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를 쳤다."

나는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by 읽고걷는 최선화

“엄마, 어제는 뭐 하셨어요?”

아침 운동을 나와 엄마와 통화를 하며 전날 일과를 묻는다.
“트랙터를 쳤다. 이장님이 와서 트랙터를 쳐줬어. 바빠서 계속 미루다가 어제 와주셨지. 이제 뭘 심을 수 있어.”


농사를 지으려면 밭을 먼저 뒤집어야 한다. 그 일은 사람 힘으로는 할 수 없다. 오래전에는 소가 했던 일을, 지금은 트랙터가 대신한다. 어릴 적 소로 밭을 갈던 풍경도, 트랙터가 밭을 가는 모습도 모두 보며 자랐다. 소로 밭을 갈 때는 “이랴~” 소리를 반복하며 하루가 다 가지만, 트랙터로 하면 그 시간의 5분의 1도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 집에 트랙터가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있었지만 돌아가신 뒤 처분했고, 설령 있어도 엄마는 조작을 할 수 없다. 결국 밭을 갈려면 트랙터와 그것을 몰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장님이 적은 비용으로 도와주시지만, 그분도 자기 농사를 지어야 하니 엄마는 매번 순서를 기다리며 오매불망 기다리신다.


다른 농사일은 혼자서도 척척 해내시지만, 힘이 많이 드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 겨울에 눈 때문에 하우스가 무너지지 않게 기둥을 박는 일은 남동생이 김장하러 내려갈 때 맡아서 하고 있고, 예전에는 직접 고춧섶을 베어 태웠지만 요즘은 읍사무소에 신고하면 와서 기계로 갈아 퇴비로 만들어 준단다.
60년이 넘은 농부의 지혜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농사에는 있다. 엄마와 그런 일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아빠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엄마의 농사 이야기를 듣다 보면 ‘혼자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혼자 일해 왔지만, 요즘은 학당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이 생겼다. 함께 모여 도모하는 일이 어색하지는 않지만, 협업이 필요할 때는 여전히 쉽지 않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만날 때면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서로 의견을 조율하며 결과물이 나왔을 때, 그 성과가 혼자 했을 때보다 좋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비로소 ‘함께의 힘’을 느낀다.


농사든 일이든, 삶이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혼자보다 여럿이 머리를 맞대야 길이 열리는 때도 있다.
엄마의 밭을 갈아준 트랙터처럼, 어떤 일에는 꼭 필요한 손이 있다.


사진 제공 : 울 엄마 제일농부님

트랙터 친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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