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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구루 Dec 25. 2023

너나 잘하세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

[복수를 꿈꾸는 친절한 금자씨]

친절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수식어가 있다. 단아하고 방긋방긋, 조신하다. 특히 여자가 친절하다고 했을 때 대체로 그런 이미지가 강하다. 감옥 밖에서 금자 씨가 줄곧 듣는 말은 '너 변했어'다. 과연 금자 씨는 친절하지 않았던가?

아니. 금자는 친절했다. 친절히 백 선생을 잡고 유가족들을 모아 복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자신에게 빠진 근식에게 친절히 자신의 몸을 내주었다. 유가족들이 백 선생을 죽인 뒤, 후일을 대비해 친절히 자신의 지문이 묻는 총을 같이 묻었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제니에게 친절히 통역할 자를 구해 자신의 말을 전했다. 그녀는 충분히 친절했다.


[감옥에서도 친절한 금자 씨]

감옥에서 금자 씨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이후 금자 씨의 복수에 도움을 준다. 나는 금자 씨가 철저한 계산을 통해 도움을 줬다고 느꼈다. 자신보다 빨리 형량을 채우고 나갈 수 있는 자들에 한해서 능력이 있거나, 자신을 좋아하거나 백 선생과 관련 있는 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빚을 만들었다.


[금자 씨의 속마음]   

너나 잘하세요

전도사는 금자 씨에게 두부를 주며 이제 죄 같은 건 짓지 말라고 말한다. 금자 씨는 그의 말이 우습다. 복수를 위해 13년을 감옥에서 지냈고 이제야 출발선에 섰다. 금자 씨는 이미 백 선생을 잡아 죽일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죄짓지 말라니. 더불어 금자 씨가 나오자 전도사의 사람들은 자신이 마시던 커피를 바닥에 버린다. 하얗게 쌓인 눈 위를 더럽힌 사람들이 자신 보고 죄짓지 말라는 것을 들으면서 전도사가 위선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손가락을 자르는 금자 씨

금자 씨도 자신의 아이 때문에 범행에 가담했었다. 결론적으로 아이는 죽었고 또 다른 아이들도 진짜 범죄자를 찾지 못한 채 죽어나갔다. 금자 씨는 원모의 부모에게 찾아갔을 때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손가락을 자른다. 금자 씨는 '나도 내가 마냥 피해자가 아님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라도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그냥 금자 씨

누나라고 불러도 되냐는 근식에게 금자 씨는 거절한다. 더 이상의 인연과 친분은 금자 씨에게 불필요하다. 그냥 금자 씨라고 부르라는 금자 씨의 표정은 시큰둥하다. 근식이 자신에게 반하든 말든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왜 이렇게 눈만 시뻘겋게 칠하고 다녀? 친절해 보일까 봐

친절해 보이면 뭐가 문제일까? 친절하면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친절한 사람이 이렇게 하는 건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저렇게 친절하고 착한 사람인데 나쁜 일을 하겠어? 금자는 자신이 하는 일이 살인이고 얼마나 나쁜 일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친절하다는 이미지에 신물이 난다. 친절함 때문에 이 모든 게 시작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친절함이라는 수식어를 빼고 싶어서 눈만 시뻘겋게 칠하고 다닌 것이다.   


백 선생을 죽이고 묻을 때 금자 씨의 표정

금자 씨는 기쁘기도 슬프기도 하다. 드디어 복수를 하게 됐다는 기쁨, 내가 13년 동안 준비한 복수가 막을 내렸다는 기쁨, 유족들에게 자신의 방식으로 위로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기쁨. 하지만 금자 씨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자식을 잃은 사람으로서 고작 백 선생의 목숨이 유족들을 위로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삶의 목적이 끝났다. 그렇지만 과거를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슬퍼한다.   


성인이 된 원모가 자신의 입을 막는 상상을 한 금자 씨

금자 씨는 피해자이지만 가해자이기도 하다. 백 선생을 숨겨두고 방관을 했으니까. 그런 금자 씨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범죄자인 백 선생을 죽였지만 아직 자신은 원모에게 있어서 가해자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죄책감을 없애기 위해 백 선생에게 복수를 했지만, 결국 금자 씨는 구원받지 못했다.


[오늘의 질문]

제니는 왜 손가락으로 숫자를 셌을까요? 용서하기 위해서? 아니면 용서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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