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기상#2 - 날씨 뉴스 완벽하게 뿌셔뿌셔

여름 하늘의 룰 메이커들.

by 과커콜라

[날씨] 기상#1-장마 파헤쳐보기.

우리나라의 여름.

하늘 위에서 벌어지는 줄다리기, 장마전선.

이 싸움에는 늘 등장하는 단골 선수가 있다.


이름만 들으면 뭐 대단한 게 있을까 싶지만,

이 기단들 하나하나가 우리나라 여름의 흐름,

장마의 위치, 그리고 오늘 입을 반팔과 우산을

챙길지 말지까지 좌우한다.


기단이란 무엇이고, 장마전선은 도대체 어떤 정체를 가진 존재인가?


장마 is 과학.


북태평양 기단, 오호츠크해 기단.

많이 들어본 친구들이다.


기단(氣團) - 공기/모이다

즉, 넓은 지역에 걸쳐서 같은 성질(온도, 습도)을 가진 공기 덩어리.

이 친구들은 오랫동안 같은 장소에 머물면서 땅이나 바다의 성질을 닮게 된다.

마치 남편과 아내가 같이 있다 보면 정들고, 닮는 것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기단은 바로 '북태평양 기단'이다.

이름만 들어도, 덥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기단.

우리나라와 미국의 LA 사이를 보면 너무너무 큰 바다 '태평양'이 있다.

태평양의 위치가 태양 에너지를 많이 받는 곳에 있기 때문에 수온이 높다.

높은 수온으로 인해 증발하게 되고, 그렇게 뜨겁고, 습한 공기들이 모이는 기단이
북태평양에 있다고 하여 '북태평양 기단'이라고 한다.


지구는 약 23.5º 기울어진 채로 자전을 하고 있다.
이때, 우리나라 여름에는 북반구가 태양 쪽으로 더 기울어진 상태라서
태양 에너지를 소위 '직빵'으로 받기 때문에 굉장히 덥고, 습한 공기가 올라오는 것이다.


다음으로 '오호츠크해 기단'. 전혀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다.

앞에서 공기가 모여들 때 그곳의 성질을 닮는다고 했다.

적도를 기준으로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태양 에너지를 덜 받기 때문에 기온이 낮은 것이다.

근데 오호츠크 해(海)는 바다이기 때문에 아무리 수온이 낮다 하더라도 '증발'이 일어난다.

'증발은 뜨거워야 일어나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다. 조건만 맞는다면 물은 어는점(0도)만 넘게 되면 증발을 한다.

낮은 수온이긴 하지만 서서히 증발한 수증기가 공기 중에 스며들어서 차갑고, 습한 공기가 모여있는 기단이 오호츠크라는 바다 위에 형성이 되어서 '오호츠크 해 기단'이라고 한다.


여름이 되면 두 기단의 힘자랑이 시작된다.


북태평양 기단은 덥고, 습하고, 기운이 넘치는 성격이며,

오호츠크 해 기단은 차갑고, 습하며, 무겁게 깔린 성격이다.


하필 두 기단이 싸우는 때가 우리나라의 '여름'이다.

한반도 중간에서 맞부딪힐 때, '장마전선'이 생긴다.

북태평양 공기 친구들은 따뜻하기 때문에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싶어 하는 성질인

반면에 오호츠크 해 공기 친구들은 추워서 돌아다니고 싶어 하지 않는 성질.


두 친구들의 세력이 비등비등 하는 곳에 움직이지 않고, 머물러 있을 때를 우리는

'정체전선'이라고 하며, 우리가 '장마전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제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의 초, 중순에는 오호츠크 해 기단 형님들의 세력이 강해서

정체전선이 제주도 남쪽에 형성되어 있다가, 6월 말부터 북태평양 기단 형님들의 세력이 강해져서

한반도 중간까지 밀어 넣는 것이다.

두 형님들의 어깨 싸움에 우리나라가 비를 쫄딱 맞고 있는 것이다.

근데, 아무리 장마라고 하더라도 비가 끊임없이 왔던 적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여기에는 두 형님들이 계속 싸울 수 있도록 옆에서 '이간질하는 존재'가 등장하는데,

바로 중국에서 오는 '중국발 저기압'이다.


하필 여름에 중국의 그 큰 대륙이 태양 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는 때.

이때, 땅이 뜨거워지면서 그 위의 공기도 뜨거워지고, 위로 팍! 솟구치게 되는데,

이것을 '상승기류'라고 한다.

지표의 공기가 위로 솟으면 지표면에는 공기가 부족해지게 되고, 공기가 부족하니

공기가 누르는 압력이 낮아지게 되면서 '저기압'이 형성된다.


이 저기압을 우리나라로 배달을 하는 존재가 바로 '편서풍'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배달이 되는 것.

이때, 저기압이 우리나라에서 싸우고 있는 상황을 보게 되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양쪽 형님들에게 가서 이간질을 하게 되는데,
불난 집에 계속 부채질을 하는 것도 모자라 땔감을 계속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 비가 그치고 또 오고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장마는 단순한 날씨가 아니다.

기단과 기압, 태양과 바다 그리고 뜨거운 땅과 공기의 대화다.


올해는 그 대화가 짧았다.

짧은 인사처럼 스쳐갔고, 여름은 미리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짧은 장마 속에도, 지구의 과학은 충실하게 작동했고,
우린 그 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
계절이 던지는 질문 속에 우린 그저 묵묵히 답하며 살아간다.


뜨겁고 습한 여름 속에서도 잘 버텨야 한다.

그리고 잘 살아낸다는 건 결국 과학 속에서 흐르는 인생의 힘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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