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시작. 비와 구름에 대해서.
장마.
며칠이고 해가 안 보인다. 물론 올해는 장마에 돌입했다는 뉴스를 보긴 했지만
그렇게 많이 비가 오지는 않는 것 같다.
빨래는 마르지 않고, 운동화는 눅눅하다.
창문을 닫아도 습한 공기가 방 안까지 스며들고,
괜히 기분도 좀 처진다.
우리는 이 계절을 그냥 '비 오는 시즌'이라고 지나치지만,
사실 이건 단순한 비가 아니다. 그저 구름이 모였다가 내리는 '비'와는 다르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하늘 위에서 거대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뉴스에서 많이 들어봤던,
남쪽에서 올라온 뜨겁고 습한 공기.
북쪽에서 내려온 차갑고 무거운 공기.
둘이 밀고 밀리다가, 딱 중간에서 멈춘다.
장마를 파헤쳐보는 이 시간.
그래서 공기, 구름, 비가 뭔데?
장마. 역시 과학이다.
겨울에 따뜻한 숨을 후 불면,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이게 바로 수증기가 식어서 생긴 작은 물방울이다.
구름도 똑같다. 하늘이 뜨거운 공기를 위로 내쉬면,
그 안에 들어 있던 수증기가 차가운 공기층에서 식어버리고,
작은 물방울이 뭉쳐서 구름이 된다.
사람의 호흡을 통해 작은 입김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지구의 큰 호흡이 구름을 만들어낸다.
이 구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1. 공기가 상승한다 :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간다.
엄마의 따뜻한 밥상을 생각해 보자. 맛있는 음식들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난다.
밥상 위의 모락모락 나는 김이 수도 없이 많이 뭉쳐서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2. 올라가면서 기온이 떨어진다 : 지상에서 공중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공기가 차가워진다.
물론,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이라는 구분에 따라 온도가 다르긴 하다.
3. 기온이 이슬점에 도달한다 : 공기 속 수증기가 물방울로 바뀐다.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서 나오면 컵 주변에 물방울이 맺힌다.
주변 공기 속에 있던 수증기가 차가운 컵에 닿으면서 식어서 물방울로 변한 것과 같다.
4. 수증기가 응결해 물방울이 된다 : 작은 먼지 알갱이(응결핵)를 중심으로 뭉친다.
어릴 때, 비가 오면 물에 젖은 흙으로 동그랗게 흙공을 만든 적이 있다.
그때, 내 친구가 만드는 흙공은 항상 완벽한 구 형태를 만드는 것을 봤다.
비법은 조그마한 돌을 가져와서 안에 넣고 흙으로 요리조리 공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돌을 중심으로 뭉쳐진 흙공처럼 공기 중의 작은 먼지 알갱이에 수증기가 붙어서 물방울이 된다.
5. 물방울이 모이면 구름이 된다.
즉, 공기가 위로 확 올라가면서 식을 때, 공기 속 숨겨져 있던 수분이 물방울로 바뀌며 구름이 되는 것이다.
공기는 뜨겁고, 차가움에 따라서 성질의 변화가 있다.
따뜻한 공기는 공기 입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공간을 넓게 차지해서 가볍고 위로 뜨는 성질이 있다.
열기구를 생각해 보자. 커다란 풍선 같은 열기구 안으로 불을 뿜어서 공기를 가열시킨다.
그렇게 되면 열기구 안의 공기들의 활발한 움직임과 성질 때문에 열기구가 위로 뜬다.
반면에 차가운 공기는 입자들이 느리게 움직이고, 더 촘촘하게 뭉쳐서 무겁고 아래로 깔리는 성질이 있다.
마치, 여자친구와 차를 타고 가다가 기념일을 까먹었을 때의 그 느낌.
그 뻑뻑하고 무거운 공기, 이게 차가운 공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해당 사연은 과학적으로 전혀 검증된 바가 없다.)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 )
공기는 무게가 있다.
'전혀 안 느껴지는데?' 싶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몸 위에도 1제곱센티미터당 약 1kg 정도의 공기가 누르고 있다.
이렇게 공기가 우리를 눌러주는 힘을 '기압'이라고 하며, 흔히 저기압과 고기압이 있다.
고기압은 공기가 누르는 힘이 세다는 뜻이다.
즉, 위에 있던 공기가 아래로 내려와 아래쪽에 공기 밀도가 높은 상태.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가득 차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밀리게 된다.
"아오 답답해 밖으로 나가야겠다."
공기가 모여있는 쪽에서 공기가 없는 쪽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것.
그래서 고기압에서는 바람이 중심에서 밖으로 불어나간다.
아래로 누르는 힘이 강하다 보니, 밑에서 위로 공기가 올라올 수가 없어서 구름이 만들어지는 조건이 미비해
구름이 없거나, 조금 있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저기압은 공기가 누르는 힘이 약하다는 뜻이다.
즉, 아래에 있던 공기가 위로 올라가서 위쪽에 공기 밀도가 높은 상태.
해변가를 거닐고 있는 중에 갑자기 설치된 무대 위에 BTS가 등장했다고 생각해 보자.
너도나도 자연스럽게 BTS가 있는 무대 중심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겠는가?
공기가 계속 위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중심부에 공간이 비게 된다.
이때, 주변의 공기가 "어? 여기 부족한데?"하고 자연스럽게 몰려들게 된다.
그래서 저기압에서는 바람이 밖에서 중심으로 빨려 들어온다.
위로 올라가려는 힘이 강하다 보니, 위에서 서로 뭉치게 되면서 응결이 되면 비가 돼서 내린다.
구름이 엄청 많거나, 우중충한 흐린 하늘을 볼 수 있다.
바람은 기압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분다.
하지만 고기압에서는 불어 나가고, 저기압에서는 불어 들어오게 되는 이유는.
바로, 지구가 자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선으로 불던 바람이 지구의 자전에 의해 꺾이는 것이다.
(지구의 자전은 대기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북반구를 기준으로 설명한 내용.
하늘은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기 전에
아주 오래전부터 커다란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다.
남쪽 따뜻한 바다에서 데워진 공기는 긴 여행을 마치고 우리나라를 향해 천천히 밀려오다가 떨어진다.
북쪽의 추운 지역에서 눌려있던 공기는 느리지만 단단하게 아래로 깔려있다.
그렇게 여름이 시작될 즈음,
두 공기덩어리는 한국이라는 이 좁은 땅 위에서 만난다. 서로 물러서지 않는 이 줄다리기의 이름을 우리는 '장마전선'이라고 한다.
이 싸움을 좀 더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