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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t Jang Nov 15. 2023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은

나도 당신도 예술가인걸.

 그림 그리기를 어릴 때부터 좋아하였지만 집안 형편상 예술을 전공하기는 무리였고 부모님의 바람대로 인문고에 진학하여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학교 전공 또한 의상학과(패션디자인)를 졸업한 후 디자인 관련 업무를 하게 되었지만 전문적으로 회화를 배운 적은 없었기에 마음 한 구석에 한 번쯤 배워보고 싶었다.


전문 미술학원이나 화실에 가서 배우고 싶은 생각도 잠시 하였지만..

늦깎이 워킹맘에서 개인사정으로 휴직까지 한 상황이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일을 쉬고 있어서 나의 관심사는 온통 재테크 관련 책과 강의에 쏠려 있었지만 사실 나에게는 마음의 휴식과 위로가 필요하였다.


1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원인불명의 통증들도 스트레스가 주원인이겠지만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였기에 외적으로는 필라테스를 시작하며 체력을 키웠고 내적으로는 내면소통, 심리, 뇌과학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어느 날 어린 딸아이를 문화센터수업에 보내고 기다리는 동안 게시판 벽에 붙어있는 여러 종류의 강의 수강 홍보를 보다가 드로잉 관련 수업들을 보자 갑자기 심장이 간질간질거렸다.


'아, 나는 왜 그동안 책으로만 마음을 치유하려고 했을까.'


물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치유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어릴 때부터 아무런 조건 없이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그것은 멀리 있지 않았다.


즉흥적으로 문화센터수업을 등록하려다가 마침 인강으로 수강하고 있는 클래스 101에 드로잉 수업이 있길래 재료를 사고 독학 같은 수업을 시작하였다.


물론 직접 선생님과 대면하여 배우는 것이 아니라서 어려움도 많다.

생각처럼 작품이 그려지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쌓이는 기이한 경험도 한다.

그렇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혼자서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내려는 나의 피곤한 성격 탓이지.


모든 게 처음이라 아크릴물감도 낯설고, 나이프로 그림을 그려내는 것 또한 어색하지만 그래도 힘들게 며칠 동안 낑낑거리고 나면 그 결과물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에도 5살이지만 솔직한 우리 딸은 언제나 나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준다.


"엄마, 그림이 너무 예뻐요. 나 사진 한 장 찍어도 돼요?"


"엄마, 엄마가 할머니 되고 나면 그땐 이 그림 나 줄래요?"


"아빠, 엄마 그림 진짜 이쁜데 우리 전시할 수 있게 예쁜 집을 지어주자."


알록달록 여러 빛깔의 아름다운 색상처럼 그녀의 마음 또한 내 마음을 형형색색으로 찬란하게 물들인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자 보물은 우리 딸인 것 같다.


이것은 그녀를 도구로 본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유명한 예술가가 명작탄생을 위해 온갖 창조력을 불태우듯이 한낱 평범한 나에게도 영혼의 치유와 최고의 위안을 주는 딸의 탄생과 존재가 예술 그 자체라는 말이다.

비단 나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 존재만으로 형언할 수 없는 예술적 감동을 부모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딸도 나처럼 그림 그리기를 가장 좋아해서 유치원이 끝나면 부리나케 미술학원을 가고 벌써 지역 내 미술대회와 전국 공모전 수상까지 하였다.


딸에게 더욱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하여 미숙한 작품이지만 오늘도 그림을 그리며 내 마음을 치유한다.



나의 첫 아크릴화 (그라데이션이 쉽지 않았다..)


핑크 구름 표현이 너무 어려웠던 작품
나이프로 처음 그리는 작품(비록 바탕작업이지만 파스텔톤이 마음에 든다)
나이프화 2단계(꾸덕꾸덕 몰캉몰캉 재미있다)
세번째 아크릴화이자 첫 나이프화 작품


나이프로 풀밭 표현, 노란꽃 표현을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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