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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미 May 02. 2018

4차 마케팅의 핵심은 컨설팅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마케팅

마케팅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깊어질 뿐이다.




4차 산업 혁명, 

일단 '혁명'이라는 

말을 빼고 시작하자.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말이 지난 대선 때 어느 정치인이 사용하고 나서, 유독 더 자주 들리는 말인 것 같다. 급변하는 미래에 대한 왠지 모르는 불안감이나 현재의 내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말을 다루고 싶지는 않다. 대한 담론이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우리의 일상에서 일고 있는 4차 산업이라는 변화의 파도에 어떻게 몸을 자연스럽게 싣느냐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하고 싶다. 1차 산업 혁명의 상징인 증기기관 열차가 지금 필요하지 않듯,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앞서 나간 걱정보다는,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더 윤택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변화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고, 우리는 인간이 더 윤택해지는 삶을 향해 발전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농산물이 인간에게 주요한 먹거리이듯, 자연과 사람의 본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1차, 2차, 3차, 4차에 걸쳐 중첩되어 발전되고 깊어지는 것이지, 전혀 다른 세상이 오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우리가 받아들이는 수준에서 4차 산업 혁명이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4차+산업+혁명 이라는 무시 무시한 3가지의 단어 조합이 우리가 더 거리감과 빠른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할지도 모르겠다. 여기는 '혁명'이라는 말은 일단 빼고, 일단 4차 산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PC앞에서 거북목으로 구부정정 일하는 지식 노동자가 지금의 내 모습인듯.



우리가 3차 산업 혁명을 겪은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97학번인 나는 PC와 인터넷이 대중화되지 않은 시대에 태어나, 애플, 인텔, 마이크로소프트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온 세대이다. 초등학교 때 콤퓨터(왠지 이렇게 발음하는 것이 그때의 느낌이 산다)를 처음 접했고, 간단한 게임을 콤퓨터로 했다. 동네 오락실에 있는 오락기도 모두 우리가 자연스럽게 PC를 접해가는 과정이었다. 도스를 배우는 앞서 나간(?)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도스를 미처 배우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배울 필요도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게을러서 주산 학원을 다니지 않은 것처럼, 참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도스 프로그래밍 언어가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천리안이나 나우누리 같은 PC 통신을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접했다. 그리고 그때가 손으로 쓰는 리포트에서, 학교 PC실에서 쓰는 리포트로 옮겨갈 때였다. 얼굴도 모르는 이성과의 PC통신 채팅에 빠져 한글타자 속도는 빛처럼 빨라졌다. 지금은 대부분의 우리 부모 세대도 스마트폰을 쓰고, 70세인 시어머니는 인터넷 쇼핑과 SNS를 사용하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다. 내 눈에는 거의 같은 포즈의 친구들과 등산 야유회 사진을 영상으로 편집하고, 내 브런치 글을 읽으시고, 응원을 보내신다. 얼마 전 들어온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어떻게 티 안 나게 거절할까 고민 중이다. 정보화의 바다, 3차 산업 혁명에서도 많은 세대의 삶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런 편안한 관점에서, 향후 4차 산업이 가져올 우리의 편리하고 즐거운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쉽게 시작하는 4차 마케팅


마케팅을 업으로 해 왔고, 마케팅에 대한 글과 책을 쓰며, 때때로 강의를 하는 마케터 입장에서 4차 산업 시대의 마케팅에 대해 촉을 세우며 여러 국내외 글을 읽어 왔다. 공통점은 열린 화두와 질문에서 시작해서, 모호한 결론으로 끝나는 것들이다. 아니면 피부로 덜 느껴질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이다. 어렵다. 사이즈가 큰 이야기는 미래학자, 경제학자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조금 더 직접 와 닿고 바로 지금 우리의 삶에 녹아들고 있는 쉬운 개념의 4차 산업 시대와 마케팅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앞으로 <4차 마케팅> 브런치 매거진 연재를 함에 있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추가 의견이나 정보를 공유해주시고, 새로운 화두의 이야기를 많이 던져 주시면 한쪽의 치우친 관점을 좀 더 보완할 수도 있고 모르는 것들을 함께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여러분들을 믿고서, 4차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을  일단 저질러 본다. 



