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 년 농사를 마무리하신 엄마가 동네분들과 대만으로 여행을 가셨습니다. 여행을 떠나시는 날을 달력에 체크해 두었는데 그날 일정이 비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위한 배웅 서프라이즈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서 바로 인천공항행 버스표를 예매하고 간단한 여행 선물을 고민했습니다.
여행에서 꼭 필요한 물티슈와 미니 여행용 티슈 당첨. 쿠팡에 주문하고 건조한 호텔에서 쓰고 주무시면 좋을 기본형 마스크도 2개씩 준비해 비닐팩에 넣었습니다. 모임샘들과 대만 단체 여행을 갔을 때 같은 색깔 리본끈을 캐리어에 묶어서 가방 찾기 좋았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급히 집에 있던 리본으로 가방에 묶을 끈 12개도 준비했습니다.
총무 옥이에게는 서프라이즈 배웅을 얘기해도 될 것 같아 톡을 했더니 출발 일정표를 보내주더군요. 근데 인천 2 공항!! 헉!! 인천 1 공항표를 끊었는데... 급히 취소와 재구매를 진행했습니다. 목요일 아침 찬바람을 뚫고 공항버스를 타러 어둠 속 공원을 달렸습니다. 무사 승차 후 취침..
인천 2 공항에 도착해서 8시쯤 전화를 드리니 벌써 인천에 도착해서 아침 식사를 하고 계시답니다. 새벽 4시 30분에 출발에 3시간이 넘게 달려와서 드시는 김치찌개는 맛나셨을 겁니다. 여행 잘 다녀오시라는 안부전화인 줄 알고 '잘 다녀올게.'라는 인사를 하시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공항에서 드실 줄 알았는데 오시기 전 미리 식당을 예매해 두었었나 봅니다. 빵을 곁들여 커피 한 잔을 하며 여행을 가고 오는 사람들 구경을 했습니다.
총무 옥이가 가르쳐준 여행사 앞 집결지 근처에 앉아서 공부(?)를 했어요. 언제쯤 오시나 궁금해서 옥이에게 전화를 했더니 벌써 도착하셨다는군요. 엄마를 놀라게 해 드릴 생각에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 마스크'를 쓰고 엄마 앞으로 다가가는데 왜 이리 설레는지요. 엄마 앞에 서서 "어디 여행 가시나 봐요."라고 말을 걸었더니 놀라서 쳐다보십니다.
"니가 왜 여기 있나?"라는 엄마의 말씀. 반가움과 놀람이 함께였습니다. 동네 이모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준비해 간 선물도 나누어 드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함께 여행을 가시게 된 이모께 용돈도 드렸습니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이라 단체 사진도 부지런히 찍어드렸지요.
오늘 아침 옥총무가 대만 여행 중인 엄마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트리 앞에서 찍은 사진이 예쁘십니다. 지난 엄마 생신 때 언니가 꾸려드린 여행가방에 들었던 노란 잠바가 엄마 사진을 더 예쁘게 나오게 했나 봅니다. '역시 사진에는 원색이야'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공항을 다녀왔더니 피곤하고, 할 일들도 미루어져서 바빴지만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가끔 다음으로 미루고 싶은 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다음 말고 그때 했어야 하는 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다음으로 미룬 일이 있다면 지금 해 보면 어떨까요? 특히 마음을 전하는 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