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교사를 위로하는 그림책

그림책을 통한 교사 치유 에세이

by 정 호

교사로 살다 보면 여러 가지 고충과 마주하게 된다. 다양한 어려움들이 있지만 그것들 대부분은 교사의 마음을 파괴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려움은 안팎으로 존재한다. 각종 악성 민원에 시달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되는 것처럼 외부에서 발생한 트라우마에서 비롯되는 상처가 있는가 하면, 내 안의 편견이나 교사 자신이 정해놓은 잣대와 같은 내부적 요인 때문에 서서히 스스로를 갉아먹게 되는 내적 원인 또한 해결하기 버거운 문제임이 분명하다.


타의에 의해서 건, 자의에 의해서 건 교사는 매일같이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이런 감정노동의 근본 원인은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업에서 직면하게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병에 걸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제가 실제 신체의 컨디션을 떨어뜨린다는 여러 연구 결과를 굳이 가져오지 않아도, 우리는 경험적으로 마음이 힘들어서 신체적 타격을 입는 직접적 혹은 간접적 경험을 목격한 적이 살면서 한두 번은 있지 아니한가.

그것은 교사도 마찬가지인데 직면하는 여러 고충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림책에서 치유를 얻은 사람들이 모여 연구회 활동을 했던 모양이다. 그 과정에서 책을 집필하여 비슷한 마음의 고통을 껴안고 살아갈 교사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손길을 건네고자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다시피 타겟팅이 명확한 책이다.

"교사를 위로하는"그림책,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교사의 삶을 드러내며 교사로 살아가며 느끼게 되는 어려운 점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내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삶이란 어떠한가. 살아보니 경계가 명확한 선이 그어져 있던 적이 얼마나 있던가, 교사가 아닌 사람들이 굳이 집어 들지 않을 만한 책 제목이지만 안에 녹아들어 있는 주제를 면면히 살펴보면 꼭 교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은 크게 3파트로 나뉜다. 1장에서는 학생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두려움과 고통, 2장에서는 동료 교사와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딜레마, 3장에서는 교사의 내면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로 인한 자신과의 갈등에 대해 각각 이야기하고 있으며 각각의 답답한 상황에 때로는 답을, 때로는 위안을 주는 그림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모든 부분이 이해되지는 않았다. 같은 교사이지만 나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었고, 교사로서 절대로 품어서는 안 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왔지만 이런 솔직함 덕분에 많은 교사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정한 위로는 답을 제시하는 데 있지 않다. 같은 경험을 나누고 공감하는데에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 그것을 진정한 위로의 자세라고 한다면 이 책은 솔직함을 무기로 큰 위로를 건네고 있음이 분명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 그것에 대해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연구의 성과를 가시적인 결과물로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림책이라는 도구로 본인의 마음을 살피고 그것으로 아이들과 더 잘 살아낼 힘을 다시 한번 얻게 된 교사들, 같은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사람들과 함께 책을 공동으로 집필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의 생각을 살피고 다듬으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만으로도 아름다운 일임이 분명한데, 거기에 더해 일면식도 없지만 어딘가에서 같은 일을 하며, 같은 종류의 상처 받은 마음을 붙잡고 혼자서 아파하고 있을 교사들의 마음을 헤아려 책으로 집필해낸 저자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눔과 베풂은 언제나 옳다. 바야흐로 나눔의 시대다. 자신의 아팠던 경험이 최고의 치유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림책사랑 교사모임 회원들은 아마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