마케팅은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가 변할 뿐이다.


수렵, 채집 시대에도 어느 곳에 먹잇감이 많고, 어떤 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서로 정보를 교환했을 것이다. 알타미라의 벽화도 일종의 미디어의 기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농경시대에도, 지역마다 달리 생산되는 농산물과 수공예품들을 화폐 단위로 측정하고 거래했다. 그때의 마케팅은 일종의, 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소문을 기본으로 한 보부상의 활약은 일종의 마케팅과 세일즈의 모태이기도 하다. 아라비아 상인들의 무역, 실크 로드를 통한 무역, 여러 문화 간의 교류도 결국 생산, 마케팅, 판매의 큰 틀이기도 한 셈이다.

폼페이 시대에도, 지금의 브랜딩, 광 고과 같은 개념이 많이 발견되었다. Scauras라는 생선 소스 제조업체가 사용한 모자이크 패턴과 라벨이 폼페이 시대에 있었다. 구텐베르크의 활자로 대량 전단지, 브로셔 생산이 가능해졌고, 신문과 잡지가 생겼고, 라디오 광고와 텔레비전 광고로 진화되었다. 전자 상거래를 시작으로 고객 데이터 베이스 마케팅 (CRM)과 IMC 마케팅이 시작되었다. 소셜 미디어로 개인 정보는 관계성을 만들고, 개인 정보에 기반한 마케팅 커스터마이제이션을 높여주는 알고리즘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었다. 물론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씁쓸한 결과도 함께 왔다. 그러니, 앞으로의 마케팅도 형태가 바뀔 뿐이며,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폼페이 시대 생선 소스 브랜드



마케팅은 사라지지 않는다. 깊어질 뿐이다. 

밀어내는 마케팅은 없어진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아디다스가 독일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피드팩토리는, 인공지능이 모든 공정을 지배하는 스마트 팩토리이다. 스마트 로봇과 3D 프린터로, 고객이 제작 의뢰한  고객 맞춤형 제품을 단 이틀에 보낼 수 있다. 전형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었던 신발 공장이, 단 10명의 관리자 사람으로 한 켤레를 5시간에 끝내고, 연간 50만 켤레를 생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주문 고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되니, 물류나 유통에 대한 리드 타임도 줄어든 셈이다. 인건비가 들지 않으니, 아디다스는 중궁 등지의 공장 대신 다시 인건비 비싼 독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이 다시 들어오는 리쇼어링 (reshoring) 현상이 시작되었다.  



인공지능이 생산하는 독일의 아디다스 스피트팩토리



마케터의 많은 일들 중 하나가, 수요 예측, 트렌드 조사, 고객 니즈 분석이다. 그리고 생산된 제품을 재고 없이 팔릴 수 있도록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쏟아붓는다. 그래도 안되면 나중에는 세일이라는 이름으로, 이벤트,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을 붙여 여러 유통 채널에서 팔아야 한다. 빅데이터에 의한 정확한 수요 예측이라고 해도, 사전 주문 방식의 생산이 아닌 이상 오차는 늘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재고를 줄이기 위한 선 예측과 분석, 생산 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최소 생산 수량의 개념, 그리고 생산된 재고를 줄이기 위한 밀어내기 마케팅은 사라질 것이다. 3D 프린터가 상용화되면, 미리 만들어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집에 각자의 3D 프린터가 있어, 필요한 도면을 다운로드하여 집에서 내 인체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만들어 신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데이터는 

따라갈 수 없다.


