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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의 영업

1인 기업에서 사원으로 살아남기(7)

by 정훈

영업은 차갑다. 용어부터가 콜드콜(Cold Call), 콜드메일(Cold Mail)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1인 기업에서의 영업은 더더욱 차갑다.


사원이 나 한 명뿐인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많은 고객사를 확보해야 했다. 그래서 전국의 모든 기업, 기관들에 회사를 알리는 일이 급선무였고, 기존 회사 사업 방향에 맞춰 우선 대학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로 전략을 구상했다. 그리고 영업에 앞서 제안서와 회사소개서, 프로그램 북을 우선 제작했다. 여담으로 이 과정에서 제안서를 300개를 제작해야 하는 위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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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속상관이자 최고경영자인 대표님은, 직장 시절에 증권사에서 금융상품 영업 일을 하셨다고 한다. 신입사원 시절, 슈퍼마켓 앞에서 홍보용 어깨띠를 두르고 장보고 나오시는 아주머니들의 짐을 댁까지 들어드리며, 영업을 하셨고, 그 해 최고 실적으로 영업부서 랭킹 1위를 찍으셨다고 했다. 그런 대표님은 나에게 메일이나 전화를 돌리는 건 기본이고, 무작정 방문해서 인사하고 눈도장을 찍는 것까지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작은 규모의 회사이기에 가릴처지가 아니었지만, 내향인인 나에게는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차라리 보고서를 100페이지씩 작성하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앞선 실패의 경험 때문인지 무작정이라는 단어가 와닿지도 않았다. 담당 부서 또는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놓으면 대다수는 메일을 읽지도 않거나 전화를 걸면 퉁명스러운 말투로 거절하기 일쑤였다. 더군다나 내향인에게 이런 영업의 과정들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그래서 책과 인터넷을 뒤져가며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우선 영업을 하려면,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어디로 제안서를 보낼지, 어디로 전화를 걸지, 어디로 방문을 할지를 알아야 했다. 기존 거래처의 담당자에게 메일로 제안서를 많이 받아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국 300여 곳의 대학 홈페이지에 일일이 들어가서 명시되어 있는 담당부서 메일로 제안서를 보냈다. 그리고 제안서를 수신받은 담당부서에 연락을 하기 위해서 영업 멘트가 담긴 대본을 수도 없이 고쳐가며 작성했다. 우리 회사만의 차별점, 특징을 강조하고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대본을 완성하고 회의실에서 문을 닫고 익숙한 중저음이 아닌 도레미파'솔' 높이의 목소리 톤으로 영업 멘트를 몇 번씩 연습해가며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리고 휴대폰에 담당부서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눈을 질끈 감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결과는 거절이었다.


'관심 없습니다.', '지금 다른 사업을 진행 중이어서요.', '담당자가 출장 중입니다.' 등의 완곡한 거절과 '전화번호를 어떻게 아셨죠?' 등의 날 선 반응도 있었다. 영업은 9할이 거절이라는 말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10번 시도하면 1번 성공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거절은 누구에게나 낯설다. 그렇게 영업 부서도 아니고, 영업 직무도 아닌 나는 하루를 거절로 시작했다.


거절도 반복을 거듭하니 내성도 생기고, 오기도 생겼다. 상대가 관심이 없어 보이면, 대학의 상황이나, 요구 등을 역으로 질문하는 등 최대한 기회를 만들어 내려고 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곳엔 바로 방문 일정을 잡았다. 그렇게 KTX를 타고 서울에서 전남, 경남 지역까지 누비기를 몇 달간 반복한 결과, 고객사가 기존 대비 3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로 나타났고, 주요 고객사도 한 곳에서 세 곳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나의 업무도 덩달아 세 배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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