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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미 Aug 09. 2018

피트니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전거를 파는 펠로톤

'펠로톤'의 영상 서비스 전략과 브랜드 에반젤리스트 마케팅

앞서 소개한 소울사이클은 레이디 가가나 데이비드 베컴 등 유명인들도 자주 찾는 스피닝 스튜디오이다. 어지간한 피트니스 클럽에는 Gx 프로그램 안에 실내 자전거 프로그램이 있다. 뉴욕에서 시작된 소울사이클은 쉽게 생각하면 스피닝만 전문으로 하는 핫한 클럽 스타일의 스튜디오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울사이클은 경쟁사 없이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당시 가장 큰 경쟁사가 있었으니 바로 넷플릭스였다. 사람들이 넷플릭스 영화 보느라 늦게 자면 다음날부터 운동 흐름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무궁무진한 콘텐츠에 빠지는 순간 운동하러 박차고 나가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소울사이클 회원이 나와서 만든
소울사이클의 최대 경쟁사 펠로톤

펠로톤은 소울사이클을 열성적으로 좋아했던 존 폴리 부부가 설립한 회사이다. 아기를 낳고 나서 운동하러 시간 내어 가지 못하게 되자 집에서도 소울사이클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없거나 집을 오래 비우기 어려운 경우에도 TV 보듯이 짬짬이 집에서도 운동할 수 있도록 헬스용 자전거를 출시했다.  이 자전거에 큰 태블릿 모니터를 설치하여 소울사이클과 같은 매일 새로운 콘텐츠로 실시간 운동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유명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듣는 셈이다. 이것이 펠로톤이 밝히는 창업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다.


펠로톤은 소울사이클을 잘 모방하고 한 단계 진화해서 만든 사업이다. 이제 소울사이클의 최대 경쟁자는 넷플릭스가 아니라 펠로톤이 되었다. 소울사이클이 2016년에 야심 차게 IPO 직전까지 갔으나 주식 상장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펠로톤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한 펠로톤의 급성장과 해외 시장 확장 가능성이 오프라인 스튜디오에만 집중하는 소울사이클의 발목을 잡지 않았나 한다.


펠로톤은 불과 2012년에 세워진 회사인데 펠로톤은 뉴욕 비즈니스에서 2016년 가장 빨리 성장하는 회사 50개 중 1위를 차지했다. 2년 연속 283% 이상 성장했다. 2014년까지 2년 만에 펠로톤 자전거 6만 대 이상을 판매했고 월평균 구독자는 2년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다. 2016년 기준 매출 1,900억 원이었고 기업 가치는 약 1조 4천억 원에 달했다. 소울사이클의 같은 해 1,200억 원 매출에 비하면 매출 신장 속도나 볼륨 측면에서도 더 좋다.


펠로톤이 제공하는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하루에 매일 20개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뜨고 실시간 수업에 집에서 참여할 수 있다. 핫한 스타 강사들, 음악 취향, 스피닝 프로그램 강도에 맞춰 바꿔가며 골라 들을 수 있고 집에서 클럽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펠로톤의 모니터가 큰 편이라 마치 직접 스튜디오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것처럼 함께 하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화면에는 친구 누가 누가 들었는지, 지금 수업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동시에 강사에게 질문할 수도 있도, 강사도 집에서 참여하는 고객들의 현재 운동 스코어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분당 회전수, 속도, 거리 등 운동 데이터를 수집해서 펠로톤 서버로 실시간 연동된다고 한다. 강사는 수업 참여자들의 운동량을 체크하면서 적절하게 수업을 리드해나갈 수 있다.


같은 영상을 한 번 이상 반복해서 볼 필요도 없다. 다 듣지도 못할 정도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매일 20개씩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은 나의 운동 결과가 그대로 보이고 기록화되고 쌓여서 데이터화가 되는 것이다.



피트니스+ 넷플릭스 =펠로톤





피트니스 사업에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을 결합하는 것이 말이 쉽지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창업자인 존 폴리는 반즈 앤 노블의 전자상거래 부문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예스 24 온라인 총괄 사장이라고 해도 되겠다. 뉴욕의 금융과 테크 비즈니스가 결합해서 핀테크 사업의 중심가로 뜨고 있는 실리콘 앨리 (Sillicon Alley, 실리콘 밸리와 비슷한 개념)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을 모았다.


