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바꾸다.
우리는 드디어 알아냈다.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는
그저 굶거나 뛴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
몸이 ‘지방을 꺼내 태우는 조건’을 맞춰줘야만
비로소 연료로 쓰이기 시작한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내 몸은 그런 조건을 잘 만들어낼 수 있는 몸인가?”
아침마다 공복에 일어나도 움직일수록 더 지치고,
먹는 걸 줄였는데도 오히려 살이 잘 안 빠지고,
심지어 피곤하고 예민하기까지 하다면,
어쩌면 내 몸은 지방을 잘 쓰는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세팅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지방을 잘 태우는 몸은 처음부터 그런 몸이 아니다.
그건 만들어지는 몸이다.
운동으로, 식단으로, 대사 구조 하나하나를 다시 짜서 지방을 ‘선택적으로’ 잘 꺼내 쓰는 몸으로 바꿔주는 것‘ 그게 바로 오늘 우리가 다룰 이야기다.
이제부터는 지방을 억지로 태우는 법이 아니라, 몸이 기꺼이 태우는 환경을 설계하는 법을 말하려 한다.
그럼 시작해 보자, 몸을 설계하는 다이어트.
‘지방 연소 체질’이라는 새로운 리모델링 공사를.
체지방을 태우기 위한 공사 그 첫 번째.
운동과 식이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숫자를 늘리자!
미토콘드리아, 이름만 들어도 어려워 보이는 이름 아닌가?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 있는 에너지 공장‘이다.
우리가 에너지원이라고 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작은 단위로 쪼갠 뒤에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간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원을 태움으로써 우리 몸에서 쓰는 정확한 에너지 'ATP'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ATP를 많이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가 많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고강도 인터벌 운동 중 뭐든 하기만 하면 된다.
운동을 하면 우리 몸은 에너지(ATP)를 많이 써버린다. 이때, ATP를 써서 나오는 부산물이 AMP인데,
AMP가 많아지면 우리 세포는 위기를 느낀다.
위기를 느낀 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만들어 내는 공장에다가 신호를 보낸다.
"제발 미토콘드리아를 더 만들어주세요! 이러다 다 죽어"
공장에서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를 많이 만들어내는데,
이것을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이라고 한다.
팁 -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면 할수록 미토콘드리아의 크기가 커지고, 수가 많아진다.
2. 미토콘드리아를 찐친으로 만들기 위해서 좋은 음식을 먹인다.
- 블루베리, 브로콜리, 녹차, 강황 등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한다.
- 연어, 고등어, 들기름, 아보카도 오일 등 오메가-3 지방산
미토콘드리아 막은 지방으로 돼 있는데, 이 막을 유연하게 만들어줘서 기능을 향상한다.
- 포도껍질, 양파껍질, 카카오에 많은 폴리페놀
미토콘드리아를 생성하는 공장을 빠르고, 정확하게 가동할 수 있게 해 준다.
3. 모든 병을 낫게 한다는 무적의 그 행동
- 수면의 질 향상
잘 때, 손상을 입었던 미토콘드리아를 수리하기 때문에 정말 잘 자야 한다.
- 스트레스 줄이기
스트레스를 받으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떨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조절만 하면 된다.
체지방을 태우기 위한 공사 그 두 번째.
운동을 통해 지방산을 운반하는 시스템을 활성화한다.
우리는 '체지방'을 써야 하는 세기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우리가 섭취한 지방과 우리의 온몸에 저장돼 있는 지방은 소화과정을 통해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가 된다.
이 지방산은 그냥 몸 안에서 뱅뱅 돌다가 "나를 태워줘~"한다고 해서 연소되는 게 아니다.
지방을 연료로 쓰기 위해서는 운반, 통과, 수송이라는 '트리플 체크인'이 필요하다.
1. 지방산을 '세포 안'으로 데려오는 운반체가 필요하다.
지방산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막 들어갈 수 없다.
항상 지방산을 운반해 주는 단백질(FAT/CD36) 즉, 전용택시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다.
