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혼자 지내시는 엄마 댁에는 칼랑코에가 있습니다. 몇 해 전 제가 사다 드렸던 작은 화분은 쑥쑥 자라 삭막한 시골의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겨울에 꽃을 피우거든요.
지난해 가을 친정에 들러 칼랑코에 화분을 봤더니 두 화분 모두 줄기에 솜털깍지벌레들이 본거지를 만들고 세를 확장 중이었습니다. 바로 비닐장갑을 끼고 줄기에 하얀 벌레들을 제거하고 해충약을 뿌렸습니다. 초겨울 김장을 하러 가서 다시 봤는데 이 벌레들이 '나는 죽지 않아~'하며 계속 거주 중이더군요.
가위로 벌레들이 집중적으로 있는 줄기 바로 아래를 싹둑 잘랐습니다. 엄마께 해충약을 2~~3일에 한 번 뿌려주시고 벌레가 사라지지 않으면 집 안에 들이시지 말라고 말씀드렸지요. 다른 화초에 번질 수도 있다고도 일러 드렸습니다.
1월 초 엄마가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내셨습니다. 주방 쪽에 있는 칼랑코에에 꽃봉오리가 맺힌 사진이었습니다. 어제 도착한 또 한 장의 칼랑코에 사진은 안방에 두신 화분인데 진분홍 색깔이 너무도 예쁜 꽃이었습니다. 색깔이 예쁘다고 카톡으로 답글을 남겼습니다.
오늘 엄마와 통화를 하는 데 “꽃 이쁘재?” 하십니다. 색깔이 너무 예쁘다며 강한 리액션을 보내드렸더니 “이 꽃을 탐내는 사람이 많아. 꽃 보고 나서 잎을 잘라서 줘야지 뭐.” 하십니다. 칼랑코에는 잎을 잘라서 싹을 띄울 수 있거든요.
칼랑코에가 엄마와 나의 연결고리가 됩니다. 둘이 칼랑코에 이야기로 한참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저도 어제 칼랑코에 화분을 하나 선물 받았거든요. 그 이야기도 해 드리고, 엄마의 선물 내력이 나에게도 전해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에 친정집에 갈 때는 어제 선물 받은 연보랏빛 칼랑코에 잎을 따 가지고 가야겠습니다. 엄마와 같은 색 꽃을 피우며 또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