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대학원에서 살아남기 시리즈(?)
어쩐지 살아남기라는 말 뒤에 시리즈라는 단어를 붙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한 번도 본 책이 아님에도,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은 그 책이 얼마나 유행했는지를 반증한다. 노빈손의 살아남기 시리즈. 하지만 이 나이 먹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책을 읽어봐야 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야 이 험난한 대학원 생활을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대학원에서 살아남기" 책 같은 것도 한 권쯤 있을 법한데, 어째서 없는 것일까?(대학원 탈출일지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웹툰은 있었다.) 노빈손은 대학원쪽에는 관심이 없었을까...
아무튼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다들 묻기 바쁘다. 졸업하냐고. 그렇다 졸업을 한다. 올해 12월에! 그러니까 올 한 해는 대학원을 최선을 다해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들 올해 2월에 졸업하고 졸업장을 땄다고 생각한다. 왜일까, 내가 그렇게 대학원이라는 단어를 꾀꼬리처럼 반복하고 다닌 것일까? 아니면 1년이 2년처럼 느껴질 삶을 살아오신 것일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나, 아무튼 대학원을 무사히 졸업할 예정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반드시 대학원 졸업장을 딸 테니까!
하지만 문제가 있다. 대학원이 생각보다 피곤하다는 점이다. 내 휴일을 하루 깎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친다. 주5일 근무가 주6일이 되어버려(90년대까지 다들 어떻게 이런 근무일을 버티신걸까) 힘겨운 나날이지만 하루 쉬는 날이 있으니까 괜찮다. 하지만 계쏙되는 공부의 질과 양이 어쩐지 나를 지치게 만든다. 프린트해둔 참고논문이 산을 이루고, 참고도서만 읽다가 글자가 물리는 현상. 그렇다. 나는 대학원에서 글자에 물린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깨달았다.
차 책은 생각보다 재미없는 게 많다. 전문용어도 제각각이고, 어쩐지 편집부의 간섭이 전혀 없었던 듯한 오타나 오류도 꽤 있다. 말이 맞지 않는 문장도 있다. 물론 훌륭하고 재미있는 책도 있지만, 비슷한 내용의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책이 물린다. 글자만 봐도 멀미가 나고, 책읽기는 오타 찾기와 비문 찾기의 장난 같은 게 되어버린다. 내용은 뭔가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분명 비슷한 내용을 보는 중인데 처음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다 아는 것 같기도 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공부라는 걸 너무 오랜만에 한 탓일 것이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노트 정리를 할 수가 없다. 논문의 핵심 요약 포인트에 밑줄을 긋는 것으로도 나는 그만 지쳐 버린다. 교재는 읽는 것으로 모든 일을 다 한 것만 같다. 왜 머릿속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책을 읽긴 읽었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해서 모든 게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제라는 난데없는 두 글자가 튀어나와 나의 발을 붙들고 늘어지며 소리친다. 네게 쉴 시간 따위는 주지 않겠다!
레포트, 레포트가 계속 날아온다. 울 것 같은 기분이 된다. 하루는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끝내 쉬지를 못 하게 되었다. 연관도서를 깔고 자고 일어나서 논문들을 보는.... 그런 생활을 상상해 본다. 끔찍할 것 같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서 레포트 내용에 들어갈 자료들을 모으는 나를 보면서 생각한다. 게이밍 노트북이 전혀 게이밍하지 않다. 정말이지, 목적에 맞지 않게 노트북을 쓰는 것 같다.
과제와 학습 시간과 읽어야 할 책들의 더미를 보며 슬퍼하지만 올해까지만이다. 그래서 이 글은 재미로 작성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할 시간이다.
공부의 세계에서 고통받는 저를 가여이 여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