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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Feb 06. 2023

'망할 놈의 프리지어' 프리지어는 죄가 없다

식물의 재발견 ㅡ 식물일기

23년 2월 6일 월요일

날씨 : 반짝반짝 해가 보고 싶은 날이다.


겨울이면 계절성 우울증이 찾아왔다. 시간이 지나서 그 원인을 생각해 보니 “추위”였다. 전기 용량 문제로 난방이 잘 되지 않는 교습소는 항상 추웠고 따뜻해야 할 집도 못지않게 추웠다. 그러면 퇴근길 집으로 가는 대신 카페를 찾아 잠시 몸을 녹이며  ‘망할 놈의(?) 프리지어’를 생각했다.


남편을 만나기 전 나는 여러 남자에게 프리지어를 선물했다. 고등학교 선생님부터 고마움을 주던 아저씨까지. 하지만 내게 프리자아를 처음 사 준 남자는 남편이었다. 얼마 전 꽃집에서 그때 얘길 했더니 친한 플로리스트 동생이 “망할 놈의 프리지어네요.”라고 말해서 한참 웃었다. 프리지어는 죄가 없다. 유죄를 논한다면 크게 관심 없던 그 남자가 나를 만나러 나오면서 사 들고 온 프리지어에 홀려 연애를 시작한 내 잘못이다.


구근식물인 프리지어는 주로 절화로 판매된다. 남편과 만난 크리스마스가 프리지어가 나오기 시작하는 달이다. 그다음 해 5월까지 볼 수 있는 이 꽃을 키워보고 싶다면 늦가을 구근으로 심으면 된다. 영상의 기온을 유지해 주고 꽃을 본 후 5월쯤 뿌리를 캐서 잘 보관했다가 가을에 심어주면 된다.


멀리 남아프리카에서 온 프리지어가 우리나라에 온 건 1935년에서 45년 사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주로 절화를 수입했는데 요즘은 국내에서도 많이 재배되고 일본 등으로 수출을 하기도 한다. 남편은 이제 꽃을 선물하지 않는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 세 번째 변해가는 결혼생활동안  남편과 나는 참 많이 변했다.


 프리지어 꽃말 중 하나가 “새로운 시작”이다. 그래서 졸업식이나 입학식 선물로 많이 찾는다. 꽃이 마른 후에도 화형이 많이 변하지 않아 건조화로 볼 수 있다는 이유와 노란색이 사진을 잘 받는다는 이유도 사랑받는 또 다른 까닭일 듯하다.


3월 1일 결혼기념일에 남편에게 프리지어를 선물할까 한다. 요즘 여기저기 아프다는 남편에게 힘을 내라는 의미를 담아서 선물한 후 꽃은 내 책상에 두는 거다.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해야 할까? 남편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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