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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Oct 18. 2023

꽃도 예뻐 보이지 않는 날이 있다.

식물의 재발견 - 식물일기

23년 10월 18일

꽃도 예뻐 보이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특별한 징조 없이 찾아온다. 굳이 뭔가를 찾아봐야 한다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렵다. 머리가 무겁다. 마음속에서 뭔가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징조가 많다.


이런 날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사람'이다. 평소 건네는 말에 없던 가시가 이런 날에는 장착되어서 상대방에게 날아간다. 그 미세한 가시를 별생각 없이 받아넘기거나, 특별한 보호막이 있어서 모든 가시를 튕겨내는 사람도 있지만 그 가시를 눈치채는 사람도 있다. 그럼 나의 짜증이 그 사람에게 전염된다. 그럼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날은 사람을 안 만나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심연에 묻어두었던 말들이 가시를 내보이며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속삭인다.

'그때 그 말이 정말 너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을까?'

'그 말 너무 기분 나쁘지 않았어?'

그런 말들이 자꾸 들리면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해야 한다. 내 감정의 찌꺼기를 털어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빨리 구해지면 다행이다.


오늘 아침엔 그런 사람들이 빨리 구해지지 않았다. 평소 내 말을 잘 들어주던 두 사람은 아침부터 바빴고 남편에게 털어놓으니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언니와 통화하며 마음이 조금 정리되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수업에 들어가기 한 시간 전 밀린 책 발췌 정리를 시작했다. 평소에는 이런 상황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발췌 정리는 글을 옮겨 적는 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잘 되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도 가라앉았다. 발췌를 마무리하면서 시간을 보니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순간 감사했다.


그 감사가 찾아온 순간, 내가 잠시 그것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를 잊으니 그곳에 불만, 짜증,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채워졌다. 감사를 기억하며 가라앉은 마음으로 수업을 잘 마무리하고 나왔다. 하늘이 참 예쁘다.

감사한 마음으로 오후도 살아가야겠다.


지중해마을  해바라기를 한 번 더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장미가 예쁘다

바람이 시원해 감사하다~^^


아침 차가 밀려서 해 뜨는 광경을 찍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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