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이 행복인 줄 모르고

by 정 호

영화 데드풀은 색다른 히어로 영화다. 그것은 특별히 재미가 있거나 안티 히어로적인 면모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주인공의 자기 객관화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이 영화 속 세계관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데드풀은 다르다. 자신이 영화 안의 캐릭터인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영화 밖의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농담을 던지는 캐릭터다. 다시 말해 자신이 속해있는 차원 너머의 세계를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가히 인식론의 대혁명적 발상이다.


2차원의 공간에서 3차원을 상상할 수 없고, 3차원의 시공간을 살아가는 존재가 4차원을 상상해 내기는 힘들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이 속한 세계를 넘어서는 세상을 인식해 내는 것은 일반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에 속한다.


하지만 데드풀은 자신이 속해있는 세상, 즉 영화 속 캐릭터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면서 영화 밖의 세상에 존재하는 관객들과 소통을 이어간다. 이것은 인식론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가히 차원을 넘어서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행복한 풍경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불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감히 하려는 것은 아니다. 불행은 언제나 우리 곁을 도사리고 있고 때때로 너무도 쉽게 우리의 행복을 빼앗아가곤 한다.


그렇다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일반적인 기준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썩 힘든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행과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면서 동시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일반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없다는 데에 동의한다. 네가 나의 고통에 대해 무얼 아느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말하겠다. 단지 억지로 힘든 길을 갈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말을 해보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늘
행복을 좇지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토록 바라고 때로는 이미 누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행복이라는 것들이 곁에 있을 때에,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인식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낮잠을 자는 것, 친구들과 웃음꽃을 피우며 술잔을 기울이는 것, 가족들과 그저 아무 일 없이 평온한 주말을 함께 보내는 것, 아픈 곳 없이 하루를 무사히 떠나보내는 것, 이러한 것들이 누군가에겐 간절히 바라는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행복의 그림일지 모른다.


이러한 장면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들, 다시 말해 밖에서 보았을 땐 무척이나 행복해 보이는 장면일 테지만 정작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당사자들은 또 다른 행복을 갈구한다.


셀카로는 전경 사진을 담을 수 없고 풍경 밖으로 나가야지만 전체 경치를 사진에 담을 수 있듯, 풍경 속에 있을 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 풍경에서 빠져나와 있을 때에서야 비로소 그때가 좋은 때였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행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억지로 불행해질텐가.


데드풀의 선지자적 시선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냉철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어쩌면 나의 불행은 생각보다 큰 불행이 아닐지도 모른다. 불행은 서서히 호흡을 빼앗아간다. 불행에 집중하면 어느샌가 나를 잃어버리고 만다. 바깥도 좀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시 내 안을 들여다보자.


풍경을 넘나들어야 한다. 바깥만 바라보았다가는 외부의 행복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안으로만 파고들다 보면은 내 안의 불행에 사로잡히고 말 테니. 우리는 우리의 의식을 자유자재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을 바라며 견뎌왔던 모든 시절은 어쩌면 이미 행복했던 시절일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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