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쫑도 뽑아야 하는 데..."

나는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by 읽고걷는 최선화

“좋은 아침입니다. 여기 날씨는 좋은데 거기는 어때요?”

“여기는 오늘 흐려. 일기 예보를 보니까 오전에 비가 온다드라.”

“그래요? 여기는 하늘이 파란데. 그런 거 보면 우리나라도 엄청 커요.”

“마늘쫑도 뽑아야 하는데, 날씨가 흐리다.”

“마늘쫑 뽑을 때가 됐어요?”

“그럼, 빨리 뽑아줘야 하는데…”


엄마는 아침 통화에서 마늘쫑을 뽑아야 한다고 하셨다.

감자꽃이 필 무렵이면 마늘쫑이 올라온다. 우리 동네는 늘 그 즈음이다.


마늘쫑을 뽑을 때는 숨 고르기를 잘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서두르며 손에 힘을 주면 마늘쫑이 ‘틱’ 하고 끊어진다.

땅속 깊이 단단히 붙어 있는 것을, 조급함으로는 온전히 데려올 수 없다.


마늘쫑이 잘 뽑히는 소리는 ‘뽕’이다.

왜 그런 소리가 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마늘쫑이 빠져나오면서 그 자리에 있던 공기도 함께 따라 나오는 소리일까.

밀봉되었던 코르크 마개를 딸 때 나는 소리처럼.


숨을 꾹 참고 잠수를 하다 물 위로 올라오면 ‘파~’ 하고 큰 숨을 쉰다.

‘푸~’ 하는 작은 소리로는 오래 참았던 숨을 다 내보내기 어렵다.

잠수할 때 말고는 그렇게까지 숨을 참을 일은 없다.

그런데 말은 다르다.


참았던 숨을 내쉬면 살아 있다는 감사함과 시원함을 느끼지만,

참았던 말을 내뱉으면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상처가 되기 쉽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누군가를 향해 쏜 화살 같지만,

결국은 돌아와 내 마음을 먼저 다치게 한다.

조급하게 힘을 주다 ‘틱’ 하고 끊어져 버린 마늘쫑처럼.


엄마는 오늘 흐린 하늘 아래서

숨을 고르며 마늘쫑을 뽑고 계실 것이다.

‘뽕’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엄마의 하루도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마늘쫑 뽑는 소리

시. 최선화

“뽕”

마늘쫑이 끊기지 않고 뽑히는 소리


“틱”

마늘쫑이 뚝 끊어져 올라오는 소리


“짜증나.”

“꺼져.”

“아이 씨!”

마음이 쓰담쓰담을 바라는 소리


“괜찮아.”

“고마워.”

“속상했구나.”


내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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