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에서 사원으로 살아남기(9)
교육 현장은 변수 투성이다. 그리고 그 변수는 해결할 수 있는 것과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나뉜다. 오늘 이야기는 당연히 후자 쪽이다.
지난 회차에 이어 또 지방 출장 때의 일이다. 지방의 한 대학에서 3일 동안 3개의 프로그램 운영을 요청해 왔다. 운영기간은 한 달 남짓한 상황이었고, 단가가 낮은 편이었지만 회사의 레퍼런스도 쌓을 겸 내가 총괄로 담당해서 운영을 맡기로 했다. 대학에서 요청한 내용을 확인한 이후 강사를 섭외해야 했는데, 기존에 협업 관계인 강사님들은 모두 스케줄이 차 있어서 급하게 새로운 강사를 섭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사 섭외 기준에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대학이 요구하는 강사 기준은 거의 정해져 있다. 최소 석사 학위 이상, 강의 분야에 대한 자격증(공인자격증, 또는 공인에 준하는 자격증) 보유 여부 그리고 실무 경력이 거의 9할이다. 대부분 지인 소개를 받아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경우에는 지인 소개도 마땅치 않아서 검색창과 SNS를 뒤져가며 강사 프로필을 모았다(이 과정에서 블로그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리고 운영일정에 강의가 가능한 강사님들을 추려서 미팅 약속을 잡았고, 세 분의 강사님을 확정했다.
강사를 어렵게 구했지만,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님께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프로그램 운영 당일 강사가 잠수를 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지인 소개를 더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걱정을 안고 운영 당일 새벽에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지방으로 떠났다.
이번 프로그램 모두 대학의 유학생 그룹이 대상이었기에, 대학의 통역담당자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다. 프로그램 운영 시작은 오후 7시. 나는 6시 도착해서 운영 시작 전에 통역담당자에게 프로그램의 기능과 목적에 대해 간단하게 브리핑을 진행했고, 모든 사전 준비를 마쳤다. 1일 차는 A강사님과 통역담당자의 통역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해 임시방편으로 구글 번역기까지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프로그램을 마쳤고 다행히 교육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2일 차였다. 운영 시작 시간인 7시가 넘어도 B강사는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20분이나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그사이 나는 강사와 대학 담당자 사이에서 재촉과 사과를 거듭했다. B강사를 섭외한 결정적인 이유는 현지 언어로 번역된 교재를 직접 제작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학생들의 말로는 번역된 내용이 요즘 쓰는 말이 아니어서 이해가 어렵고 어색하다고 했다. 아마도 구글 번역을 그대로 사용한 듯 싶다. 그리고 옆에서 강의를 함께 지켜보고 있는 대학 담당자의 표정도 당연히 좋지 못했다. 강의 평가도 대부분 부정적이었고, 참여자들의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이건 끝났다.'라는 생각뿐이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강사가 떠난 후 나는 대학 담당자에게 고개를 연신 숙일 수밖에 없었다.
3일 차는 다행히 별문제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둘째 날의 기억은 여전히 강렬했다. 강의는 강사가 하지만, 사과는 결국 내 몫이었다.
B강사는 섭외 과정에서도 불안한 징조가 있었다. 메일에 첨부파일을 빼놓거나, 계획서를 몇 번씩 수정해서 다시 보내는 일이 반복됐다. 급한 사항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섭외를 했건만, 회사의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었다. 그날 이후 강사 섭외 기준에 한 가지 항목이 더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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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퇴사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대학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지난번처럼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냐는 문의였다. 그리고 담당자는 B강사 말고 다른 분으로 섭외해달라는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