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근육과 정신의 근육

몸과 정신을 성장시키는 힘

by 정 호
인간의 육체에는 미지의 힘이 숨겨져 있다
단련시키면 시킬수록
무한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마스크맨이라는 히어로물에서 근육맨의 멋진 포징 자세와 함께 나왔던 오프닝 멘트가 문득 기억이 난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운동으로 신체를 단련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아마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은 헬스가 아닐까? 피트니스 클럽이 없는 동네를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아파트 내부 커뮤니티 시설 중 가장 기본으로 포함되는 것이 피트니스 클럽일 정도로 접근성이 좋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여타의 운동들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잠옷 차림만 아니라면 아무렇게나 편한 복장으로 당장 달려가도 될 정도로 특별한 장비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의 국민운동의 반열에 오른 헬스이지만 꾸준히 제대로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십 대 초반 무렵부터 몸짱을 꿈꾸며 주기적으로 헬스클럽에 3달씩 등록을 하곤 했지만, 출석일수를 세어보면 매번 한 달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석 달 회원권을 낭비하곤 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껏 살면서 헬스클럽에 회원등록 한 번 안 해본 사람을 찾는 일은 서울에서 김서방을 찾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의 신체를 단련하고자 애쓰며 살고 있고, 실제로 그렇지는 못할지라도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언제나 동의할 준비가 되어있다. 우리는 건강하게 살고 싶고, 남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고,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유, 무형의 이득을 누리며 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신을 단련하는 것에는 얼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정신을 단련하는 방법도 신체를 단련하는 방법처럼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헬스처럼 저비용 고효율, 높은 접근성을 띄는 것은 아마도 독서가 아닐까?


대한민국 성인들의 연평균 독서량이 10권이 안된다는 통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 따로 통계를 찾아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익숙한 수치로 기억에 남아있다. 심지어 10권이라는 숫자는 무척이나 거대하고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무척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꼭 책을 통해서만 정신의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이 아니라면 또 어떤 방법으로 우리의 사고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저 세월의 흐름에 시간을 맡긴다고 정신이 건강해지고 지혜가 생기지는 않는다. 가만히 놓아두는 신체가 노쇠하고 근육이 빠지듯 우리의 정신 역시도 가만히 놓아두면 흐리멍덩해지고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지 못한 채 얕은 사고의 경계에만 머물러 있을 확률이 높다.


육체를 단련하듯 정신을 단련해야 한다. 근육은 한계에 도달하면서 손상되고 그 손상된 부위에 새로운 영양분이 공급되며 새 살이 차오른다. 그렇게 상처는 새로운 근육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내고 충분한 양분은 그 자리를 새로운 근육으로 채운다. 성장은 반드시 파괴를 품고 있다. 파괴가 선행될 때, 그 순간이 진짜 성장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정신의 근육 또한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성장한다. 살면서 부딪히는 무수한 고난과 고뇌들은 정신의 근육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 안을 채워줄 수 있는 영양분이 바로 책과 사색이다. 고민하고 고뇌하며 자꾸 자신과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만이 영혼의 공백에 새로운 살을 채워 넣어 정신을 성장시키고 강건한 영혼을 만들어낸다. 고통으로 가득 찬 영혼을 사색 없이 그저 방치해두는 것은, 운동과 양분으로 내 몸을 단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몸을 피로하게 혹사시키는 일과 같다.


만약 조금 더 빠르고 정확한 성취를 원한다면 하나만 더 추가해주면 된다. 그것은 바로 제대로 된 "배움"이다. 독서와 사색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잘못된 길이 잘못된 길인 줄 모르고 그저 열심히만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과 배움이 함께 가야 한다. 제대로 된 코칭없이 무리하게 중량만 늘려가며 헬스를 하면 자세가 틀어지고 몸이 망가져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은 것만 못해지듯,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혼자서 고뇌만 하는 것은 어쩌면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운전 경력 3년이면 사고 한번 날 때가 됐다는 말이나, 복싱 1년 배운 사람이 여기저기 시비 걸고 다닌다는 말처럼 언제나 선무당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잘못된 확신과 편향에 빠져 아집이 가득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독서와 사색, 그리고 나와 충분히 다른 시각과 훌륭한 생각들에 자주 노출되어야만 한다. 육체와 정신은 전혀 다른 것 같으면서도 참 많이 닮아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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