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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Jan 30. 2024

[일상 이야기] 건강, 그 어려움에 대하여

건강해지려면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딜레마


서른이 넘어가며 건강에 신경쓰게 되었다. 그전에도 근육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했고, 많이 움직였으며, 운동 자체를 딱히 싫어하지도 않았다.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다만,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 과거 나는 직장에서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내가 스트레스를 필요 이상으로 받으면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불면증과 거식증이 같이 왔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서 스누피 커피우유 두 개(이 우유 하나의 카페인은 일반 커피 2~3개 분량이다)로 하루를 보냈다. 뭔가를 씹는 것도 귀찮아서 식사는 이틀에 한 번 정도로 해치웠다.


그러니 당연하게 몸에서 적신호가 온다. 정작 스트레스가 심할 땐 몸이 아프지 않았다는 게 유머지만. 나는 그 뒤로 상시적인 위장병을 얻었다. 심심하면 체하고, 심심하면 속이 좋지 않았다. 좀 무리한다 치면 체기가 한 주, 한 달까지 가는 것도 예사였다. (이 정도쯤 되면 그냥 위염이다. 나는 그냥 그걸 체기로 생각했지만.)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운동해야 할 것 같은데. 건강이 X된 것 같은데. 그래서 4년 전, 나는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코로나 시절에 홈트를 한번 시도해 보았는데, 정말 나와는 안 맞았다.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마음먹는 건 집 밖을 벗어났을 때였다. 그러므로 나는 바깥에서 운동을 하기로 했다.


첫 번째로 시도한 건 달리기였다. 런데이라는 앱이 있는데, 이걸로 매일매일 달리기를 체크했다. 매일은 아니고, 이틀에 한 번 정도 달렸던 것 같다.... 사실 주말에 안 달리고 주중에 몰아 달렸지만. 한 주에 3~4일은 꾸준히 했는데, 왠걸 그렇게 열심히 달렸는데도 컨디션이 도통 좋아지질 않는 것이다. 그렇게 부지런히 운동을 했는데도, 그렇게나 땀을 흘렸는데도 위장 상태는 3년 내내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두 달 동안 체해 있기도 했다. 정말이지 이게 뭐야?


달리기를 그만둔 건 다른 이유 때문이다. 꾸준한 달리기가 무릎에 이상을 불러왔다. 무릎과 발목이 피로를 호소했다. 무릎과 발목이 아프면 기본적인 걸음을 오래 걷기 어렵고, 다른 운동에도 엄청나게 영향이 간다. 결국 나는 달리기를 그만두었다. 3년 동안, 런데이 앱을 끝까지 완주하지 못한 채였다. 그게 너무 아쉬웠지만, 일단 내 몸이 도와주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그 뒤로 근무지를 옮기고 나서, 나는 슬램덩크에 빠졌다. 2023년 2월에,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집 근처 영화관에서 보았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년간 내 삶을 지배했다. 나는 그 영화의 온갖 분석글과 캐릭터들을 탐독하며 1년을 보냈다. 그러니 내가 농구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히, 근처에 농구 수업을 하는 곳이 있었다. 천운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농구 수업의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수업을 들었다. 내가 가진 열정과 사랑과는 달리 농구의 니은자도 모르던 초보자였으므로 드리블부터 열심히 연습했다. 그런데, 잊고 있었던 것이 있다. 난 애초에 달리기를 무릎과 발목 통증으로 그만둔 사람이었다. 그리고 농구는 슛 폼이 전부 점프와 관련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나는 무릎보호대를 하게 되었다. 그 때까진 괜찮았다. 왜냐면 수업 듣는 사람 중 내가 가장 나이들었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이렇게 돼!


두 번째로 하게 된 것은 복싱이다. 요즘 누가 복싱을 하냐겠지만, 내게 있어 복싱은 '사랑했나봐(윤도현)' MV의 영향으로 간지의 대명사였다. 그 MV기억하는 사람이면 나이가 너무 드러나려나? 아무튼...  내가 복싱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복싱 소개글을 보고 나서였다. 복싱 소개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다이어트에 좋은"


그래, 내 똥배가 좀 과하게 나오긴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신청했다. 그리하여 나는 복싱을 배우게 되었다. 복싱은 정말 힘들었다. 난 기대했던 농구 수업이 드리블 위주의 상체 운동일 줄 알았었다. 그런데 하체였다.(슛은 점프요,  드리블도 패스도 전부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복싱은 열심히 주먹을 날려야 하니 상체운동이리라 믿고 신청을 했다. 그리고 첫날, 줄넘기 3분 하면서 30번을 헥헥대며 나는 깨달았다. 아 이거 하체운동이구나.


복싱도 기본적으로 가벼운 점프(줄넘기)를 기본 스텝으로 밟고 간다. 앞으로 가는 스텝 뒤로 가는 스텝 옆으로 가는 스텝 전부 다... 점프였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냥 팔만 움직이는 줄 알고 신청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하체 운동 두 가지를 함께 하는 내 몸에는 또다른 통증이 왔다.


허리가 아프다.


당연했다. 점프를 하게 되면 그 하중이 다 허리와 무릎으로 올 테니까. 무릎은 그나마 보호대라도 차고 있지만 허리는 그도 아니었다. 자연스레 나는 허리보호대도 하게 되었다. 세상에, 그러니까 나는 온몸에 보호대를 차고 운동을 하러 가는 사람이 된 것이다. 나를 환자로 봐주지 않은 강사님께 감사드릴 뿐이다. 그냥... 나는 좀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아픈 게 싫은...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사실, 최근에 또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엉덩이 안쪽 근육이 부었어요. 흔하게 있는 일이지만 재발률이 높으니 전부 나을 때까지 운동을 금지합니다. 계속 운동하면 재발하기 쉬워서 안 돼요."

 음, 뭐 이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골반 밴드 하나 사서 쓰세요."

나는 여기서 기함했다. 나는 결국, 허리보호대 무릎보호대에 골반 밴드까지 차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이쯤되면 내 몸에 멀쩡한 곳이 남아나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지금은 저 셋을 다 사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다. 무리하지는 않으려고 하지만, 사실 실제 하는 운동량을 보면 한숨이 나올 뿐이다. 무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안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야 한다면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동은, 정말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였다. 나처럼 아픈 사람이 운동을 하면 더 아플 수도 있다. 물론 체력은 점점 나아지겠지만, 그 속도가 정말 느리다는 사실을 우리는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리고 체력이 늘어나는 것보다 통증을 느끼는 순간이 더 많으리라는 것도.

 

그렇다고 해서 운동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운동을 할 때 통증을 느끼면 잽싸게 병원으로 달려가라는 뜻이다. 그것이 나를 덜 아프게 하는 길이다. 운동과 병원이 친구라는 사실을, 운동을 한 지 일 년만에 드디어 깨달았다. 덧붙이자면 내 발목, 무릎, 허리가 아픈 이유는 딱 하나다. 근육을 제대로 풀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폼롤러 등으로 각잡고 근육을 풀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아플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것은 경험담이다.


5년 정도는 농구며 복싱을 계속하려 한다. 이 스포츠들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기에. 그리고 내 목표는 코어이다. 슬램덩크의 포인트가드들이 보여준 노룩패스의 본질은 코어였다. 코어 근육, 얼마나 멋진가! 지금은 불룩한 똥배 뿐이지만, 5년 안에 멋진 복근을 만들거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이 수많은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동을 사랑한다. 아주 멋진 운동 선수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내년도 고군분투할 것이다. 그러면 멋진 몸매도, 언젠간 내게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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