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카우트 당하다

1인 기업에서 사원으로 살아남기(2)

by 정훈

인생 첫 취업은 얼떨결에 이루어졌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교육공학을 전공했던 나는, 전공과 관련해서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실습기관을 알아보던 차였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실습기관들을 둘러보면서 다른 기관에 비해 소개가 자세한 기관을 발견하여 교육실습을 신청했다. 기관과 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은 뒤, 기관에 방문해서 교육 지도자님과 실습에 대한 미팅을 진행했다. 실습은 총 160시간동안 진행되었고, 주말을 제외한 40일동안 하루 8시간씩 이루어졌다. 매일 정해져있는 실습 커리큘럼 외에도, 실습기관에서 요구하는 여러 프로젝트와 과제들을 수행하며 약 한 달 반의 시간을 거쳐 무사히 실습을 마쳤다.


실습을 마치고 제출서류에 필요한 기관 직인을 받으러 가려던 날에 지도자님이 외부일정으로 인해 직접 도장을 못찍어주고 담당직원이 처리해주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누가 찍어주든 상관없었지만 그래도 실습기관 동안 애써서 지도해주신 지도자님께 인사는 제대로 드려야겠다 싶어 지도자님이 가능한 일정으로 조정했고, 미룬 일정에 맞추어 서류에 기관 직인을 받았다.


직인을 받고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일어나려던 차에 지도자님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꺼내셨다.

"같이 일해볼 생각 있을까요?"

마지막 학기이긴 하지만 아직 졸업도 안했고, 취업보단 자격증 공부나 할 계획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취업 제의를 받았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실습 기간 동안의 성실성과 마지막 인사에 대한 태도를 좋게 보셨다고 한다. 회사의 방향성과 앞으로 맡게될 업무, 급여 등에 대한 안내를 받고 일주일 동안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뒤 최종적으로 취업 제의를 승낙했다.


2022년 11월 중순, 설렘과 긴장, 기대를 한껏 안고 처음으로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때, 아무도 없는 10평 남짓한 사무실의 텅빈 자리가 나를 맞이했다. 알고보니 전에 계시던 한 명 뿐인 직원은 육아휴직으로 내가 입사하기 전에 이미 퇴사를 한 상황이었고, 대표님은 내가 처음 출근하는 날 외부일정으로 늦게 출근하시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당황한 마음을 추스릴새도 없이 대표님께 전화로 첫 업무 지시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1인 기업의 유일한 직원이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퇴사의 문턱을 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