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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Apr 09. 2024

[일상 이야기] 일상, 존경심이 샘솟는 순간

그러니까 언제까지나 멋진 세상이 될 것이다

나는 항상 남들의 능력을 부러워했고, 잘 보이고 싶어 했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인사를 잘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못 하는 게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운동을 잘 하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했고, 컴퓨터를 잘 아는 것이 굉장하다고 생각했으며, 옷별 재질과 그 세탁 방법을 숙지한 사람은 능력자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전부 내가 모르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세상은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가득차 있다. 그들은 내가 모르는 세계에서 내가 모르는 일을 척척 해낸다. 우리 삼촌이 그렇다. 삼촌은 공사판에서 오래 일한 노동자였다.  본인이 사는 집을 직접 지었다고 했다. 나는 어려서 비염이 심했는데, 누가 코나무(느릅나무)를 달여 먹으면 좋다고 했다. 삼촌은 "어디서 봤다"고 하더니 달이기 좋게 썰린 코나무를 갖다었다. 어느 날은 내가 좋아하는 산딸기 덩굴을 가득 베어 오기도 했다. 산딸기 덩굴은 항상 내 키보다 높은 곳에 있었기에, 신이 나서 동네 친구들을 모두 불러 산딸기를 따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그렇게나 많이 마셨지만, 아직도 코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우리 동네 어드메에 산딸기가 많이 열는지도 모른다. 내가 전혀 할 수 없는 일을, 삼촌은 척척 해내곤 했다. 지금도 삼촌에 대한 존경은 변함이 없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큰아버지는 소를 키우셨다. 항상 소똥 냄새가 가득한 삽과 갈쿠리가 큰집 창고 안에 있었다. 내게 있어, 소는 귀엽지만 무서운 동물이었다. 집 근처 소마굿간에 갇혀 있는 소에게 을 먹이는 것은 좋아했지만, 그 이상 소에게 가까이 가면 들이받힐 것 같아 겁을 내곤 했다. 음머- 하고 우렁차게 우는 소의 목소리는 너무 커서 귀가 아팠다. 하지만 큰아버지는 그런 소 바로 옆에서 마굿간관리하는 사람이었다. 어린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 적이 없기에 나는 큰아버지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랐다. 다만 소를 키우는 일이 여간 품이 드는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았다. 그런 큰아버지는 내게 아주 큰 사람이었고, 그 느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어머니는 농사를 지으신다. 마을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면 무엇을 어디에 심고 어떻게 가꿀지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엄마를 돕겠답시고 마늘을 뽑거나 시금치를 다듬을 때마다 나는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조금만 일을 해도 지치는 나와 달리 엄마는 어느새 고추를 심었다 따곤 하고, 어느 날은 수박을 키웠다고 가져오고, 어느 날은 영 수확이 나쁘다며 토마토를 갈아서 건네준다. 엄마를 볼 때마다 슈퍼맨이 이런 존재인가 생각한다. 하루 삼시 세끼를 차려 먹고 여덟 시간만 일해도 나는 죽을 것 같은데, 엄마는 새벽에, 낮에, 밤에 제멋대로 일을 갔다 오면서 집안일을 동시에 처리해버린다. 내게 농사 짓는 사람에 대한 경외심이 생긴 것은 어머니의 삶을 옆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삼촌과 큰아버지와 어머니의 일을 폄훼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양 말할 때가 있다. 내가 봤을 때 그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나는 그렇기에 내가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들은 결코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일을 폄훼하기에는, 나 자신이 너무 모자라지 않은가?


식당 서빙조차도 나는 제대로 하지 못한다. 사촌오빠는 조그만 식당을 하고 있다. 몇 년 전, 손이 부족하여 내가 잠시 일을 도울 때, 고작 세 테이블이 있었을 뿐인데도 나는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서빙을 하지 못했다. 남들이 다 한다는 택시 운전도,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심히 긴장하는 내게는 맞지  않을 것이다. 커피 체인점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렇게 딱딱 메뉴 맞춰서 같은 음료를 만들어 내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못 할 것 같다. 물론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하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니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에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 이 세상은 내가 못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은 다 존중받을만 하다. 물론 사기꾼은 빼고. 사회의 신뢰 자산을 갉아먹는 사기꾼은 아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나는 일하는 람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무슨 일이든. 그래서 노동권에 박한 의견을 들을 때마다 답답하고 슬프다. 우리는 노동 집약적인 사회를 살면서 정작 노동을 하찮게 생각한다. 그 어떤 일이든, 하찮은 것은 없는데도.


나는 건물 당직을 서는 분께 인사를 자주 드리는 편이다. 어르신인데, 인사를 받을 때마다 기뻐하신다. 건물 청소를 맡은 분께도 아침마다 인사를 드린다. 즐거워하며 인사를 받으신다. 이런 아주 사소하고도 조그마한 행동으로도, 나는 그분들께 당신의 일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표할 수 있다. 그 존중이 하찮아 보인다 한들, 받는 분들께선 또 그 느낌이 다른가보다. 그리고 두 분 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들이시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을 존중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라고 어렸을 때부터 배워서인지 인사가 자연스레 나온다. 이건 꽤나 자랑할 만한 부분 같다.


이틀 전에 편의점에 다녀왔다. 들어가자마자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어머, 하고 놀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물건을 사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자, 어유 아가씨 목소리가 너무 발랄해서 기분이 좋네. 하는 답이 돌아온다. 다정과 존중의 인사는 감사와 기쁨의 언어로 되돌아온다. 어느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디에서나. 나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타인을 존중할 것이다. 그건 내가 삶을 살아가며, 나의 부족을 지나치게 많이 느낀 까닭이다.


이 마음을 영원히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것 중,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기에 더 그렇다. 누군가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세상은 온통 멋진 일로만 가득하고 만남은 언제나 기쁨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서로를 존중하자.


당신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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