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매거진 <지큐>가 만든 '폭스바겐' 카드지갑 특별 부록
얼마 전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지인을
만나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지인이 폭스바겐 카드 지갑을
테이블 위에 털썩 올려놓았다.
내가 지큐 브랜드 매니저로
일할 당시에 그 지갑을 기획하고
함께 만들었던 것을 그 지인이
최근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나를 만나자마자
그 지갑을 아직도 쓰고 있는
독자가 바로 자기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애마인 폭스바겐 골프 자동차
키와 함께, 지큐x폭스바겐
카드 지갑에 자주 쓰는
신용 카드를 꽂아서
늘 갖고 다닌다고 한다.
이제는 너덜 해질 때가 되었는데도
손에 익고 애착이 생겨
쉽게 다른 새 카드 지갑으로
옮겨 타지 못했다고 한다.
가끔은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마케팅 기획 제품들을 몇 해 지나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잡지사 브랜드 매니저의
역할 중 하나가,
부록을 만드는 것이었다.
잡지를 사면 무료로 주는 부록.
뷰티 전문 매거진 <얼루어>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할 때에는,
여성 독자들이 주로 좋아할 여성 뷰티,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주로 기획했다.
남성 패션지 <지큐>에서 일할 때에는,
당시에는 부록 빈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가끔 대형 부록 제품을
기획해서 만들었다.
잡지사 마케터에게는
부록 기획과 제작이
연간 마케팅 일정에서
자주 찾아오는 부담스러운
숙제 같기도 하다.
대형 부록, 특별 부록이 있는
달은 특히 반년 전부터 머리를 싸맨다.
어느 브랜드와, 어떻게 할 것인지.
눈이 높은 독자들에게 쌈박하게
눈길을 끌만큼
매력적인 제품이어야 하며,
광고주에게 예산뿐만 아니라
최대한 예산을 긁어모으고 끌어와서
빠듯하게 진행 한 만큼
빵! 하고 대박을
터트려야 하기 때문이다.
배보다 큰 배꼽을 만들되
배도 더 예쁘게 보이고
배꼽도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
브랜드, 편집팀, 마케팅, 광고 담당자
손 발이 잘 맞고 협업이 잘 된 부록은
잡지가 나오자마자,
서점가마다 잡지가 완판 되곤 한다.
부록 가격만 따져 보아도,
잡지 구매가보다 훨씬 높기도 하고
특별 부록은 한정판 에디션처럼,
그때 아니면 살 수 없는, 받을 수 없는
독자 선물이기 때문이다.
지큐가 폭스바겐 카드 지갑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당시 골프의 메인 컬러와
폭스바겐의 아이덴티티를,
남성 패션 전문 잡지인 지큐에서
지큐의 시선으로
지큐의 언어로 해석하여
세심하게 풀어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골프의 메인 컬러를 표현하기 위하여
100여 가지의 블루톤을 놓고,
상의 끝에 남태평양의 바다색을
연상시키는 블루와
포인트가 될 만한
더 짙은 바다색을 골랐다.
프라다와 같은 여성 명품백에
자주 쓰이는 사피아노 원단으로
제작해 내구성이 좋고,
출입증과 함께 목에 걸 수 있도록
목걸이 형태로 만들었다.
카드 지갑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에도
리서치, 트렌드 조사,
잠재 수요 조사를 했다.
그리고 선물처럼 받는
기쁨을 주기 위해서,
포장지와 포장 상자 모두
폭스바겐의 디자인 감성을
적용해서 만들었다.
지큐 코리아는,
지큐 코리아만의 담대하고,
섬세한 한글 문법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 용어들이 대부분 외래어인 가운데
되도록이면 외래어를 쓰지 않고
패션 잡지를 만드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다.
폭스바겐의 디자인 원칙은 당대 가장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것.
또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입니다.
이 지갑을 보고 있으면,
푸른 셔츠를 입고
남색 코튼 타이를 맨 건강한
남자의 웃는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 특별한 선물은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푸른 청년,
풍요로운 청춘을 보내는
이 도시의 남자들에게 건네는
친구의 인사입니다.
콜라보레이션.
컬래버레이션.
콜라보.
협업.
혼용해서 자주 쓰는 말인데,
국어사전에서 콜라보레이션은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동으로
출연, 경연, 작업하는 일이라는 말이다.
트렌드를 이끄는 산업의
최근 경향 가운데 하나로,
일정 분야에 장점을 가진 업체가
트렌드 결정자와 함께
협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쓰여있다.
다른 주체와 손을 잡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인데.
콜라보는 비단
브랜드 대 브랜드가 아니라,
미디어 협업, 아티스트 협업 등
대상과 업계의 경계와 구분이 없다.
사실 폭스바겐에서 지갑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로고가 반짝이고 있는
카드 지갑은 한 번쯤
가지고 싶은 선물이다.
미디어가 갖고 있는
양질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카드 지갑과 함께
잡지 본지 안에는 골프에
대한 심도 있는 자동차 기사와,
멋진 자동차 화보를 같이 실었다.
자동차 전문 에디터의 언어로
실용적 성능과
심미적 가치를 풀어내었다.
사실, 폭스바겐의 메인 제품군과
관련 없는 지갑이므로,
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해도
브랜드의 포지셔닝에 해가 없다.
오히려 하이엔드
패션 잡지와의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넓게 확산시킬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저의 마케팅 책
<탐나는 프리미엄 마케팅>에서
일부 발췌, 재구성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