운동을 하게 되면 CD36 단백질의 수가 엄청 많아져서 지방산이 더 많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2. 세포 안에서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실어다 주는 수송체가 필요하다.
세포 안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때, 실어다 주는 수송체가 필요하다.
FABP(Fatty Acid Binding Protein) 지방산을 미토콘드리아 근처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셔틀버스다.
이 역시 운동을 하게 되면 FABP가 많아져서 미토콘드리아로 가는 지방산의 속도와 양이 증가한다.
3.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기 위해는 '입구 보안 시스템'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는 아무나 못 들어간다. 세포 내의 중요한 에너지를 쓰는 곳이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하다.
CPT-1이라는 효소가 허락을 해야만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입장할 수 있다.
이때, 지방산은 CoA라는 보안요원에게 잡혀 있다가 CPT-1의 허락이 떨어지면,
그제야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놀랍게도 운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CPT-1 보안요원의 수가 많아지고, 능률이 오른다.
이는 미토콘드리아 입장률이 급상승한다는 결과이며, 더 많은 지방산이 연소된다는 것.
체지방을 태우기 위한 공사 그 세 번째.
운동을 통해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자.
인슐린 감수성 / 인슐린 저항성
너무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인슐린은 식사 후 혈당이 올라가면 분비된다.
이는 혈당을 낮추고,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넣어주며, 지방 분해를 막는 호르몬이다.
굳이 식사를 해서 에너지를 쓸 수 있는데 지방을 태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
운동을 통해 GLUT4 수용체를 증가시킨다.
운동하면 근육세포 안에 있는 GLUT4(포도당 수용체 단백질)가 더 많이 나온다.
이 단백질이 많으면 인슐린이 조금만 분비되더라도 혈당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인슐린의 농도가 줄어들게 되고, 지방을 분해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운동을 하게 되면 인슐린 감수성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인슐린 농도를 낮추게 되고,
지방분해효소를 활성화시켜서 지방을 많이 많이 태우게 된다.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글을 적으면서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 몸에서 지방이 쓰이는 데에는 정말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알지도 못한 그때, 이미 저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체지방을 태우기 위한 공사 그 네 번째.
탄수화물을 조절하자.
1. 다이어트를 한다고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순간부터 몸은 고장이 난다.
- 전에도 얘기했지만 뇌와 적혈구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즉, 뇌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와 적혈구 안의 미토콘드리아는 포도당이 필요하다.
줄여야 하는 것은 탄수화물이 아니라 혈액 내의 포도당 농도를 빠르게 올리는 음식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단순당(과자, 설탕, 빵 등)보다 복합당(잡곡, 고구마, 채소)을 먹으면 된다.
하지만 단순당을 놓칠 수가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팁은 단순당을 많이 먹었다면 그날에 다른 식사를 건강하게 하자.
밸런스를 잘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 또한, 탄수화물을 크게 제한하게 되면 간에서 단백질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만들어서 쓴다.
결국, 근육 단백질이 분해되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게 된다.
즉,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빼는 체중은 체지방이 아니라 근육과 체수분이며, 목표 체중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먹으면 순식간에 빠른 요요를 경험하게 된다.
2. 단백질 섭취는 절대!! 줄이면 안 된다.
- 닭가슴살, 단백질셰이크 등 먹기 편한 것도 있지만 '챙겨 먹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영양성분이다.
근육은 우리가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에너지를 사용하는 조직이다.
즉, 우리가 숨쉬기 운동을 할 때 쓰이는 에너지를 '기초대사량'이라고 한다.
근육이 많을수록 기초대사량이 높으며, 지방을 태울 기초조건이 확보되어 있다.
- 위에서 운동은 지방분해효소를 활성화시킨다고 했다.
이 효소들은 근육이 안정적으로 존재해야만 제대로 작동한다.
만약 단백질이 부족해서 근육이 계속 빠지게 된다면, 지방분해효소 활성화가 잘 되지 않아서
지방 분해 효율이 급감하게 된다.
- 단백질을 소화할 때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전에 기초대사량과 활동대사량 그리고 TEF라고 소화할 때 쓰이는 에너지가 있다고 했다.
