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하러 친정에 갔다가 떠날 준비를 마친 열매들을 만났습니다. 다시 못 만날 것 같아 급히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식물이 있으면 바로 사진을 찍습니다. 식물 사진을 찍으면서 생긴 습관인데 '내일도 와서 봐야지.'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다음 날 그 식물이 사라진 경우가 여러 번이었거든요.
봄부터 가을까지 끝없는 맛있음을 내어주던 부추는 하얀 꽃이 지고 까만 씨앗을 품었습니다. 여물어 가던 이 열매는 곧 땅으로 떨어질 겁니다. 뿌리로 번식하는 부추지만 발아가 잘 되어 새 자리를 찾아가길 바라봅니다.
천일홍은 가으내 진분홍빛깔 꽃을 보이더니 가을비와 바람에 빛이 바랬습니다. 드라이플라워로 더 오랜 시간 꽃을 볼 수도 있는 꽃이지요. 자연 상태로 보내주는 것도 좋지만 말려서 더 오래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화려했던 5월의 꽃 모란도 까만 씨앗을 떠나보낼 준비를 마쳤습니다. 씨앗이 발아가 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챙겨서 봄볕에 심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려서 모란 꽃씨로 소꿉장난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번식력 최고인(?) 제비꽃 씨앗이 엄마의 밭을 침범했습니다. 보라빛깔이 고운 제비꽃은 더 이상 엄마에게 꽃이 아닙니다. 무섭게 번지는 잡초일 뿐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가을에 피어난 보라색 제비꽃도 예쁘고, 벌어진 꼬투리에 씨를 품고 있는 게 신비합니다.
시선은 상황에 따라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금 내 시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