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무섭게 올라온다

나는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by 읽고걷는 최선화

풀이 무섭게 올라오는 계절이 있다. 여름이다. 비가 오고 해가 쨍한 날 조용히 밭가에 있으면 작물이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작물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끌벅적한 것들이 있다. 잡초들이다. 이들을 한여름 단거리 육상 선수로 내보내면 메달은 이미 그들 것이다. 이런 날 아침에 엄마는 밭에 제초 작업을 하신다.


“엄마, 좋은 아침이네요. 아침부터 많이 덥죠?”

“그래, 더워지기 전에 풀 약을 치는 데 풀이 무섭게 올라온다.“

“엄마, 너무 더울 때까지 치지 마시고 오늘은 조금만 하세요.”

“그럴거다. 그런데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나. 그래, 얼른 운동하고 들어가라.”


오늘 엄마의 전화 목소리에는 성급함이 묻어 있다. 새벽부터 약통을 지고 밭에 풀 약을 치시면서 많이 지치신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있는 딸이 할 수 있는 말은 피곤하지 않게 조금만 하시라는 말뿐이다. 그 말 한마디로 엄마가 일을 멈출 리 없다는 걸, 나는 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엄마가 당신의 한계치를 안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하다가 탈이 나는 걸 알고 계신 엄마는 80%까지 체력이 방전되면 집으로 들어가시고 내일 아침을 기약하신다.


일을 하면서 자신의 한계치를 아는 건 중요하다. 그걸 모르고 몸을 혹사시키면 두고두고 몸이 고생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쉼을 놓치고 정신없이 하다 보면 오래 사용한 부위에 이상이 생긴다. 요즘 내 몸은 뻑뻑한 눈과 거북목 증상을 겪고 있다. 모니터를 너무 오래 보면서 일한 탓이다. 가끔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해 주어야 하는 데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요즘은 타이머를 앞에 두고 일한다. 30분씩 타이머를 맞추고 일을 하다 띠리릭 띠리릭 소리가 나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움직인다.


삶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나의 삶은 한여름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잡초가 아니다. 풀이 전력 질주해서 앞서 자라봐야 밭 주인 눈에 띄어 가장 먼저 뽑히는 것처럼 전력 질주만 하다보면 심신이 지쳐 주저앉고 만다. 그러니 가끔 쉼도 주면서 살아야 한다. 나는 전력 질주하는 풀이 아니라, 속이 꽉 찬 작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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