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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구루 Nov 08. 2023

I'm here for a reason

영화 <위플래쉬>

그의 자아는 외부에 있다.

 자신의 색이 흐릿한 앤드류는 친구는 없고, 관심 있는 여자에게 말할 용기도 없다. 심지어 건포도를 싫어하지만 그걸 말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가 유일하게 선명해지는 때는 악기와 관련될 때다.

 자신의 어떤 것이든 무시당해도 상관없다. 자신의 연주, 자신이 치는 드럼만 빼고. 그렇기에 플레처 교수에게 처음 인정받아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앤드류는 여자에게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 유명한 플레처 교수가 날 선택했어. 난 재능이 있는 게 분명해. 난 인정받았어

 플레처 교수가 의자를 던지고 부모님 욕을 하고 뺨을 때리면서 스스로 자신의 실력에 화가 난다고 소리치게 만들었을 때, 그 모든 발언이 자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의 정체성이 플레처로 인해 마구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무너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앤드류. 자기 잘못으로 인해 생긴 기회를 그대로 잡아버린다. 그로 인해 단원들에게서 앤드류는 신뢰를 잃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반대로 그의 음악을 무시하는 가족들에겐 도를 넘을 정도로 날을 세우는 모습을 보인다.

자아는 내면에 존재해야 한다.  자신 안에 중심이 잡혀 있어야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앤드류는 그러지 못했다. 그런 앤드류에게 플레처 교수는 너무도 가혹하다. 내쳐지고 거두어지고 또 비난받고 내쳐지고, 다시 한번 기회를 받은 앤드류의 내면은 이미 텅 비어버렸다. 그의 신체, 그 자신은 이제 더는 중요하지 않다. 내면이 망가지고 고장 난 채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 앤드류는 정말로 해방을 맛봤을까?


무엇이 다시 스틱을 잡게 만든 걸까

전 꿈이 있어서 왔어요

 앤드류가 최고의 드럼을 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플레처 교수의 혹독한 교육법 때문이 아니다. 앤드류의 꿈 때문이었다. 제적당하고 음악과 멀어졌었던 앤드류는 우연히 플레처 교수의 연주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나도 저렇게 음악과 함께 살아가고 싶었는데…

웃으면서 관중 속에서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저게 내 꿈이었는데…

저렇게 살고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플레처 때문에 꿈을 접었지만, 플레처 때문에 다시 꿈에 대한 열정이 생겨난 것이다. 플레처가 ‘아무래도 넌 안 될 것 같다’고 했을 때도, 앤드류는 지금이면, 지금이라면 꿈에 닿을 수 있을것 같아 무대로 돌아갔다.


앤드류의 감정 키워드

꿈에 닿고 싶은 애절함

플레처 교수에게 인정받고 싶은 기대

혼나고 비난받을 것의 두려움

내 재능은 여기까지인가라는 절망감과 분노

왜 이것밖에 못 하는 거야 하는 자책과 비난

자리를 뺏길까 초조함

음악을 무시한 것에 대한 분노와 울컥함


나쁜남자 앤드류

앤드류:    까놓고 얘기할게. 우린 어차피 헤어지게 돼 있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론은 하나야. 난 꿈을 좇을 거야. 그러려면 점점 많은 시간이 들어갈 테니 너랑 있을 시간은 줄어들겠지. 같이 있어도 난 드럼을 생각하고 재즈와 악보를 생각할 테니 넌 날 원망할 거야. 섭섭해진 너는 나보고 드럼은 그만 치고 너랑 놀자고 할 텐데 난 그럴 수가 없어. 나도 내 상황을 몰라주는 널 원망할 거고. 우린 서로 미워하다가 안 좋게 헤어지겠지. 그러니까 이쯤에서 깨끗이 끝내는 게 나아. 일류가 되고 싶거든.

니콜:       지금은 아니야?

앤드류:    최고의 경지에 가고 싶어

니콜:       근데 내가 방해될 거라고?

앤드류:    응

니콜:       내가 방해될 거라는 게 확실해?

앤드류:    응

니콜:       얼굴 보기도 힘들 테고

앤드류:    응

니콜:       어쩌다 본다 해도 날 무시하겠네? 나같이 꿈도 없는 여자는 최고가 되려는 네 큰 뜻을 이해 못 할 테니까, 한마디로 원대한 꿈을 이뤄야 하니 나한테 허비할 시간이 없다?

앤드류:    말하자면 그래

니콜:       그게 할 말이야?!


 정말 예의 없는 앤드류. 앤드류의 꿈은 그의 기질과 중심에 연관되어 있기에, 연주에 대한 아집이 강하다. 게다가 그가 사람 대하는 것에 능숙하기 만무하다. 아마 니콜은 그가 꿈이 없는 자신을 무시한다는 걸 이날 깨달은 게 아니다. 사귀는 동안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감싸줬겠지.


[오늘의 질문]

앤드류의 꿈이 결정적이라고 했지만, 만약 플래처 교수의 교육법이 아니었다면, 정말 앤드류는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최고의 연주를 못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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