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옥, 끈끈이주걱, 네펜데스
아들: 파, 파, 파리~지옥. 끈, 끈, 끈끈이~주걱
아빠: 그게 무슨 노래야?
아들: 파리지옥 노래야
아빠: 파리지옥이 뭔데?
아들: 파리를 잡아먹는 식물이야
아빠: 식물이 파리를 어떻게 잡아먹지?
아들: (보리보리 쌀을 할 때처럼 손을 벌리며) 파리지옥은 이렇~게 입을 벌리고 있다가 파리가 들어오면 이렇게! 팍! 하고 잡아먹어
아빠: 우와 무섭겠다
아들: 안 무서워
아빠: 그럼 우리 파리나 작은 벌레를 찾아볼까. 잡아서 파리지옥 먹으라고 주자
아들: 좋아. 파리는 식물 친구들이 좋아하는데
아이가 네 살이 되면 파리지옥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더니.. 정말 어느 날부터 아이가 파리지옥 노래를 날마다 신나서 부르는 것을 보니 아이들의 세계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나 싶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식충 식물을 몇 보더니 관심이 생겼는지 유튜브를 통해 찾아봤던 모양이다. 유튜브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리듬으로 연신 파, 파, 파리지옥을 외쳐대니 아이가 아닌 어른인 나도 금세 그 리듬과 가사가 입에 붙어 파, 파, 파리~지옥을 흥얼거리게 되었다.
아이가 어찌나 파리지옥을 외쳐대는지 우리 가족은 지난 주말 파리지옥과 끈끈이주걱을 구입하기 위해 꽃시장에 다녀왔다. 아이는 꽃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수많은 예쁘고 향기로운 꽃들을 제쳐두고 "아빠 파리지옥 어딨어?" x 10을 외쳐댔다.
다른 꽃들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오직 파리지옥만을 찾겠다는 집요한 열정이 아이의 정수리를 통해 뿜어져 나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원하고 원하던 파리지옥과 끈끈이주걱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아이는 해맑은 웃음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물도 듬뿍 주고, 햇살도 충분히 받고 무럭무럭 자라나라고 창틀에 슬쩍 올려둔 모양새를 보니 파리지옥과 끈끈이주걱을 대하는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아이는 그리고 난 뒤 잠시 생각을 하더니 파리지옥은 파리를 먹어야 된다며 벌레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빠 파리 어딨어? 파리는 식물 친구들이 좋아하는데", 언제 봤다고 벌써 친구가 되었는지 붙임성도 좋다. 그래 식물과도 그렇게 금세 친구가 되는걸 보아하니 유치원 생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창틀에 올려진 파리지옥과 끈끈이 지옥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늦은 오후의 포근한 햇살 덕에 더 밝게 빛나 보인다.