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늙어서 미안해

꾸준히 건강과 체력관리를 해야만 하는 이유

by Scarlett Jang

우리 딸은 예민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지만 아마 자라며 그 성향이 더욱 강화된 것 같다.


나는 자연분만임에도 몸이 빨리 회복되지 않아 제왕절개를 한 사람보다 오래 누워있었다.

무조건 자연분만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마흔이 넘은 여자에게는 예외도 있었다.

특별히 아픈데 없이 나름 건강한 여자라 생각했는데 나의 오판이었다.

(게다가 임신직전까지 난임으로 일년 넘게 호르몬제를 투여해 몸이 망가진 사실을 잊고 있었다.)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숨쉬기 외에는 제대로 운동을 안 하고 살았던지라 근력도 거의 없었고

신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노화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몸의 회복은 매우 느렸고 늘 여기저기가 아팠다.


모유가 턱없이 모자라서 비싼 약과 마사지까지 추가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산후조리원에서 다른 산모들은 젖병 가득 모유를 채워 새벽에 깰 아이를 위해 신생아실에 가져다 놓았는데 나는 모유가 적어서 새벽마다 알람을 맞춰서 몇 방울이라도 더 넣어 보내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겨우 20ml 전후라 간호사들은 안쓰럽게 나를 쳐다봤었다.

비록 몸이 성치 않아도 초유가 좋다는 말에 나는 몸안에 있는 마지막 초유까지 다 짜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양에 우리 아기는 늘 배가 고팠고 분유를 대신 먹다 토하기를 반복했다.

신생아실에서 호출이 와서 가면 엄마 품에 안겨 배불리 모유를 먹는 다른 아기들이 사이에서

우리 딸은 배를 채우기는 커녕 그저 엄마 품에 잠시 안겨 울음을 그쳐볼 뿐이었다.

손목과 팔, 어깨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나는 아기가 잠들 때까지 그렇게 아기를 안고 있었다.




조리원을 나와서도 친정엄마가 한 달 동안 함께 살며 도와주셨지만, 아기는 배고프고 잠도 오는 상황이 반복되자 늘 자지러지듯 울었다.

모유는 부족하고 분유는 소화가 잘 안 되고 엄마라는 사람은 잘 안아주지도 않고...


조리원에서 3주를 보내고 퇴원하였음에도 허리를 제대로 못 펴서 늘 구부정하게 다녔고 모든 관절이 다 아팠다. 안쓰러운 마음에 우는 아기를 5분 이상 안으면 손목과 어깨가 끊어질 듯 아파서 친정엄마가 주로 아기를 안아주었고 퇴근하면 남편이 아기를 안아주었다.


친정엄마가 집으로 가시고 둘만 있는 낮시간 동안 아기가 너무 심하게 울 땐 어설프게나마 안아줬는데 그럴 때면 밤에 관절이 너무 아파서 결국 온몸에 파스를 붙여야만 했고 그래서 또 모유수유를 중단해야 했다.

(파스를 붙이면 진통제 성분이 모유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한 달 만에 나의 몸은 더욱 악화돼서 친정으로 아기와 함께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러 갔다.


타고난 우리 딸의 기질보다 내가 많이 못 안아주고, 배고플 때 충분히 먹지 못해서 더욱 많이 울고 민감해졌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이유식 기간에는 느린 솜씨로 2~3시간 동안 매일 손수 모든 이유식을 다 만들어 먹이고 먹기 싫어하는 딸을 붙잡고 매끼마다 1~2시간씩 밥을 먹였다.

그만큼 내 몸도 힘들었지만 말도 못 하는데 그동안 얼마나 배고프고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비록 안아주는 것은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못했다.

그래서 말문이 트기 전까지 한동안은 오로지 아빠에게만 더 애정표현을 하였다. 그러다 말을 하고 팔다리에 힘이 생겨 스스로 안기고 매달릴 정도가 되었다. 덕분에 요즘은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고 스스로 내게 뛰어와서 안긴다.


그만큼이나 자라는 동안 내 몸도 회복되긴 했지만

딸의 몸무게가 어느새 16kg이 넘어 여전히 5분만 안아도 허리가 휘청거린다. 그래서 5분 만에 금세 내려놓는데 그걸 잘 아는 딸은

“괜찮아. 엄마 힘들지? 내가 걸어갈게.”

라고 기특하게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유치원 하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집까지 안아달라고 하였다.

나도 매일 거절하기가 힘들어서 하루는 무리를 해서 아이를 안고 계단을 걸어 아파트 입구와 엘리베이터를 지나 집안까지 도착하였다. 그리고 결국 밤부터 허리가 아프더니 며칠간 쑤셨다.


어제도 투정을 계속 부리길래 단호하게 거절하고 집에 오는데 갑자기 애가 대성통곡을 하며 자지러지듯 울었다.

나는 끝내 혼을 내며 억지로 집으로 데려와서 엄마가 허리가 너무 아파서 그렇다고 타일러도 소용이 없었다.

그저 엄마가 너무 싫다고 사라지라고 할 뿐.


어르고 달래서 씻긴 후 간식을 챙겨주니 금세 또 좋아서 히히 거리며 엄마에게 안긴다.

안긴 딸을 바라보니 아까 딸이 자지러지는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였다.


‘네가 엄마를 너무 늦게 만나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생이 너무 많구나.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항상 앉은 상태에서만 너를 안아주는 부실한 엄마인데 이해해줘서 고마워.

비록 너의 친구들 엄마보다 나이도 많고 체력도 부실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가득하단다.


어느새 기분이 풀려 흥얼거리는 딸을 안고 혼자 코끝이 찡해졌다.

비록 나이는 많지만 더 체력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매일 건강식을 챙겨 먹고 작은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랑하는 우리 딸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