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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Apr 23. 2024

[일상 이야기] 나는 항상 시간이 부족해!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고 시간은 너무 작고 짧고....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이 제법 많다. 운동은 두 종류로, 한 주에 적어도 4번은 나가려고 노력한다. 티 클래스도 듣고 있다, 홍차, 녹차, 그 수많은 차의 세계에서 맛과 향을 듬뿍 만끽한다. 그림 공부를 위해서, 최신 기법의 아나토미 책을 조금씩 베껴서 그리고 있다. 일본어 기초 책도 열심히 적어가며 외우고 있다. 이게, 매일매일 하고 있는 무언가들이다. 그 와중에 일기 쓰기나 자수는 짬짬이 이루어진다.


이렇게나 할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의 고민은 시간 부족이다. 아침에 나름 일찍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고는 있지만 출근에 쫒겨 어찌보면 꽤나 모든 것들을 대충대충 이뤄놓는다. 아침에 못 한 것들은 저녁에 어찌저찌 해치운다. 그러다보면 또 저녁에 늦게 자고, 다음날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또 저녁으로 일이 미뤄지고.... 이런 나날의 반복이다. 정말이지, 매일매일 뒤로 미루는 것들을 보고 있으면 생각보다... 한숨이 나온다. 왜 이렇게 바쁜 걸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잠이 많은" 내가 싫다. 얼마나 많으냐고? 나는 보통 아홉 시에 잠자리에 든다. 그럼 한 열 시쯤 잠에 든다고 하고, 눈 뜨면 일곱 시다. 대략 아홉 시간을 자는 셈이다. 내 수면 시간을 이야기하면 다들 깜짝 놀라곤 한다. 그렇게나 잘 자? 부럽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물론 내게는 하나도 와닿지 않는다. 수면 시간을 아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없이 많은데, 고작 잠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잘 자는 것은 복이라고들 한다. 사실 나는 수면제를 먹고 있으니 잘 자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듯하다. 다만 수면제 먹으면 꿀잠은 보장되어서, 딱히 약에 불편함을 느끼진 않는다. 그런데 대략8~9시간을 푹 잠들지 않으면, 당장 다음 날 내 컨디션에 엄청난 오류가 생긴다. 나는 내 몸을 "짐승 같다"고 자주 표현하는데, 먹고 자는 것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잔 날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짜증스러워진다. 화가 많아지고 욱 하는 타이밍이 짧다. 나 자신을 내가 컨트롤할 수가 없다. 고작 좀 덜 자고, 좀 덜 먹었을 뿐인데도. 내 감정이 이렇게나 몸에 솔직한 것을 보자면 진화가 좀 덜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게임과 영화 보기를 주말로 미뤄 둔 요즘은, 남는 시간이 너무 간절해진다. 너무너무 게임을 하고 싶지만 게임을 하면 잠을 못 자고, 잠을 못 자면 당장 다음날이 엉망이 될 것을 알기에 더 그렇다. 그럴수록 잠에 약한 나 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대채 왜 나는 이렇게나 약한 것일까? 이렇게나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잠만 조금 줄이면 해결될 것 같은데, 도통 잠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 거라고 말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십 년을 기다렸지만 잠은 늘기만 하고 도통 줄지를 않았다.... 어째서!!


그렇게나 화를 냈건만, 나이를 먹어서일까. 이제서야 깨달은 게 있다.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얼마나 몰랐는가에 대하여서다. 나는 그냥, 잠이 많은 인간인 것이다. 잠이 많고, 피로도가 높은 사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많이 자게 되고 많이 쉬어야만 하는 그런 사람.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은, 결국 내가 내 욕심을 한껏 부리고 있다는 뜻이다. 하고 싶은 것을 그득 끌어안고, 시간 탓을 하고 있었다. 놓을 줄 몰라 그냥 붙들고 있기만 했던 것 같다. 나는 물건을 가지고 싶은 것 만큼, 내 이상의 생활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 이상의 생활이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어차피 할 수도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꿈꾸고, 그리고 실패하고 스스로 좌절하는 것을 반복하면 사람은 우울해진다. 나는 나 자신의 우울을 자체적으로 생산 중이었던 것이다. 고작 그런 이상 하나에 매달려서. 이건 정말 벼락같이 내려온 깨달음이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너무 무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리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나 자신의 생활 스케줄을 지나치게 빡빡하게 잡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엔 저런 멋진 삶을 잠시 내려놓았다. 아마, 어느 날 또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갈 것 같아서, "잠시" 로 명명하였다. 남들이 보면 내가 이렇게 엉망으로 산다는 것에 놀랄 것 같다. 하지만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저 루틴은 어느새 무너지고, 또 다른 습관이 자리잡는 것이 아닐까? 다만 이 사랑의 끝에, 다시 과거와 같은 부지런한 루틴이 습관으로 자리잡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런 마음으로 매일을 지내고 있다.

 

공자 왈, 중용은 최상의 덕이다.

나는 늘 중용의 삶을 꿈꾸면서,  극단을 내달리는 것 같아 어쩐지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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