데이터 수집, 저장, 가공의 수준은 AI를 따라갈 수가 없다. 한번 입력되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며, 방대한 정보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수집과 가공은 우리 옆자리에 앉을 새로운 인공지능 마케팅 신입에게 양보해야 할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간 우리가 시장에 대한 데이터를 채집하고, 분석하고, 나름의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원하는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미디어와 마케팅 툴을 선택하고 관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이미 쇼핑과 상품 제안을 대신하고 있는 인공지능처럼, 마케팅 업무의 많은 부분은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1:1 마케팅 언어를 개발하는 

인공지능 카피라이터


영화'허'(Her)를 본 독자라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주인공이 편지를 대신 작성해 주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상과 공존하는 미래 시대에,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감성 돋는 편지를 써주는 회사와 직업이 있을것이라는 설정은 재미있다. 최근 출간한 책 <탐나는 프리미엄 마케팅>에서 소개한 내용중 인공지능 카피라이팅 서비스에 대해서 잠깐 소개해본다. 


마케팅 랭귀지 엔지니어링 기술을 만들어낸 퍼사도 (Persado) 사의 자동 카피라이팅 기능은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개인의 니즈와 성향, 상황까지 고려하고 고도로 계산된 통계치와 수학적 논리구조를 기반으로 언어적인 수사학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개개인의 고객에게 말을 건넨다. 인공지 능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더욱더 고도화된 언어로 사람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구매하라고 말하지 않는 대신 “당신은 지금 이렇게 하면 좋겠네요”, “이런 건 어떨까요?”라며 지혜롭게 말을 거는 친구처럼 마케팅 메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뉴욕의 벤처기업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2016년 골드만삭스도 천만 달러 (약 110억 원) 를 투자하며 퍼사도의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캠페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퍼사도 웹사이트 첫 홍보 문구는 이렇다.

“마케팅랭귀지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모든 고객에게 가장 어필하는 카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계에서 나오는 건조한 마케팅 언어를, 퍼사도의 각 수신 대상의 프로파일에 맞춘 시스템에 돌리면 이렇게 바뀐다.


4시 30분입니다. 약을 드세요.

→ 찰스. 약을 먹을 시간입니다. 가족들은 당신이 더 건강하길 응원하고 있습니다.


최저가 항공, 지금 예약하세요. 한정기간 이벤트 

 일생에 남을 꿈같은 여행을 지금 내게 선물해 보세요. 지금 출발할까요?


8마일 달렸습니다. 대단합니다.

→ 5마일만 더 달립시다. 힘내세요.



이메일, 인공지능 스피커, 스마트워치, 내비게이션, 알람을 켜면 나만의 스칼렛 요한슨이 생기는 셈이다. 퍼사도가 생산한 마케팅 언어는 4,500만 개가 넘고 23개 언어로 진행되고 있으며 4,000여 개가 넘는 광고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퍼사도가 말을 걸면 평균 응답률이 49.5퍼센트로 꽤 높다고 한다.



앞으로의 마케팅, 

핵심은 컨설팅이다.


향후 본 매거진 <4차 마케팅>에서 하나씩 다루겠지만, 인간은 결코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동물이 아니다. 인간 본연의 복잡한 사고와 감정 체계는 합리적인 데이터로만 만족시킬 수 없다. 때로는 효율적이지 않고 불편한 것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는 것을 고를 때도 있다. 갑자기 출근하기 싫을 때도 있다. 열렬히 사랑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이 변하기도 한다. 의료기술의 도움으로 더 오래 살 수도 있지만, 존엄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인간은 결국 데이터만으로 해석되고, 소비될 수 없는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 시대의 마케터는, 고객의 니즈를 연결해주고 만족도를 높여 주는 컨설턴트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니즈라는 것은, 그간의 쇼핑 패턴과 생활 패턴을 분석해서 예측하고 제안하는 것만은 아니다. 복잡한 감정과 사회적인 관계망 속에서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를 연결시켜주는 접점에서 마케터가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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