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기댈 곳 없는 사람은 자주 괜찮은 척합니다. 자신이 넘어졌을 때 일으켜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했다 -
2016년 시리아 내전이 진행되던 중 공개된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를 울렸다. 러시아 군이 시리아 알레포 지역을 공습한 이후 무너져 내린 건물 틈바구니에서 가까스로 생존하여 구조된 다섯 살 아이의 사진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구조되는 아이들은 크게 울고 있을 터인데, 무너져 내린 건물에서 구조된 아이는 피를 철철 흘리고 온 몸에 콘크리트 가루를 덮어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울지 않는 아이의 모습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이유가 너무도 처절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이미 오랜 시간 너무도 많은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시간을 홀로 보낸 아이는 아무리 울어봐야 도와주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고 더 이상 눈물 흘리는 것을 멈추었다고 설명한다.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살결은 행여나 거친 어른들의 손에 닿아 상처를 입을까 걱정될 정도로 보들보들하다. 보드라웠던 아이들의 피부는 세월이 흘러 찬바람을 맞아가며 점점 거칠어지고 종국에 가서는 단단한 나무껍질처럼 변해간다. 타고난 손의 모양도 물론 무시할 순 없겠지만 실제로 건설현장에서 평생을 일해온 사람과 사무실에서 일을 한 사람의 손을 비교해 보면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처럼 외부 환경에 따라 그 형태가 변해감을 달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다.
태초의 우리의 마음은 아마도 어린아이의 손처럼 말랑말랑했을 것이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이자처럼 딸려오는 이런저런 풍파들과 마주하며 우리의 마음 역시도 자연스레 단단해지기 마련이지만, 든든한 조력을 받으며 안에서부터 서서히 단단하게 채워 올라오는 마음과 여기저기 부딪혀가며 버티고 살아내기 위해 겉에서부터 급히 딱딱하게 바꾸어버린 마음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내부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단단함은 탄력이 있다. 충격을 유연하게 흡수하며 커다랗고 탄력적인 그다음 단계의 보호막을 한 겹 한 겹 포개며 성장해 나간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겉에서부터 급하게 딱딱한 보호막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나 급하게 겉만 단단하게 만들어버린 탓에 출렁이는 내부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해 혼자서 무너져 버리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단단한 보호막에 갇혀버릴 때도 있다. 보호막 덕분에 외부의 충격은 막아낼 수 있을지 몰라도 아이러니하게 그 보호막 때문에 성장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번데기가 성충이 되려면 스스로 만든 단단한 껍질을 언젠가는 깨고 나와야 한다. 비록 기댈 곳이 없어 스스로 급하게 만들어낸 울타리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고 한들 어떠한가, 스스로 울타리를 만들어 낸 사람이라면 그 울타리를 부수고 더 크고 멋진 울타리를 만들어 내는 일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시리아의 어린아이에게도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둘러쌓아 버린 단단한 보호막을 스스로 깨부수고 나오는 날이 언젠가 반드시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