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와 에버레인의 브랜드 철학과 프리미엄 마케팅
파타고니아는 친환경에 대한 의식이 강한 회사이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사실 제대로 보면 진짜 친환경 제품은 없습니다. 우리가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 자체가 지구에 해를 끼치는 일입니다. 우리는 적게 쓰고 지속적으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의 수장이 물건을 소비하는 것 자체가 이미 환경에 해를 가한다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파격적인 말이다. 이는 그가 평생에 걸쳐 일관되게 펼치고 있는 파타고니아의 자연과 환경보호에 대한 기업 철학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파타고니아는 생산과 소비는 어쩔 수 없지만 되도록이면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노력을 해 왔다. 꼭 무언가를 만들어 써야 한다면 이왕이면 재활용을 통해 자연에 최소한의 해를 끼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녹여 실을 뽑아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해 폴리에스테르 옷감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버려진 옷에서도 다시 실을 뽑아 새 옷을 만들어 팔고 있다. 옷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최소한의 화학제품을 쓰고 모든 목화 생산 과정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면 생산 과정에서 꽤 많은 농약이 쓰이는 것을 알게 된 후 여러 노력 끝에 농약을 쓰지 않고 목화를 키우게 된 것이다.
항상 왜냐고 질문하세요
Always ask why
에버레인(Everlane)은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당시 에버레인은 제이크루나 자라,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와 경쟁 게임에 들기도 어려운 작은 회사였다. 대형 패션 회사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고 브랜드 포지셔닝을 차별화하기 위해 에버레인은 급진적인 가격 투명성이라는 캠페인을 강력한 마케팅 무기로 삼았다. 제품 하나하나 모든 공정별 투명한 원가를 보여주는 파격적인 가격 공개 비즈니스 모델로 패션 업계에 존재감을 만들어 내었다.
온라인숍을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에버레인은 디지털 미디어에 밝고 특히 삶에서 윤리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 (미국에서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단어) 들의 호응을 끌어내었다. 상장되지 않은 기업이라 정확한 매출은 알 수 없지만 2016년 기준 기업가치는 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725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에버레인 온라인몰에 가서 청바지 제품을 선택하면 디자인, 소재, 사이즈, 모델 핏, 고객 후기 등을 볼 수 있는데 여기까지는 다른 쇼핑몰과 비슷하다. 하지만 에버레인은 항상 제품 상세보기 하단에 ‘투명한 가격’이라는 정보가 따라붙는다.
CNBC의 ‘매드머니’ 방송에 에버레인의 창업자 마이클 프레이스먼이 출연했다. 그가 에버레인을 창업한 배경은 50$ (약 5만 5,000원) 짜리 티셔츠의 원가가 7.5$ (약 8,000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거품이 낀 유통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고 싶었다고 한다. 고객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이 어떻게, 얼마만큼의 비용을 들여 만들어졌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사이트에 들어가 제품을 하나 골라보았다. 보이프렌드핏 청바지라는 제품을 68$에 판매하고 있는데 원단 및 재료비는 13.65$, 지퍼 등 부자재 액세서리 2.15$, 공임 인건비 7.83$, 세금 등 3.9$, 운송비 1.9$ 총 29$의 원가가 공개되어 있다. 이 제품을 에버레인에서 68$에 판매하고, 일반적인 판매가는 145$라고 소개되어 있다.
간결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의류와 가방, 신발, 액세서리 등을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는 에버레인의 성공 요인은 투명한 정보를 고객에게 모두 쥐어주고 제작 과정과 관련된 스토리를 충분히 전달하여 고객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생산 공장에 대한 정보도 대개는 어떤 나라에서 어떤 소재를 가지고 만들었는지 정도만 소개된다. 그러나 에버레인은 어느 공장에서 생산했고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근무하는지, 각 공정별 실제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고 있는지, 판매 회사의 마진은 얼마인지 재고관리 코드 (SKU) 별로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제품 철학이 좋아서
너에게도 소개하고 싶어
에버레인의 투명한 가격 정책과 구체적인 가격들이 일반 고객들에게 쉽게 전달된 것은 쉬운 도형으로 구성된 인포그래픽 디자인도 한몫했다. 모든 제품 하단에는 손쉽게 인포그래픽으로 해당 제품의 원단부터 부자재 가격, 제조 공정별 실제 가격과 운송비, 에버레인의 마진까지 표시하여 보여주었다. 물론 경쟁사들의 일반적인 소매가격은 자사 모델의 2배가 넘는다는 사실까지 영리하게 강조하면서 말이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끌어내자 에버 레인은 아예 본사와 공장을 투어 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게다가 원가가 내려가면 소비자 판매가를 다시 낮추기도 한다. 2012년부터 125달러에 팔았던 캐시미어 스웨터의 경우, 지난해 캐시미어 가격이 16퍼센트 하락하자 이를 반영해 100달러로 가격을 낮췄다. 에버레인은 회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렇게 밝혔다. “기업들은 원자 재값이 오르면 제품값을 올리지만, 원자재값이 떨어졌을 때는 제품값을 내리지 않는다. 이는 정직하지 못한 것이다”라며 가격 인하에 대한 홍보도 진행했다.
