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원래 다니던 회사의 임금체불 문제로 퇴사를 했고, 이직을 위한 취업준비를 하며 정말 많이 바빴습니다ㅠ 이직을 성공하고 회사에 다닌지는 한 달쯤 되었는데, 적응하며 회사 다니느라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도 했고요. 몇 달 전 써두었던 섬근 관련 글이 만 뷰를 넘어갔다는 브런치 알림과, 제가 글을 쓴 지 두 달이 넘었다는 알림을 보고 글을 다시 너무 쓰고 싶었습니다. 추석의 긴 연휴를 기회 삼아 오랜만에 돌아왔어요.
제가 어릴 적, 그러니까 햇수로 따져도 15년은 전일 것 같아요. 그때는 '운동'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께서 줄넘기나 조깅 같은 유산소 운동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줄넘기를 3천 개씩 한다거나, 아침저녁으로 달린다거나 하는 운동을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연예인들이 헬스, 클라이밍 같이 근력을 끌어올리는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근력운동으로도 무게가 움직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여자 연예인들도 근력운동으로 몸을 만들면서 '여자는 헬스 하면 몸이 울퉁불퉁해지는 것 아니야?!'같은 틀린 상식이 깨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여전히 여기서는 빠진 것이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지구력을 길러주고, 근력운동은 당연히 근력을 길러주겠지만, 그렇다면 유연성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유연성이 대체 왜 중요한 거죠?ㅋㅋ
제가 오랫동안 운동을 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는 지구력, 근력, 유연성은 기초체력의 트라이앵글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끔 쇠질 열심히 하면서 '아~ 나는 뻣뻣해서~'라며 근육량이 모자란 건 부끄러워하지만 유연성 모자란 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근육이 모자란 거나 유연성이 모자란 거나 똑같이 연약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근력이 아무리 강해봤자 유연하지 않으면 그 근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거든요. (종목별로 뻣뻣한 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일반적인 생활체육의 범주에서 얘기하자면 그렇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얘길 해볼게요. 통증관리의 측면에서 유연성은 근육이 '회복할 수 있는 범위'가 되어주고, 힘의 측면에서는 '가동범위'가 되어줍니다. 우선 저는 섬유근육통 환자였으니 통증관리의 측면에서 시작해봅시다. 제가 섬유근육통으로 고생을 할 때 자주 느꼈던 것은 몸이 굳는 느낌이었습니다. 통증이 있으니 몸이 움츠러들고, 움츠러든 만큼 점점 뻣뻣해지는 느낌입니다. 이게 잘 펼쳐지기만 해도 덜 아플 것 같은데, 자꾸 몸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았어요. 이 쪼그라든 근육, 뻣뻣해지다 못해 딱딱해진 몸을 늘려주고 펼쳐주는 능력이 유연성입니다.
힘을 기르려면 유연성이, 유연성을 기르려면 힘이 필요하기도 해요.
힘을 쓰는 부분에서 유연성이 필요한 이유는 사례를 들어 얘기해보겠습니다. 스쿼트를 하는데 생각보다 깊게 앉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뒷 벅지나 종아리 등 하체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걸 '가동범위가 안 나온다'라고 표현하는데, 몸이 유연하지 못할 경우 근력운동에 필요한 가동범위가 안 나오는 경우가 더러 생깁니다. 한 단계 더 심화해서 생각해볼까요? 간단하게 예를 들어 근육 1cm당 같은 정도(ex. 10)의 힘을 줄 수 있는 두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뒷 벅지 근육의 10cm밖에 못쓰는 사람과 15cm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용할 수 있는 근육의 물리적 크기가 큰 사람이 더 힘을 세게 줄 수 있겠죠. (말도 안 되는 계산식입니다만 제 의도가 이해되셨기를 바랍니다..) 가동범위란, '내 의지대로 제어할 수 있는 근육의 범위 혹은 크기'를 말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아무리 힘을 길러봐야 내 의지대로 제어되지 않는 근육이라면 제대로 쓸 수가 없는 거죠. 가동범위가 나오지 않는 근육을 억지로 움직이려고 해 봐야 통증만 유발됩니다.
어, 통증? 아까 통증관리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죠? 통증이 생겼다면 또 늘려주고 펼쳐줘야 하겠네요? 맞습니다. 유연성의 무한루프에 빠지신 거예요. ㅋㅋ
유연성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힘이, 힘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유연성을 기르는 건 많이 아프다는 오해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유연성을 위해 트레이닝한 결과, 유연성을 기르는 트레이닝은 근력 트레이닝의 통증 그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리를 찢겠다고 위에서 누군가가 억지로 내리누른다던지, 허리를 꺾겠다고 강제로 부수듯 누군가가 밀거나 당긴다던지... 이건 근력을 기르겠다고 무리가 되는 무게로 웨이트를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맨몸으로 스쿼트를 할 경우, 이를테면 20개는 안 힘들지만 200개를 하면 힘들겠죠? 그리고 그 힘들다는 것은 운동을 하면서 느껴지는 '통증'입니다. 유연성을 기르는 스트레칭도, 이러한 통증을 넘어가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남의 손을 너무 많이 빌리지 마세요. 웨이트를 하면서 보조를 받는 경우에도, 30kg 들 수 있는 분이 300kg를 보조받아 들지는 않습니다. 끽해야 35kg, 40kg 정도까지죠. 스트레칭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눌렀는데, 그때 비명이 나오고 눈물이 날 정도면 이미 잘못하고 계시는 거예요. '아 뻑적지근하다... 이 이상하면 소리 지를 것 같아'라고 할 때까지만 누군가의 힘을 빌리셔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내 스스로의 힘으로 해당 스트레칭 동작을 '오래 버티는' 것입니다. 다리찢기를 한다면 뻑적지근한 수준으로 스플릿을 하고, 카운트를 8이나 10까지가 아니라 80까지 세본다거나, 2분을 버틴다거나 하는 정도로 오래 버티는 것입니다.
유연성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이 있는데 우선은 여기서 마무리를 해보겠습니다.다음에는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의 기본이 되는 수축과 이완 개념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힘과 유연성은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이기 때문에, 힘이 있어야 유연성을 기를 수 있고, 유연성이 있어야 힘을 더 기를 수도 있습니다. 힘과 유연성을 발휘하는 데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다음에는 부위별로 어떤 스트레칭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