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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Oct 19. 2020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누군가가 꿈에 나타난다는 것

돌아가신 부모님이 꿈에 나타나 여섯 자리의 숫자를 불러준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소중한 숫자이니 현관 비밀번호로 설정하여 두고두고 기억하기보다는 출근길에 당장 로또를 사는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익숙한 전개일 것이다.


꿈에 누군가가 나온다는 것은 대부분 반가운 일이다. 그것이 잘 알고 지냈던 사람이건 그다지 인연이 깊지 않았던 사람이건 상관없다. 촘촘하지 못한 무의식의 그물 속에서 숭덩숭덩 쏟아져 흘러내리지 않고 어딘가에 기어코 붙어있다가 내 꿈속에 나타난 그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는 말에 의하면 내가 생각하기에 나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거나 나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타인이 꿈에 나타났다는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무의식 깊숙한 곳에 그 사람이 흡착되었다는 뜻일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그와 나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없을 때에는 다소 당혹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당혹스럽긴 하지만 꿈에 나타나는 사람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아하게 된다는 어느 심리 효과처럼 일단 누군가가 꿈에 등장하게 되면 특별히 싫어했던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사람 대해 한번쯤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윤희에게라는 영화에는 "나는 아직도  꿈을 꿔"라는 대사가 나온다. 영화에서는 나의 마음속에 네가 아직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로 꿈을 활용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나의 무의식 어딘가에 그 사람의 방이 존재하고 있어 꿈에 나타나는 것인지, 꿈에 나타났기 때문에 나의 의식 한 공간을 내어줄 준비를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우선순위가 헷갈릴 때가 많다.


세상엔 참 알  없는 일이 많다. 오래도록 연락을 주고받지 않아 소원해진 지인들의 꿈을 가끔씩 꾸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수 없으나 일단은 반갑다. 반갑고 기쁜 마음을 가슴에 품고 꿈에서 깨어 어젯밤 나의 꿈에 다녀간 옛 친구에게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걸 때가 있다. 이미 결혼도 한놈이 갑작스럽게 전화를  일이 없을 텐데...라는 생각 때문일까,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에 약간의 경계심이 섞인 당황한 눈치이지만 아무 이유 없이 네가 꿈에 나와 전화를 걸어봤다는 말에 이내 그 사람 역시 마음을 열고 우리는 과거의 어딘가로 시 시곗바늘을 되돌린다.


꿈에 누군가가 나타나는 이유는 아마도 빛바랜 관계에 기름칠을 해보라는 게시일까? 예지몽, 길몽, 흉몽, 꿈을 두고 이래저래 공식과 의미를 붙여 해석하길 좋아하는 우리의 삶이지만 정해진 답이 없는 것 또한 우리의 삶이다. 세상만사 알  없는 일들 투성이라 오늘도 혼자만의 답을 찾아 이래저래 생각하고 의미 없는 의미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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