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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Jan 27. 2024

[옛날 이야기] 뭘 하고 놀았더라?

잘 노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만.

나는 어렸을 때 잘 노는 타입이 아니었다. 공부벌레 스타일, 소심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니 그 나이대 친구들이 하는 모든 것들을 해 보지 못했다. 아쉬운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는 왜 그랬나 싶다가도,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나로 성장한 것을 보면 또 그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나는 아웃사이더였고 겉돌이였으며 외톨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들과 몇 가지 활동을 하며 놀았다. 첫째로는 고무줄이다. 우리 동네는 두 사람이 고무줄을 잡고, 아주 간단하게 팔짝팔짝 뛰는 고무줄뛰기를 했다.

- 월화수목금토일!

- 똑,똑 편지 왔어요 누구에게 왔을까, 너무너무 궁금해서 뜯어보았죠.

-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기손자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이 없네 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밝도록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한다~ 아기손자며느리 목청도좋다!


월화수목금토일은 4가지 종류가 있고, 4가지를 다 뛰고 나서 똑똑을, 그 다음이 개굴개굴 개구리였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간단하고 쉬운 데다가 무릎 위까지 올라가지도 않았다. 그런 쉬운 고무줄을 하다가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 학교에서 배운 고무줄은 정말 난이도가 높아졌다.


발목 단위에서는 아주 간단했다.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갈까요~ 노래를 부르며 줄을 사이에 두고 팔짝 뛰는 게 전부였다. 다만 줄이 발에 닿으면 안 되었다. 노래 끝 부분에선 비장함이 엿보인다. 랄랄랄랄랄랄랄라 온다야! 하는 그 순간, 바로 아이들이 발목 높이의 고무줄을 무릎으로 올려 버리기 때문이다. (발을 살짝 올리면 줄이 확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본게임이다.


산골짝에 다람쥐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을 하는데, 발을 뒤로 뻗어 줄을 꼬았다 풀었다. 거기다 이건 만세 버전까지 있었으므로, 얼마나 다리를 쭉 뻗어 줄을 잘 잡는지가 핵심이었다. 키가 작고 마른 친구가 있었는데, 정말 고무줄을 잘 했다. 나는 항상 무릎-엉덩이를 버틴 뒤 허리에서 죽었고, 어깨- 목- 머리-만세로 이어지는 라인은 그 친구의 단독 스테이지나 마찬가지였다. 놀랍게도 이 고무줄 뛰기는 꽤나 까다로운데 아직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 정말 재미있었다. 친구들의 고무줄에 끼기 위해, 집 기둥에다 고무줄을 묶어 두고 연습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초등학생 때는 콘찌찌빵이라는 게임을 많이 했다. 최근에 전통놀이 책을 보니 삼팔선놀이가 우리가 한 콘찌찌빵과 비슷하다. 사거리 길을 만들고, 네 개의 칸을 만든다. 우리는 길을 뛰어 다음 칸으로 가거나 혹은 콘, 찌, 찌, 빵 이렇게 네 걸음을 크게 걸어 다음 칸으로 갈 수 있다. 술래는 사거리 길에서 길을 뛰는 우리들의 몸을 터치해서 죽일 수 있다.  혹은 다음 칸으로 가려고 멀리 뛰는 우리를, 한 발은 사거리길에 둔 채 다른 발을 밖에 두고 손을 뻗어 잡을 수도 있다. 터치가 되면 죽었고, 다 죽으면 술래와 수비 팀이 바뀌었다. 특이하게 사거리면 뭐든 어디서든 오케이였다. 교내 화단이 만들어낸 사거리를 두고 이 놀이를 했었다. 꽤 재미있게 한 기억이 있다.

 

신호등놀이라는 것도 있다. 선을 두 개 긋고, 그 사이에 술래가 선다. 술래는 해야 할 행동을 외친다. 빨간불은 손을 들고, 노란불은 빙글빙글 돌고 파란불은 뛰어가야 했다. 술래는 색깔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아이를 잡았다. 귀찮은 친구는 술래가 다른 사람을 잡을 때 뛰어서 도망쳐 칸을 옮기기도 했다. 귀신발이라고 귀와 벗어 든 신발과 발을 순서대로 터치하며 콩콩 뛰어 가는 것도 있었다. 몇 가지 구령이 있었는데, 기억나는 것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

  

구슬치기는 간단히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운동화 뒤축이 많이 닳았다면 구슬치기 구멍을 발뒤꿈치로 팠기 때문일 것이다. 5개의 구멍이 있었고, 가운데에서 구슬을 5번 구멍 근처로 던져, 가장 구멍에 가까운 순서대로 구슬을 쳤다. 5개의 구멍을 차례로 다 다니면 병아리가, 3번 다니면 닭이 되었다. 닭이 되면 치는 구슬마다 죽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지만, 애초에 그전에 남의 구슬을 멀리 날려 버리는 것이 제일 재미있었으므로 실제 구슬치기에선 병아리도 안 나오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까지 그 구슬의 손맛이 기억난다. 아이들은 손에 침을 묻혀가며 구슬을 잡았다. 강하게 다른 구슬을 쳐서 멀리 날려버리기 위함이었다. 그 단순한 게임이 뭐라고 그렇게 구슬 욕심을 냈을까, 지금 생각해도 즐겁다.


옛날 놀이는 지금 생각할수록 아쉬운 것이 많다. 지금 해도 꽤 재밌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보여서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재미만을 느끼기엔 너무 생각하는 것이 많아졌다. 그게 아쉽다. 그 때는 뭘 하더라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재미를 위해 시간 가는 지도 모르고 몰입했었다. 그 몰입, 그 행복, 친구들과 하나가 된 것 같은 그 느낌을 다시 받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이 아쉽다. 나는 좀 더 많이, 철없이 놀았어야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고, 그러하여 조금은 어정쩡히 성장해버린 내가 탄생했다. 내 마음 속 어린이는 아직도 나를 원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아쉬움을 잊어버리고, 이 기록을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아름답고 행복했으며 추억으로 박제되어 그저 영원히 행복할, 그 시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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