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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Feb 10. 2023

잃어버린 입맛을 돌려주는 "씀바귀" (초본식물 관찰하기

식물의 재발견  - 식물일기 23. 2.10   (금)


날씨 : 수원은 가늘게 비가 내리는 데 엄마 집에는 눈이 내렸답니다.


 오늘 식물의 재발견 단톡방 미션은 초본식물(풀) 관찰하기입니다. 초본식물은 목질이 아니어서 줄기가 연하고 대개 한 해를 지내고 죽습니다. 하지만 실내에서는 더 오랜 기간 자랍니다. 야외의 경우에도 씀바귀처럼 여러 해를 사는 풀이 있습니다.  


 실내에서 초본식물을 관찰하는 일은 쉽습니다. 탁자 위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고개만 숙이면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외 초본식물을 관찰하려면 고개 숙이기로 준비가 끝나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쪼그려 앉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일어날 때 ‘에구구~’ 소리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야외 초본식물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숙이고 걸었습니다.  아파트 담 낙엽 아래 파릇파릇한 것들이 언 듯 보였지만 들추진 않았습니다. 갑자기 낙엽이불을 휙 걷어 버리면 겨우내 잘 버티던 초본식물들이 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가 내리긴 했지만 아직 날씨를 방심하기는 이릅니다. 3월이나 4월에도 눈이 내리는 경우가 있어서 식물들의 생태시계에 맞추어 스스로 낙엽을 들추고 잎이 보여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식물의 시간을 인간의 시간으로 계산하면서 서두르면 안 됩니다.


한참을 걷다 양지뜸에서 로제트 상태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씀바귀를 발견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씀바귀는 아는 사람만 아는(?) 식용식물입니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씀바귀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인 고들빼기와 함께 입맛 잃은 봄에 입맛을 되찾아주는 맛있는 음식입니다.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지요.  

고들빼기는 잎과 뿌리를 모두 먹고 씀바귀는 뿌리만 먹습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봤던 고들빼기를 알아보는 사람은 가끔 있으나 씀바귀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자연에서 씀바귀를 캐려면 먼저 잎을 알아야 합니다. 여린 잎은 긴 타원형으로 잎자루에서 쪽으로 갈수록 가늘어집니다.

겨울에는 마른 잎과 자주색이 많이 섞인 상태로 있다가 날이 따뜻해지면 자주색잎 사이로 연두색잎들이 새로 돋습니다. 여름이면 잎이 더 짙어지고 꽃대가 올라오는 데 노란색꽃과 흰색꽃을 볼 수 있습니다. 식용을 쓰이는 뿌리는 연노란색인데 스파게티면정도되는 굵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캐 보면 잘 끊어집니다.  

그렇게 잘려서 흙에 남은 씀바귀는 그 상태에서 번식을 이어갑니다. 뿌리로도 번식하고 씨로도 번식하는 씀바귀는 번식력이 뛰어나서 제대로 제거해주지 않으면 씀바귀밭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수원화성입니다. 수원화성을 걷다 보면 잔디 사이에 거뭇거뭇한 곳들이 보이는 데 대부분 씀바귀가 서식하고 있는 곳입니다.

도로변에서 가늘 게 내리는 겨울비를 맞는 씀바귀를 보면서 호미 들고 동네 친구랑 볕 좋던 잣돌로 나물 캐러 가던 어린 시절을 생각합니다. 잣돌 첫 밭은 구이장 할아버지네 밭이었는데 씀바귀가 많았습니다. 씀바귀를 캐다 달래라도 몇 뿌리 캐게 되면 엄마가 달래된장찌개를 끓이시고 씀바귀를 데쳐서 씀바귀나물을 무쳐주셨습니다. 아빠가 좋아하시던 음식입니다.

도로변에서 발견한 씀바귀 한 뿌리에 12살 어린이가 되어서 아빠와 엄마 그리고 형제들과 둘러앉아 먹던 보리밥과 달래된장찌개, 씀바귀무침이 있던 어느 저녁으로 타임슬립을 합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에 더 소중한 기억 끝자락에 엄마에게 전화를 하러 갑니다.

“엄마, 눈이 많이 왔어요?”

* 사진 출처 : 모두 직접 찍었고, 마지막 눈사진은 엄마가 찍으셔서 아침에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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