라니! 제목에 쓰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이유를 모두가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저는 이렇게나 전통 복식을 압박하는 사회에서 살아왔답니다! 한복조차도! 그런 내게 기모노란 정말이지... 까마득하게 먼 세상과도 같긴 했다.


기모노라고 하면, 왜색이 짙은 무언가, 친일파.... 등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를 겪은 나라인데도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어난 문제일 수도 있고, 일제 36년 치하의 설움이 역사적으로 맺힌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란 느낌이라, 기모노도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일수도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일본 여행을 가면서도, 기모노를 낯설어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은 역시 복합적인 이유가 섞여서일까. 사실 나는 한복조차도 잘 입지 못하는데, 아무래도 '평범하지 않은' 옷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한몫할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기모노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꾸준히 기모노를 좋아해왔다. 정확히는 옛날 옷을 좋아했다. 어렸을 때엔 한복에 열정적으로 매달렸고, 대학생 때에는 한푸(그중에서도 청나라 시절의 고위 관직 여성들의 치파오)를 좋아했으며, 지금은 기모노가 되었다. 아무래도 옛날 복식을 좋아하는 것은 어릴 적부터 생성되어온 나의 취향이지 싶다. 물론 한복은 열심히 입었지만, 한푸는 입는 것보단 보는 것을 더 좋아했으므로 기모노를 '입겠다'는 나의 행동은 꽤나 특이한 현상이기도 하다.


기모노는 입기 까다로운 옷이다. 유카타는 조금 쉽다고 하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유카타도 쉬운 편은 아니었다. 다만 기모노 오비를 오타이코 모양으로 메려고 하면 필요한 도구가 엄청나기 때문에, 기모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에서 기모노 체험을 해 보거나 싼 유카타를 사서 입는 게 편하다. 유카타 오비도 처음 매면 어렵다. 나는 친구와 함께 두 번 입어 보았는데, 친구가 리본 모양으로 메는 것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나 혼자서는 입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이지, 어려웠다.


그런 내가, 제대로 각 잡힌 오타이코로 오비를 메겠다는 모습이 특이해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성이 작동하는 상태가 아니다. 나는 지금 뭔가 하나에 꽂혀서, 열정을 다해 관심을 갖고 있는 중이다. 이런 사람이 많이 있을지는 잘 모르지만, 나는 세상에 '좋아하는 것'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격차가 굉장히 큰 사람이다. '좋아하는 것'이 있을 때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모든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쏟는다. 없을 때는 정반대다. 새삼 인생 왜 사냐는 태도로 삶을 살아간다. 지루하고, 단조롭게.


기모노에 꽂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모노를 입기 위한 모든 도구를 사는 것이었다. 꽤나 어려운 일이다. 기모노 도구를 파는 곳이 잘 없고, 뭘 사야 할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산 게 전부가 맞는지 헷갈린다. 기모노, 오비, 오비마쿠라, 오비아게, 오비지메, 집게, 깃 빳빳하게 만들어 주는 거.... 이 정도면 다 산 것 같기도 한데, 걱정이다. 뭐든 입어보고 나면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아, 이게 부족하구나... 기모노 같은 경우엔 더하다. 내가 분명히 이걸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모노를 입는 데 필요한 물건은 두 손가락으로 세어도 부족할 만큼 많다. 나가쥬반(기모노 속옷), 오비마쿠라(오비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베개), 오비아게(오비마쿠라를 예쁘게 감싸는 천), 오비지메(장식 및 고정용 끈)부터 시작해서 사소하게는 에리신(깃에 넣는 빳빳한 틀), 코시히모(기모노 묶는 끈)도 필요하다. 처음 입을 때에는 모든 것이 다 난관이다. 사소하게는 속옷을 입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오타이코가 평행사변형 꼴로 비뚤어진 모습인 것까지! 정말이지, 난관에 난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모노는 재미있다. 그런 과정까지 더해서, 기모노 입는 것의 완성이니까. 어찌보면 나는 기모노보다, 기모노를 '입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기모노를 접는다. 매일 아침마다 차를 마시고, 기모노를 입어보려고 한다. 기모노와 함께, 즐거운 생활을 다시 가꿔나가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나는 가장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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