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야기]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마도 답이 없을 그 질문을 끊임없이 전하는 책

by Scarlet

서른 중반이 넘어서며, 몸 여기저기가 고장나는 것을 느꼈다. 처음엔 발목이었다. 90도로 꺾인 게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발목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적은 없었다. 덕분에 반 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못했다. 발목이 낫지 않는 대신, 몸무게가 불었다. 내 인생 최대치를 찍는 몸무게 덕에 발목이 더 낫지 않는가 싶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문득 이 책의 제목이 달라붙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까? 그건 내가 나이를 먹어가며 끊임없이 했던 질문이기도 하다.


이 책을 봤던 적이 있다. 그 땐 스물 여섯인가 그랬다. 이 책이 너무 답답했다. 아무런 답도 내려주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주인공은 무책임해 보였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생각만 생각만 생각만 그저 가득히. 그 생각의 무게에 짓눌려서, 굉장히 이 책을 싫어했었다. 서른 중순이 넘어 다시 본 책은, 어쩐지 내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서글퍼졌다. 그래, 생각이 많아지고 행동이 줄어들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이십 대와는 다른 느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찾아 헤멜 수 없다. 이미 헤멜 수 있는 시간을 놓쳤다. 물론 지금이라도 포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지금 찾은 평안을 포기하기엔 늦었을짇로 모른다. 그래서 지금 있는 삶의 안락함 속에서 고민을 계속한다. 하지만 그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물어뜯는 용으로 '더 나은 삶'이라는 목적을 세우고야 만다. "진짜의 나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좋은 걸까? 그건 옳은 게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 이대로의 자신은 싫다고 생각하는 나도 올바른 삶의 자세는 아니라는 건가?" 책에 나오는 문장은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했던 질문이다.


'더 나은 삶' '진짜 나'라는 목표가 있다. 나는 거기에 항상 휩쓸리고 만다. 그래서 현실의 나를 부정하고, 싫어하고, 외면한다. 현실의 나는 게으르고, 할 일을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도 없다. 진짜 나는 다르다. 부지런하고, 할 일을 제때 처리하며,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으로 임한다. 그런 꿈을 꾸며 살아가는 '지금의' 나는 어떨까?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을까? 이 모든 고민들은 머릿속으로만 이루어지고, 나는 공상가가 되어 나 자신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다.


머릿속 인민재판은 언제나 제멋대로다. 어느 날은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열린다. 물론 증인은 '더 나은 삶, 진짜 나'다. 그 완벽한 기준에 맞추려고 머릿속으로 아등바등하는 내가 있다. 실제로는 아등바등하지 않지만, 머릿속으로만 그렇지만, 그래도 조금은 움직이긴 한다. 물론 그게 얼마나 내 삶을 바꿀지는 모르는 일이다. 야금야금. 그래, 내가 나를 바꾸기 위해 하는 행동은 야금야금 일어나고 쫌쫌따리 발생한다. 정말이지, 쪼잔하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진짜 자신을 자신이 찾아 헤매면 어쩌자는 거냐고. 그러면 자신이 불쌍하잖아." 책 속 주인공은 이 말을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이 말을 듣고, 주인공은 정말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 자신을, 나는 끊임없이 찾고 찾으면서도 그 길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사실 모르는 게 맞다. 그건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은 내가 행동하는 대로 이루어지니까. 그러니까 나는, 마치 거울 없이 사는 인간처럼 내 모습을 찾아 헤메는 거다.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생각한다. "다른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건, 기분 좋아!" 내가 아직 다다르지 못한 경지에 이른 주인공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나는 여전히 나를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알고 있다, 이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그런데 끊임없이 생각이 밖을 향한다. 나를 비출 거울을 찾아 밖으로 헤멘다. 꼭 코끼리를 앞에 둔 봉사가 되는 것 같다. 내 멋대로 한 부분을 확대해석해서, 제멋대로 코끼리의 이미지를 만들어 버린다. 나 자신의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좀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면 좋겠다. 이왕 하는 거, 지금의 나 자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이다. 이런 경지가 되기 위해, 좀더 나를 사랑해야지.


나를 사랑해야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