펠로톤은 한 달에 39$로 현재 만개가 넘는 영상을 횟수에 관계없이 무한 시청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펠로톤 전용 자전거가 없다면 일반 실내 자전거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앱을 고정하고 이용할 수 도 있다. 앱 이용로 12.99$ 만 내면 마찬가지로 모든 수업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운동을 하다 보면 실시간 나의 운동 현황을 연동해서 확인하고 싶고, 강사가 설정하는 세팅값을 똑같이 설정하고 싶어 지게 되므로 실내 자전거까지 구매하게 된다.


스스로 OTT 플랫폼이 되었다.


사실 피트니스 산업도 유행이 빠른 터라 잠재적 위협요소는 많았다. 다이어트나 방법이나 운동이 한 때 크게 유행했지만 어느 순간 사라진 것들도 많다. 유행의 흐름도 잠재적 위협 요소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적은 고객 자신이다. 소울사이클과 같이 피트니스 비즈니스의 최대 단점은 운동 프로그램 유행이 바뀐다거나 사용자의 생활 흐름이나 여건에 따라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만해도 처음에만 열심히 나가고 그다음부터는 아예 포기해버리니 말이다.   


넷플릭스와 같이 인터넷으로 실시간 영상을 보내는 서비스를 OTT(Over-The-Top)라고 하는데, 펠로톤은 피트니스계의 OTT 서비스 플랫폼이 된 셈이다. 스피닝에 집중했던 소울사이클에 비해 펠로톤은 다양한 홈트레이닝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트레이드밀에서부터 맨손 피트니스 운동까지 홈트레이닝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하드웨어나 오프라인 공간이 아니라 스트리밍 콘텐츠가 중심이다 보니 유행이 바뀌면 그에 맞게 프로그램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이 있다.



펠로톤의 러닝머쉰과 홈트레이닝 프로그램




이야기의 확장성
고객이 주인공이 되면,
그 콘텐츠는 무한하다.

펠로톤의 마케팅도 소울사이클과 같이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 차이가 있다면 광고 등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18년 동계 올림픽에서 NBC의 공식 협찬사로 나섰다. "Better is in us"라는 광고 캠페인으로 마음을 뜨겁게 울린다. 누구나 단지 게을러서만이 아니라 운동을 밖에서 할 수 없는 제약점들이 많다.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모는 퇴근 후 운동하는 삶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실적인 제약 사이에서 힘들어 하지만 스스로를 다지고 자신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는 멋있는 워킹맘을 주인공을 내세워 광고를 찍었다. 이외에도 유투브, 페이스북 등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나르고 있다. 고객의 가능성과 꿈을 지원하고 함께 고달픈 현실을 이겨내길 바라는 메시지는 소울사이클과도 비슷하다. 그리고 한 명 개개인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고 있다. 암을 이겨내며 치료와 운동을 집에서 병행하는 사람의 이야기, 새롭게 강사로 참여한 사람의 세밀한 이야기들, 처한 현실에서 삶이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를 무한히 공유하고 있다.



Brand Evangelists

브랜드 에반젤리스트

지난 칼럼에서 임파워먼트 마케팅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Brand Empowerment란 고객에게 브랜드에 대한 적극적인 권한을 실어주고 자연스럽게 홍보 대사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쉽게 말하면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과 입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임파워먼트에서 한 발 더 앞서 나간 것은 브랜드 에반젤리스트를 개발하는 것이다. 에반젤리스트라는 말이 복음을 전파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니, 브랜드 열성 팬이자 열성 전파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에서 만약 '소울사이클'과  '펠로톤'의 서비스를 벤치마킹하여 런칭한다면 둘 중 어떤 모델이 더 성공할 수 있을까? 개인적 생각으로는 소울사이클과 펠로톤의 장점을 합친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https://brunch.co.kr/@scandilife/32



펠로톤의 감성적인 광고, Better is in us 바로 보러 가기

(음악을 켜고 보시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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