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종의 발전에 대한 아주 긴 이야기
이 책은 두껍다. 정말이지 두껍다. 내가 거의 반 년을 읽었던 책이다. 이제 드디어 다 읽었기 때문에, 이렇게 감상문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게 느껴진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의 초반이 너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전, 늦은 밤에 몇 쪽씩 읽어가며 완주한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멋지다. 다른 사람들도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좋겠다 싶은 책이다. 인간에 대한 또다른 시각으로의 접근이 굉장히 돋보인다.
이 책에서 첫 번째 쇼크는 '사피엔스'를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그는 사피엔스를 '네안데르탈인' 등 형제인류종을 몰살시킨 존재로 보았다. 이건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전까지 나는 착실하게 학교 교육을 받았지만, 이제껏 그들이 동시대를 살아왔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다음에는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을 지나 호모 사피엔스로. 하지만 그들은 꽤나 겹친 시대를 살아왔고, 승자는 사피엔스였다. 그들은 인간이라는 종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두 번째 쇼크는 사회 발전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이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과학적으로 더욱 발전된 적이 있던 동양이, 어떻게 서양에게 그 발판을 빼앗기게 된 것일까? 그 방향성을 하라리는 매우 다정하게 설명해 준다. 흙과 나무로 지지대를 세운 세계는 콘크리트와 철근의 세계에 그 권력을 넘겨주게 될 것이라고. 그렇다. 거기에서부터 동양과 서양은 급격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 번째로는 사회 확장을 부정적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모든 제국은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기존 지역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살해했으며, 부와 권력을 빼앗았다. 그러나 그들은 선진 문물을 전파했고, 그들의 역사를 그들보다 훨씬 많이 분석했으며, 그 국가를 지도에 남겨 모두가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제국의 확장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다만, 시야를 다르게 하여 바라보면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굉장히 충격적인 시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부분이다.
현대 사회의 발전을 '신용'과 연관시킨 것은 흥미로웠다. 예전에 나는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의 내용과 꽤 유사해서 꽤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자본주의는 '돈'에 대한 신뢰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세계이다. 그만큼 강대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이성적일 듯한 이 세계가 비이성적인 '신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책은 매우 두껍고, 그만큼이나 읽기 어렵다. 하지만 다 읽었을 때 남는 것도 그만큼 많은 책이다. 우리의 시점을 다양하게 변화시켜주며, 우리의 머리에 새로운 뉴런이 하나 만들어진 듯한 충격을 주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물 안 개구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실을 다시금 깨우치게 해 주는 책이었다.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