또 주로 온라인에서 판매가 이루어지니 전 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는데 마케팅 또한 온라인 SNS와 이메일 등을 기반으로 한다. 고객이 친구에게 추천하여 친구가 제품을 구매하게 되면 소개한 회원에게 현금 25$을 지급한다.
고객들은 25달러라는 금액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정직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 윤리적으로 올바르게 생산되는 제품을 지인에게 소개함으로써 스스로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서 알릴 수 있다. 좋은 취지로 운영하는 브랜드를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도 에버레인의 특징이다. 그래서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 그램 등에는 에버레인 제품에 대한 리뷰들이 넘쳐난다.
사지 말고 수선해서 다시 입으세요
파타고니아의 코즈 마케팅
코즈 마케팅 (Cause Related Marketing) 은 기업 철학과 신념을 마케팅 캠페인으로 연계하여 진행하는 방식이다. 스니커즈 신발 브랜드 탐스 (TOMS) 가 유명한 코즈 마케팅 사례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같은 신발 한 켤레를 맨발의 어린이에게 기부하는 이른바 원포원 (One For One) 프로그램은 ‘#신발없는하루’ 해시태그로 신발 없이 생활하는 아프리카 아이의 사진을 찍어 올리며 다른 나라 어딘가에 신발 없는 아이 들을 생각하자는 캠페인이다. 탐스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이다.
코즈 마케팅을 잘하는 브랜드로 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웃도어 옷을 사러 가면 개인적으로 파타고니아의 색감이 눈에 띄어 자꾸 손이 간다. 하지만 확실히 가격대가 있다. 파타고니아는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에 “이 옷을 사지 마세요 (Don’t buythis jacket) ”라는 광고를 실었다. 미친 듯이 팔아도 부족한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자기네 옷을 사지 말라고 광고를 하는 브랜드라니.
파타고니아는 오래 입어 낡은 옷도 수선해서 다시 입자는 “원웨어 (worn wear) , 고쳐서 오래오래 입으세요” 캠페인을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회원은 수선 서비스 일정에 맞춰 브랜드에 상관없이 매장에 아웃도어 옷을 가져가면 무료로 수선해준다고 한다.
파타고니아가 운영하는 원웨어 (wornwear) 인스타그램에는 해진 옷에 천을 덧대어 꿰맨 오래된 재킷 사진들이 종종 올라온다. 그중 인상적인 사진은 어릴 때 아빠가 캠핑장에 갈 때마다 입던 플리스 재킷을 아들이 물려받아 새 옷처럼 입고 있는 사진이다. 그리고 어떤 사진은 아빠 등에 업혀 있던 아기가 커서 보낸 사진이다. 자신이 아기였을 때 아버지가 입던 주황색 플리스를 자신이 입고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재킷을 코디해 입고 있는 사진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되고 있는 파타고니아의 기업 철학은 세대를 아울러 마니아층을 만들었고,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강력한 마케팅 스토리로 작용했다.
브랜드 철학을 세우는 기준
브랜드 철학은 잠시 쓰고 버리는 일시적인 캠페인이어서는 안 된다. 경영진이 바뀌어도 시대가 변해도 꾸준히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는 일관된 철학이어야 한다. 사실 이윤을 내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시장 상황에서 철학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브랜드 철학은 기업 운영 방식에서부터 브랜드를 구현하는 모든 과정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자신만의 철학을 지켜가는 브랜드는 오랫동안 소비자들에 울림을 주고 사랑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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