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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구루 Nov 08. 2023

사람 죽이고도 지낼만해요?

영화 <끝까지 간다>

사람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을까. 그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후달리는 이기주의자 건수

건수의 기본적인 서브텍스트는 간단하다.

‘씨X X됐다 어쩌지’

서브텍스트가 너무도 간단하고 변하지 않아서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건수는 왜 후달릴까?


 그는 찔릴 게 많은 남자였다. 비리든, 음주든, 시체은닉이든 뭐든. 찔리는 남자의 시각은 정말 좁다. ‘이것만 해결되면 아무도 날 의심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약간의 성공들이 그로 하려금 자신이 성공하고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 낸다. 그런 그에게 알 수 없는 남자가 찾아온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건수는 그의 이름조차 모른다. 겨우겨우 그의 정체를 알았을 때도 왜 시체가 필요한지 모르는 건수는 공포와 당황, 두려움, 답답함만 느낄 뿐이다.

 창민의 얼굴을 알고, 창민의 목적을 알게 된 뒤에 오히려 무서움을 덜 느끼게 되었다. 창민도 그저 자신과 같은 비리 경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민은 그것을 알고 건수의 동료를 죽인 후, 건수의 가족을 건드렸다. 자신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건수에게 주었다.


방심한 이기적인 창민

 창민은 이미 경찰의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이었다. 건수는 그래도 경찰이라는 신분과 죄책감이 있었다면, 창민에게 직업은 도구에 불과했다. 그런 그의 치명적인 약점은 오만이었다. 후달리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건수를 보며, 그가 자신을 이길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였다. 여유로운 창민이 초조해진 것은 단 한 번, 차 폭발 이후였다.

놀랬구나. 나도 놀랐다.

 그는 건수가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건수는 비리를 저질렀지만, 자신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태도가 건수를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약점

 그렇게 후달리면 시체를 줘버리면 되지 않는가? 건수는 가족에게 위협이 가해질 때까지 지독하게 시체를 주지 않는다. 그건 창민의 약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비밀과 약점을 알고 있는 자에게 대비책 없이 그의 약점을 넘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끝까지 가는 비밀은 없다

창민을 죽인 건수는 이미 타락한 경찰에게서 죄를 묻어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런데 이 비밀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

불효를 저지르면서까지 무덤까지 묻은 비밀을 결국 자기 손으로 파해친 건수처럼.

마지막에 건수는 또 다른 비밀이 생겼다. 주인이 없는 돈.

이미 직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범죄를 저질러 욕망을 채우려고 했던 건수가, 이 돈으로만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깝다. 제2의 창민이 될 건수. 제목처럼 건수는 범죄를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갈 것이다. 그가 멈추는 날은 그가 죽을 때뿐이다. 건수가 창민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를 죽음으로 이끌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오늘의 질문]

건수가 머리에 총을 대며 쏴보라고 했을 때, 창민은 건수의 말을 정말 믿어서 쏘지 않았을까? 창민이 건수를 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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