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거북이는 운이 좋아서 이긴 것일까??
작년부터 부쩍 승부에 민감해진 만 5세 딸은 여전히 엄마, 아빠와의 게임에서는 항상 본인이 이겨야 하지만 친구들과 놀 때는 때론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이는 중이다.
몇 달 전만 해도 가위바위보는 물론이고, 사소한 복불복 게임도 우리가 머리를 잘 굴려서 일부러 져주지 않는 날에는 대성통곡을 하던 그녀인데 그새 많이 자란 듯하다.
아직도 본인이 지는 상황에서는 금세 표정과 행동이 울기 직전으로 변하지만 그래도 과정보다는 결과의 중요성을 깨달아선지 이렇게 말한다.
“엄마,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거 맞지? 실수해서 1등을 못해도 열심히 했으면 잘한 거잖아요.”
언제 이렇게나 똑 부러지게 말을 배웠는지 기특한 마음에 나는 웃으며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어제저녁 간식을 먹으며 우연히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나왔고 딸은 나에게 물었다.
“엄마! 토끼가 낮잠을 자는 동안 거북이가 열심히 달렸으니 이긴 거잖아요.”
“그래. 거북이가 느려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훨씬 빠른 토끼를 이겼지. 네가 못하는 것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잘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어.”
문득 이렇게 말하고 나자 스스로 의문이 생겼다.
‘토끼가 자만하지 않았다면?
만약 성실한 토끼를 만났다면 거북이는 열심히 해도 무조건 지는 건가?
절대 토끼만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을 시작한 것은 아닐까?‘
승부에 민감한 아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이 사회에서 의도치 않게 패배를 자주 경험한다면 자신감이 하락하지 않을까.
자식을 키우다 보니 평생 당연하게 읽어오던 전래동화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보게 된다.
‘근데 왜 꼭 육지 달리기야?
땅이 아니라 바다에서 경주하면 되잖아!
애초에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자체가 토끼에게 유리한 홈그라운드 게임 아닌가?
만약 바다에서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다면 어땠을까?‘
부모의 역할은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자식을 보채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내 자녀가 토끼인지 거북이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단지 빠르고 급한 성격인지 느리지만 성실한 편인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내 아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본인에게 잘 맞고 유리한 게임을 권유해 줄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원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내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더없이 기쁘겠지만 살면서 방황하고 힘든 순간이 닥칠 때 내가 세상을 먼저 살았다는 이유로 조금이나마 나침반 역할을 해주고 싶다.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굳이 힘들고 어려운 길에서 좌절하고 쓰러지는 경험보다는 작은 성공 경험들로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가게 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그 후 고난과 역경을 만나더라도 혼자서 충분히 이겨나갈 자신감이 생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