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자연에서 봄을 느끼는 순간은 마음 어딘가에 한 겹 씩 쌓여가나 보다. 해를 거듭할 수 록 계절의 시작, 봄이 오면 몸도 마음도 간지럽다. 새싹이 돋는 땅도 이럴까? 올해도 어떤 마음이 자라날지 궁금해진다. '오늘 그림책'으로 선택한 <봄이 들면>은 매력적인 표지와 제목 때문에 손이 갔다. '볕이 든다'는 표현에 빗대어 '봄이 든다'라고 하니 따뜻한 봄이 촉각으로 전해진다. 아이의 노란 장화가 있는 곳에 고사리와 봄꽃도 보인다. 가는 펜선에 어우러진 채색도 참 좋다. 직관적으로 와닿는 섬세한 그림책이다. 수없이 그은 선을 따라가면 묵묵히 자신의 세상을 그리는 모든 그림책작가의 삶에 가 닿는다. 대중에게 선보인 작품은 인정받기도 하고, 주목받지 못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 이미 작가는 삶을 녹여내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것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게 된다.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 자존감을 살려주는 충만함과 완성 끝에 찾아오는 피로감으로 깊은 휴식의 맛도 느끼게 된다.
그림책 속 아이는 엄마를 따라 고사리를 캐러 간다. 고사리 밭 한편엔 엄마 까투리가 알을 품고 있다. 갓 돋은 고사리 줄기처럼 내 아이가 여린 생명체로 영아기를 보내던 때가 떠오른다. 흔들리는 모빌에 팔을 들어 올리고 버둥거리다 뒤집던 때. 고개를 들고 앉아서 허리에 힘을 주던 때. 기고 뒹굴고 자빠지고 엉덩이를 질질 끌며 원하는 곳으로 나아가던 때. 그러다 두 발로 섰다. 물건을 붙잡고 한 발짝씩 내딛더니 어느 날 성큼성큼 내게로 와 덥석 안겼다. 그렇게 2살의 삶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림책으로 떠올린 내 아이의 영아기는 고사리같다. 이 그림책이 아니라면 그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진짜 봄이 충분히 들면 나와 딸의 여린 마음도 훌쩍 자라겠지. 이번 봄은 더 기대된다.
숲도 춥고 새도 추운 겨울 지나고 찔레나무, 망개나무 순이 돋으면 봄이 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