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오늘은 뭐하세요?”
내 목소리가 들떠 있다. 나는 고속도로 위다.
“일하지, 머. 너는 어디 가나?”
“수업하러 가요.”
“오늘은 집에 계세요?”
“오늘은 기름을 좀 짜러 가려고. 지난번 너네 주고 나니 들기름이 없어.”
읍내 기름집에서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해 드렸다.
그렇게 엄마와의 2박 3일이 시작되었다.
엄마가 보고 싶어 휴가를 내서 세 시간을 달려갔다.
엄마가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살짝 눈을 떠서 봤더니 5시가 조금 넘었다. 엄마의 평소 기상 시간이 한참 지났다. 으으윽 ~ 기지개를 펴면서 일어났다. 집에서는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니지만 엄마와 호흡을 맞추었다. 엄마와 집 앞 다리를 건너 제방 끝까지 걷고 돌아왔는데도 아직 여섯 시가 되지 않았다.
저 멀리 안개 낀 산, 붉게 물드는 하늘을 사진에 담으며 오랜만에 한가한 아침을 맞았다.
엄마 집 진입로 옆 호박덩굴에서는 벌들이 분주했다.
다리 가득 꽃가루를 묻히고 이 꽃 저 꽃을 옮겨 다녔다.
늘 노란 꽃잎만 보다가 그날은 벌을 따라 꽃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이상한 걸 발견했다.
어떤 꽃은 가운데가 하나만 튀어나와 있고,
어떤 꽃은 여섯 갈래로 갈라진 씨앗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60년 넘은 농부도 고개를 갸웃하셨다.
검색해 보니 호박꽃에도 암꽃과 수꽃이 있다고 한다.
암꽃은 열매를 맺고, 수꽃은 꽃가루를 나르는 역할을 한다고.
“엄마, 호박도 암꽃 수꽃이 있대요.”
“호박이 암꽃 수꽃이 있다고? 나도 처음 알았다.”
엄마는 많이 신기해하셨다.
이게 엄마의 매력이다.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것.
여전히 궁금해하는 것.
암꽃은 꽃자루가 짧고, 그 아래 작은 호박이 달려 있었다.
수꽃은 길쭉하고 열매가 없다.
나는 말했다.
“엄마, 그럼 수꽃은 따 버릴까요? 너무 많은데…”
농사의 생산성을 따지는 작은 딸이 되려는 순간,
엄마가 한 말씀 하셨다.
“그냥 둬라. 그걸 왜 떼나.”
엄마에게 중요한 건 수확량이 아니었다.
딸이 해 달라던 호박볶음을 해 줄 호박 한 개면 충분했다.
“찾아보면 호박이 어디 있을 텐데.”
덤불 사이에서 엄마가 호박 하나를 찾아내셨다.
나는 벌써 그 맛을 떠올리고 있었다.
“엄마, 그거 해 줘요. 새우젓 넣고 볶는 거.”
“호박 반 잘라서 들기름 넣고 새우젓 넣고 그냥 볶으면 되지.
새우젓은 많이 넣지 말고. 마늘도 조금.”
같은 레시피인데도 나는 왜 그 맛이 나지 않을까.
호박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그냥 두라고 말하는 마음이 빠져서일까.
사진 촬영 :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