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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Feb 16. 2023

엄마의 농사일기ㅡ 고춧모 붓기

식물의 재발견 ㅡ  식물일기 23.2.16 (목)

날씨 : 바람이 조금 찼지만 덕분에 파란 하늘을 봤습니다.


엄마는 시골에서 혼자 농사를 짓고 사십니다. 연세가 드실수록 넉넉한 어르신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가끔은  별일 아닌 일에 마음을 다치셔서 속상해하십니다. 가까이 계시면 맛있는 것도 사 드리고, 엄마가 맘에 안 들어하는 그 사람 험담도 하면서 마음을 풀어드릴 텐데 멀리 사니 매일 드리는 전화로나마 그 마음을 조금 헤아려 드릴 뿐입니다.


엄마께 일거리를(?)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언가 보람 있는 일로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농사일기"였습니다. 만 시간이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고 했는데 엄마의 농사 경력은 65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엄마께 일을 만들어 드릴 때는 엄마를 위해서라고 하면 귀찮아서 안 하려고 하시니 나를 위해서 해 달라고 부탁해야 합니다. 엄마가 작은 딸을 위해서 사진을 찍고 서툰 문자를 보내시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드디어 고추모를 부으셨답니다. 어제 낮에 종자를 물에 넣어서 불려두셨다가 오늘 낮 12시.. 그러니까 24시간 동안 불리시고 건지셨답니다. (종자을물에불여건저음 이십네시간) 그 종자는 포트에 한 알씩 넣으셨는데 5판 1700개 정도를 넣으셨답니다. (포트에종자한알씨너어슴) 모두 무사히 싹이 나면 1700개의 고추 모종이 생깁니다. 내일부터 분무기로 물을 주시고 싹이 나길 기다리신다고 하십니다. 엄마의 모종이 잘 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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