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정낭독연구소 2025 송년 낭독회 '나의 낭독이야기'
안녕하세요, 스칼랫 입니다.
올 8월부터 이누야샤의 금강, 세일러문의 마스 성우를 맡았던 서혜정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낭독수업에 열심히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연말을 맞이하여 '나의 낭독이야기'를 주제로 직접 글을 써 낭독을 하는 송년회를 천안에서 진행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낭독했던 이야기를 제 공간에도 남겨놓고 싶어 브런치에도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왜 제가 낭독을 하게 됐는지, 왜 계속하고 있는지, 무엇을 얻었는지 등에 대한 낭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는 것은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해볼게요 :)
아래, 제가 낭독했던 저의 글 전문과 제 목소리로 낭독한 파일을 올려둡니다.
사회초년생 때, 취업준비를 하면서 스스로 밥벌레가 아닐까 하고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하루종일 집에서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운동을 다니곤 했는데, 매끼니 집에서 밥챙겨 먹는 제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엄마에게 걱정되지 않느냐고 무척 진지하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가뿐하게 대답하셨습니다. ‘알아서 걱정 다 하고 있는데 나까지 얹어서 걱정해야해? 어떻게든 되겠지.’ 사실 그 때 ‘어떻게든 된다’는 말은 ‘될대로 되라’의 의미인가 했었는데, 몇 년이 흐른 지금 그 뜻을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그 어떤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모자란 행동을 해도 너라면 반드시 되고야 말텐데, 당신까지 구태여 그것을 왜 걱정해야하느냐는 강력한 믿음이었습니다.
독서는 책을 읽고 내용을 수용하는 행위이고, 쓰기는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행위라면, 낭독은 글의 수용과 표현을 한꺼번에 하는 독특한 행위 같습니다. 낭독의 표현을 잘 해내려면 작가의 의도를 수용할 줄 알아야합니다. 즉, 어떻게 해석해야할까에 대한 낭독자 스스로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까, 글을 잘쓸까가 아니라, ‘어떻게 해석할까’를 직접적으로 고민해본 일은 낭독을 해보면서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낭독을 위해서는 글의 길이와 상관없이 제가 이 글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의 심정을 생각해보아야 하는 사유의 과정을 거쳐야했습니다. 글자 그대로 그렇구나 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입장이 되어 그 의미를 깊게 해석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작가는 왜 하필 이 단어를 썼을지, 왜 이런 감정을 느꼈는지, 더 나아가 작가가 누구인지가 궁금해지게 됩니다.
저는 호기심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관심으로 해석될 것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열정으로 해석되겠지요. 누군가는 그건 관심이나 열정이 아니라 별것도 아닌 것에 악을 쓰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열정이 있는 것일까요, 악을 쓰는 것일까요?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강조점이 바뀝니다. 저는 낭독을 통해 이 기준을 고민해보고, 각 사람들, 그러니까 각 작가들의 말에 대한 해석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고, 저를 평가하던 세상의 잣대도 꽤 모호한 기준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어리다’, 몇 살까지가 어린 것일까요? ‘나는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살이 안찐다’ 얼마나 먹었길래 먹고 싶은걸 다 먹은걸까요? 누구는 밥을 세그릇 먹어야 맘껏먹은건데, 누군가는 하루에 세숟갈만 먹어도 맘껏일 수 있잖아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같은 개념을 사람마다 다른 어휘와 기준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역설적이지만, 소리로 표현하는 낭독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무리 있어보이는 글이래도 화자가 자신의 결핍을 숨기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 혹은 아는 체를 하고 싶은지를 느끼기도 합니다. 좀 투박해도 세상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거나… 미처 말로 표현되지 않은 여러가지 진실을 분간하기도 합니다.
보이는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느끼고 알게 되는 것의 일부를 드러내보여주는 것이 글과 말입니다. 행간 사이사이에는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것이 글자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글과 말을 넘어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물론 진실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부 다 완벽하게 이해할 날은 오지도 않고 올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낭독에도 끝이 없는 것인가봅니다.
이제 1월 22일부터는 세일러문의 무려 '세일러문'을 맡으셨던, 세일러문 뿐만이 아닌 웨딩피치의 '피치', 슬레이어즈의 '리나 인더스', 포켓몬스터의 '지우'를 맡으셨던 최덕희 성우님께 낭독연기수업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수업의 비하인드는... 제 이야기를 듣고 서혜정 성우님이 기획하여 열어주신 수업이라는 점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자세히 풀어보도록하겠습니다 :) 할만한 재미난 이야기와 소재는 많은 것 같습니다. 쓸 시간이 모자라서 그렇지(ㅠㅠ)
혹시라도 낭독에 관심이 생긴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