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게임법

일상적인 룰은 거부한다!!

by Scarlett Jang


언젠가부터 우리 딸은 사소한 것조차 이겨야 직성이 풀렸다.

밥도 늦게 먹으면서 우리가 빨리 다 먹고 나면 꼴찌가 싫어서 더 이상 안 먹으려 하고

좋아하는 간식이 나오면 게눈 감추듯 급하게 먹어서 일등을 자연스럽게 하고

그러한 일상적인 것들 뿐만 아니라 단순한 가위바위보는 무조건 본인이 이겨야만 한다.

처음에 그런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정석대로 했는데 딸이 계속 지니까 울고 불고 대성통곡을 하였다.

그 이후 우리는 딸이 낼 법한 가위바위보를 미리 보고 일부러 져준다.


그런데 주사위는 가위바위보처럼 우리가 마음대로 하기가 쉽지 않았다.

알록달록 이쁜 그림이 그려진 유아용 주사위로 간단한 게임을 하는데 보기에도 재미있게 보여서 시작한 것이 실수였다.


내가 던질 때 자꾸만 큰 숫자가 나오면서 게임에서 유리해지자 결국 딸의 울음보가 터졌다.

그리고 이내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하였다.

보통 엄마나 아빠 중 한 명에게 삐치면 다른 한 명이 달래주며 그녀의 기분을 풀어준다. 그런데 하필 이날은 남편이 숙직이라 집에 없었고 야밤에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즐겁게 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딸은 울고불고하며 급기야 게임판을 엎었다.

(행동적인 부분은 혼을 낼 수도 있었지만, 평소 혼내는 역할을 엄마가 주로 하는데 달래줄 남편이 집에 없는 날이었기에 혼은 따로 내지 않았다.)

그리고는 아빠를 찾기 시작하였다. 아빠랑 통화를 하고 기분은 나아져 보였지만 여전히 등을 돌리고 앉아 나를 째려보는 딸을 어르고 달래 다시 게임을 재개하였다.


무조건 딸이 이기는 게임!

나는 주사위를 한 번만 던지고 딸은 이길 때까지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계속 던지는 게임!

당연히 우리 딸이 이겼고 마지막에 '힘내' 라며 나를 응원해주기까지 하였다.


몇 달전쯤 태블릿으로 유아용 학습 게임을 하다가 쉬운 것을 틀리길래 다시 해보라고 재촉하고 내가 무의식 중에 강요했기 때문일까..

우리 딸은 유난히 틀리고 실수하는 것,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실패와 실수해도 다시 하면 된다고,

어떤 게임을 하든 늘 이길 수는 없다고,

지더라도 또다시 해서 이기면 된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봐도 어린 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앞으로 커가면서 수많은 규칙, 법칙 속에서 살게 될 텐데 왜 재미있게 즐기려고 하는 놀이게임에서조차 아이에게 규칙을 가르치려 했을까.

설령 게임을 마음대로 규칙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저 그 시간 동안 깔깔 웃으며 자기가 또 이겼다고 즐거워하면 그뿐 아닌가.


물론 차츰 크며 사회생활에 물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게임의 법칙을 익히게 되겠지만, 아직 어린 그녀에게는 통념을 깬 새로운 법칙으로 승리와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아직은 너에게 좋은 경험, 즐거운 기억만 가득 주고 싶으니까.

사소한 승리의 경험이 나중에 진짜 승리를 위한 의지의 밑거름이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