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은 나를 비추는 가장 맑은 거울이다.
“선생님, 왜 그런 표정이에요?”
강민이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얼떨결에 웃으며 되물었다.
“무슨 표정인데?”
“음… 뭔가 속상한데, 참는 표정이요.”
깜짝 놀랐다.
나조차 의식하지 못한 내 마음을,
그 작은 눈동자가 꿰뚫고 있었다.
***
그날은 유난히 지친 하루였다.
수업 중 틀린 문제를 아이가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어느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설명을 마쳤다.
그리고 뒤늦게 후회하며 마음속이 복잡해진 참이었다.
아이에게 들킨 마음.
어쩐지 부끄러웠고, 어쩐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리딩룸에는 거울이 없다.
하지만 나는 매일 거울을 본다.
아이들의 얼굴, 눈빛, 말투, 숨소리.
그 안에 나의 감정이 비친다.
내가 한 말 때문에 풀이 죽은 아이를 보면
‘내 말투가 거칠었구나’ 깨닫고,
아이의 웃음소리에 마음이 풀리면
‘내가 조금은 괜찮은 어른일지도’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주 묻는다.
“선생님도 혼나요?”
“선생님도 틀릴 때 있어요?”
“선생님도 친구 없던 적 있어요?”
그 질문들 앞에서
나는 어른이기 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 선다.
그리고 진심으로 대답하려 애쓴다.
“응, 선생님도 다 그래.
가끔 틀리고, 가끔 속상하고, 가끔 혼나.”
어른은 아이를 가르치고,
아이는 어른에게 배우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깊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많이 배우고 있었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고,
어른도 어린이의 거울이다.
서로를 비추며 조금씩 자라는 존재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일 연습 중이다.
어른이 되는 법을,
그리고
어른으로 남지 않는 법을.
오늘도 아이 앞에서
마음을 들켜버린 선생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