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문턱을 넘다

1인 기업의 사원으로 살아남기(1)

by 정훈

입사 6개월 만에 퇴사를 다짐했던 1인기업의 한 명뿐인 그 직원은 3년차가 되어서야, 2년 3개월의 근무를 끝으로 퇴사의 문턱을 넘었다. 감정적인 결정이 아닌 삶을 향유하는 누구나에게 찾아오는 필연적인 과정이기에.


퇴사 2달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어진 업무들을 쳐내고, 한가로운 시기에 회사를 더 키워보고자 새로운 사업들을 탐색하고 준비하던 차였다. 인스타그램 마케팅도 시작하고, 나라장터를 기웃거리다가 공공기관에서 올라온 용역을 보고 대표님과 상의 후 입찰을 하기로 결정했다. 입찰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회사의 정성적인 부분과 정량적인 부분을 작성할 때였다. 최근 몇 년간 회사가 수행한 용역, 용역금액(계약금액)을 모두 정리하며 나열해 보았을 때, 오히려 연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고, 회사가 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직면했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회사가 성장했다고 믿는다. 시스템이라던지, 업무 효율성이라던지, 전문성이라던지라는 것들이 말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들도 성장했을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실제 매출을 봤을 때, 전년도 대비 오히려 하락한 결과로 그 믿음은 바람처럼 떠나갔다. 영업과 제안서 작성 업무를 통해 고객사를 점차 늘려갔고, 그에 따라 업무와 책임도 동시에 늘어났는데, 실질적으로 매출은 하락한 것이었다. 이 결과를 보고 입사 6개월차에 품었던 퇴사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당시에 나는 교육대학원에 합격하여, 회사와 대학원을 병행할 계획이었다. 교육대학원은 야간에만 수업이 있기 때문에 회사 업무와 병행이 가능했다. 회사 업무는 이미 적응한 지 오래였고, 대표님도 대학원을 장려해서, 당연히 회사를 병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 그래프가 오른쪽 아래를 향하는 것을 직면했을 때, 회사와 대학원을 병행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좋은 선택일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의문은 의미를 중요시하는 나에게 머지않아 퇴사라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퇴사 준비를 시작하려던 그 때, 대표님께서 먼저 나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내가 요청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대표님의 입에서 퇴사를 고려해 보면 어떻겠냐는 말이 나왔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나의 대학원 생활이 업무에 지장이 갈 것이라는 우려와, 아내의 둘째 출산이라는 중대한 가정사로 경영지속 어려움 등의 이유였다. 사실 납득이 될만한 이유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표로써 합리적인 결정은 내린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퇴사권유(?)를 당하면서 선수를 뺏긴 것 같아 기분이 묘했지만,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었다.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간사함이라는 게 이런 것인지, 막상 퇴사를 결정해야하는 순간이 오자 월급이 주는 안정감을 포기해야한다는 불안한 마음과 1인기업이었지만 2년여의 세월동안 나를 대변해준 소속감을 내려놓아야한다는 생각에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일주일 가량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결국 한 달 뒤에 퇴사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리고 퇴사가 결정 나자 해야 할 일들은 명확했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2년 3개월 동안의 프로젝트와 인수인계서 등을 정리해가며 참 많은 일들을 해냈었구나라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다. 그리고 퇴사하는 당일까지 인수인계서를 채워놓고 늘 하던 청소와 분리수거를 마친 후 마지막으로 사무실 문을 닫고 나왔다.


늘 바라던 퇴근이 이렇게 찝찝하다니. 후련함보다 막막함이 먼저 찾아왔다. 이제 뭐 먹고살지. 뭐해야 되지. 하는 생각들과 동시에, 스스로의 존재의미를 돌아보게 되었다. 일을 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작은 부분이지만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1인분은 한다라는 생각이 나의 정체성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왔던 것 같다. 집에 돌아와 구석에 앉아 2년 3개월이 담긴 서류 몇 장을 바라보며, 지난 회사생활을 잠잠히 회고해 보니 칭찬할만한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내 인생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보냈고, 귀중한 경험과 실력을 얻었다.


또다시 항구를 떠나 바다로 나가야 할 때이다. 시간 빌게이츠, 홈프로텍터,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 등등 이젠 나를 소개하는 수식어가 되었다. 갈 곳도 할 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지금. 자유인으로서 하루하루를 향유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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