TEF(Thermic Effect of Food)
음식을 소화, 흡수, 대사 하는 데 드는 에너지이며, 탄수화물과 지방을 분해할 때 보다
단백질을 분해할 때, 약 2~3배의 열량을 소비해야 한다.
즉, 단백질 먹는 것 자체가 열량을 소모한다는 말이다.
3. 지방을 먹어야 지방을 태울 수 있다.
- 한때, 저탄고지라는 다이어트 비법(?)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좋지 않은 방법이다. 굉장히 많은 것이 결여된 방법이다.
- 지방을 먹으면 지방산 산화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지방을 먹으면 소장에서 쓸개즙(담즙산)과 리파아제(지방분해효소)를 통해 분해돼서 지방산으로 흡수된다.
이렇게 되면 몸에서 "어? 이 친구 지금 지방을 분해하는 중이구나?"라고 생각해서, 아까 우리가 배웠던
CPT-1 보안요원을 많이 많이 만들어내게 된다.
즉, 지방 태우는 모드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 지방을 먹지 않게 되면 당연히 시스템은 비활성화된다.
몸은 그 순간, "이제 지방은 안 들어오나 보네"라고 생각한 뒤,
지방소화효소뿐만 아니라 아까 우리가 배웠던 CD36, CPT-1이 줄어들게 된다.
즉, 지방을 잘 못 쓰는 몸으로 전환된다.
이것으로 인해 지방을 아예 안 먹으면 지방을 못 쓰는 체질로 가는 역설이 생긴다.
- 마지막으로 지방 섭취는 포만감을 길게 해 줘서 식욕 조절에 도움을 준다.
지방은 위에서 천천히 소화가 된다. 이때, 렙틴(포만감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돼서 식욕이 억제되고,
혈당 변동이 거의 없어서 그렐린(배고픔 시그널)의 분비도 잘 안 나오게 된다.
결국, 총 섭취 칼로리를 줄일 수 있고, 지방을 효율적으로 태울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식단 조금만 하고, 운동 조금 하면 빠지겠지'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우리 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체지방을 감소하며, 근육량을 늘리는 이른바 '건강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우리 몸은 이미 건강하지 않은 식단과 건강하지 않은 운동에 적응이 돼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아무거나 막 하게 되면 체중은 줄어들 수 있으나 건강에는 좋지 않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가자.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으로는 힘들다.
그저 내 몸을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의 운동과 활동을 통해 내 몸 안의 세포가 즐겁게 일을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해야 한다.
아침은 닭가슴살, 샐러드
점심은 삶은 고구마, 샐러드, 삶은 계란
저녁은 샐러드, 방울토마토
진짜 보기만 해도 토 나오는 식단이다. 전혀 건강하지 않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밸런스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5:3:2 나 4:4:2 밸런스로 맞추는 것이 가장 좋다.
혹시, 저녁에 회식이 있다면, 아침과 점심을 건강하게 먹자.
점심으로 먹을 밥(탄수화물)을 1/3 또는 1/2을 덜어내고 먹자.
구내식당 또는 외부식당의 메뉴를 보고 단백질이 많은 것을 많이 먹자.
야채와 채소가 나왔다면, 소처럼 코끼리처럼 먹어도 된다. 절대 살찌지 않는다.
혹시 점심에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면, 맛있게 먹자. 대신 아침과 저녁에 밸런스를 잘 맞춰주자.
그러나 아침을 안 먹고, 점심을 짜장면을 먹고, 저녁에 회식을 하게 되면...
그날은 행복했다고 생각하자.
다이어트.
그저 체중을 빼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오산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몸은 만만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평소에도 체지방을 잘 태우는 몸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라.
유튜브에 '단기간에 살 빼는 법'을 검색하지 말자.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몸이 건강해지는 방법은 아니다.
내 몸과 친해지는 시간을 먼저 가지자.
내 몸이 다이어트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겠는가?
오늘도 이렇게 나의 몸에서의 과학을 한 캔 따서 마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