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가질 수 없을 때 더 아름다운

그렇지만 너무 갖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by Scarlet

최근에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사거나, 받거나 했다. 알고 있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다. 쓰지 않는 물건들, 잡다한 물건들은 정리를 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사실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기에는 욕심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내 지인은 나를 보고 맥시멀리스트라 평했다. 무슨 물건이든 없으면 불편하고, 있어야 편안해지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이사 문제로 짐을 많이 줄이긴 했지만, 내 성향은 그대로라는 뜻이다.


최근에 하이힐을 샀다. 무려 8센티짜리 굽이다. 앞쪽 가보시를 빼도 6센치는 가히 넘을 것 같은 구두인데, 당근으로 싸게 나왔다는 이유로 질러버리고 말았다. 운동화를 일상으로 신는 사람이 구두, 그것도 팔 센티짜리 하이힐이라니! 어느 누가 보든 낭비라고 생각할 것이 뻔하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싼 값에 나온 멋진 구두는 귀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당근마켓을 뒤지던 나는 충동 구매를 하고 말았다. (당근마켓은 나의 원쑤!)


정말이지 그 구두 굽이 바닥을 치면서 내는 또각거리는 소리는 매력적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맨 첫 장면에 나오는 아주 멋지게 꾸민 미국 여성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물론 구두 굽은 엄청 높았다. 한 번 걸어보니 삼십 분 이상 신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구두를 신는 동안 한껏 커진 내 키를 만끽하며, 어느 순간부터는 꽤 즐겼던 것 같다.


친구에게서 북커버를 받았다. 친구에게 달라고 졸라서 받은 것이다. 이상할 정도로 나는 북커버에 집착하는 편이다. 내가 집에 가지고 있는 책들은 다 북커버가 씌워져 있다. 내가 읽는 책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책 표지보다 북커버가 더 예뻐 보이기 때문이다. 어쩐지 북커버를 만질 때마다 설레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지인들 중 북커버를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이런저런 북커버를 받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크리티컬 하트를 선물하는 아주 멋지고 하얀 북커버를 보았다. 너무 탐이 나서, 친구에게 부디 팔아달라고 했다. 친구는 북커버를 전혀 쓰는 타입이 아니어서, 굉장히 쿨하게 내게 북커버를 건네주었다. 이로써 우리 집에 있는 북커버는 5개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랄 만한 일이지만, 내게는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북커버로 책을 가리면 이상하게 책이 신비하게 손짓하는 느낌이 든다. 제목을 보지 않고도 책을 열어보게 만드는 힘이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물건은 가질 수 없을 때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어느 명품 가방이나 아름다운 구두나 추위를 잊은 듯 멋지게 입은 패션 같은 것. 가방을 대충 던져놓기를 좋아하고 발볼이 넓어 엔간한 구두를 신으면 힘들어하며 추위를 과하게 타는 내겐 맞지 않다. 그래도 여전히 그들은 아름답게 빛난다. 내가 산 8센티 구두를 많이 신지 못하더라도, 자라 락플랩을 자주 매지 못하더라도 아마 나는 끊임없이 그들 사이에서 나의 로망을 그리게 될 것이다. 그래, 그런 삶도 있는 법이다. 로망을 로망으로만 간직하게 되는 삶.


그래도 그 로망이 있기에 나는 행복한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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